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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소장은 왜 주사기를 직접 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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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호 소장은 왜 주사기를 직접 들었을까?

[군산유기동물보호소의 두 얼굴] 유기동물보호소의 구조적 문제

군산유기동물보호소의 불법 안락사 문제를 제보받았을 당시, 내게 이 의문이 떠올랐다.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는 불가피할 경우 안락사가 합법인데, 이 소장은 왜 직접 안락사를 한 걸까?'

이 궁금증을 안고 지난 8월 군산보호소 직원 출신 공익제보자를 처음 만났다. 공익제보자들은 “이정호 당시 군산보호소 소장이 2019년 한 해동안 유기견 약 80마리를 수의사 대신 직접 불법 안락사했고, 사체를 보호소 땅에 불법 매립했다”고 털어놓았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자기가 좋아서 달려오는 개에게 주사기를 꽂았다)

▲ 이정호 군산유기동물보호소 소장이 2019년 8월 8일 불법 안락사를 하는 모습. ⓒ공익제보자 제공

안락사 없는 '노킬 보호소'를 표방하며 '유기견의 대부'로 칭송받은 이정호 소장의 실체가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공익제보자 A씨는 기자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설명도 구체적으로 덧붙였다.

"군산보호소는 ‘안락사 없는’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로 유명해졌는데, 어떤 수의사가 몰래 안락사를 시행해주겠어요. 유기동물을 구조해왔는데, 보호소 공간은 한정되어 있고, 개체수를 줄여야 하니까 이 소장이 직접 안락사를 시행하는 거예요."

군산보호소는 2019년 유기동물을 구조하고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고 홍보했다.(관련  자료 : 구석구석 군산이야기)

동물 보호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운영으로 보이지만, 모순적이게도 문제는 여기서 출발했다. 약 6000평 규모의 동물보호소라고 할지라도, 끝도 없이 늘어나는 개체수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이 소장이 직접 주사기를 든 배경이다.

개체수 증가는 통계로도 나타난다. 전국 유기동물 공고 서비스인 '포인핸드'에 공개된 전라북도 군산시의 유기동물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9년 1605마리, 2020년 1662마리, 2021년 1027마리(10월 기준)의 유기동물이 군산보호소로 입소했다. '포인핸드'는 공공데이터를 활용해 전국의 실시간 유기동물 공고 및 통계를 한눈에 보기 쉽게 제공하는 서비스다. (관련 자료 바로가기 : 포인핸드)

군산보호소에 입소한 개체수는 전라북도 내 14개 행정구역과 비교해도 상당한 수치다. ‘포인핸드’에 공개된 전라북도 전체 유기동물 현황 통계에 따르면, 2019년 7845마리, 2020년 8844마리, 2021년 7029마리(10월 기준)의 유기동물이 발생했다. 평균적으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전라북도에서 발생한 전체 유기동물 수의 약 17%(6분의 1)가 군산보호소로 입소했다.

군산보호소는 '안락사 없는'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라는 실현 불가능한 지향점을 추구하다가, 개체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뒤에서 몰래 불법 안락사를 저지른 셈이다. 군산보호소의 불법 안락사 문제는 불가피한 안락사를 인정해야한다는 걸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 됐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 가짜 유기견 대부, 위험한 심정지약 어디서 구했나)

▲ 군산유기동물보호소 ⓒ셜록

물론, 일각에서는 안락사를 생명체를 인위적으로 죽이는 행위로 보고 반대 목소리 내기도 한다. 안락사 대신 입양으로 개체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들의 주장대로 구조-보호-입양의 선순환이 잘 이뤄지면 좋으련만, 지난 3년간 평균 입양율이 30% 웃도는 국내 현실을 고려하면, 안락사 시행을 무조건적으로 반대하는 건 대안없는 비판이다.

지자체에서 설치·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는 유기·유실·피학대 동물 관련 신고가 접수됐을 때 구조 후 치료 및 보호 의무가 있다. 이후 해당 유기·유실동물의 정보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올라가는데, 공고 날부터 10일이 지나도 주인이 찾아가지 않으면 동물의 소유권은 지자체로 넘어간다. 이런 동물의 숫자가 매년 약 10만 마리를 넘어서는 상황이다.

모든 유기동물이 입양처를 찾을 때까지 안락사를 하지 않는다면, 동물보호소는 빠른 속도로 포화상태가 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보호소 내 동물들의 복지 상태는 현저히 저하된다. 입양을 가지 못해 오랫동안 견사 안에 갇혀 살아야하는 동물들의 육체적 질병과 스트레스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는 정해진 예산 안에서 유기동물을 보호할 수밖에 없고, 이에 따른 공간, 인력, 재정의 한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 탓에, 유기동물보호소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법적으로 허용된 안락사를 시행한다. 단, 원칙에 따라 수의사가 진행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6년 고시한 ‘동물보호센터 운영지침’에는 안락사 개체 선정부터 시행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다.(관련자료 바로가기 : 동물보호센터 운영 지침)

1순위는 홍역, 파보, 장염 등 전염성과 치사율이 높은 질환에 감염되거나 상해로 인해 건강 회복이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되는 개체, 2순위는 치료 비용, 치료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보호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개체, 3순위는 건강상태가 쇠약하거나 심장질환, 백내장, 호르몬 질환 등에 감염되어 분양 후에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개체, 4순위는 사람 및 동물을 공격하거나, 교정이 어려운 행동 장애 등으로 인해 분양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개체, 5순위는 그 밖에 센터 수용능력, 분양가능성 등을 고려하여 보호·관리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개체 등이다.

개체를 선정할 때도, 수의사를 포함해 2인 이상이 참여해 안락사 대상 동물을 결정해야 한다. 현행법상 수의사 진료 없이 그 누구도 안락사 대상 동물을 임의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없다.

▲ 군산유기동물보호소 ⓒ셜록

안락사 절차 및 원칙도 기재되어 있다. 다른 동물이 볼 수 없는 별도의 장소에서 수의사와 그 외 1명 이상 입회 하에 안락사를 실시해야 한다. 수의사는 마취 후 심정지약을 투여하거나, 마취제를 과다투여하는 방법으로 안락사를 시행해야한다. 안락사에 사용된 약제는 책임자를 지정해 관리하고, 사용기록 등을 작성 및 보관해야 한다.

위와 같이 법적으로 따라야 하는 절차가 있었음에도, 군산보호소는 정부가 제시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도 모두 무시한 채 불법 안락사를 강행했다.(관련 기사 바로가기 : 후원금 모집 이용하더니...EBS 나온 세나도 몰래 안락사)

공익제보자 B씨는 "군산보호소가 '안락사 없는' 동물보호소라고 적극 홍보해놓고 몰래 불법 안락사를 시행한 배경에 후원금이 큰 이유를 차지한다"면서 "안락사 없는 동물보호소에 반응하고 열광하는 사회 분위기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유영재 '비글구조네트워크' 대표는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시행하는 안락사에선 개방성과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동물보호관리시스템상 유기·유실동물을 10일 동안 공고하듯이, 안락사 시행 전에 이를 알리는 시스템을 제도로 마련해놓으면 유기동물에겐 입양과 같은 새로운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 있을까? 유기동물보호소의 운영 방식과 구조에서 이 문제를 풀 실마리를 찾아보려 한다.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 <셜록> 제휴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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