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故 변희수 육군하사의 강제 전역이 부당하다는 1심 판결에 항소 방침을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20일 "변 전 하사의 명복을 빌고 1심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면서도 "상급 법원의 판단을 받아 볼 필요가 있어 법무부에 항소 지휘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항소 여부는 법무부가 국방부의 의견을 검토한 뒤 최종 결정한다.
앞서 대전지방법원은 지난 7일 "법적 성별 정정을 마친 변희수 하사의 성별을 여성"이라면서 남성을 기준으로 심신장애 여부를 판단한 군의 전역처분을 취소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국가가 성별 정정을 법·제도적으로 인정한 상황에 육군의 심사도 이 같은 배경을 바탕으로 이뤄져야 했다는 의미다. 변 하사 또한 해외에서 수술을 마친 뒤 곧바로 성별 정정을 마쳤다.
반면 군은 변 하사를 남성으로 본 판단이 정당했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이번 국정감사에 나온 남영신 육군참모총장, 서욱 국방부장관 등은 각각 "당시 군의 결정은 정당한 판단이었다고 본다", "육군은 남군이라고 판단했고, 법원과 생각의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항소 자체가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등 부정적인 뜻을 표했다고 전해지면서 안팎으로 비판을 받아온 군 당국은 더욱 곤혹스러워진 상황이다.
군 당국이 항소를 결정한 데는 이번 판결이 군 내 성소수자 문제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군은 현재 군형법 제92조를 근거로 군 내 동성애자를 색출·처벌하고 있다. 군 내부에서도 '성소수자 군인에 대한 첫 판례이기 때문에 대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이 이 같은 결정을 밝힘에 따라 강한 비판이 예상된다. 그동안 군 내 각종 성폭력·인권침해 사건까지 더해져 "똑같이 반복되는 피해는 방관하면서 성소수자 색출·처벌에만 혈안"이라는 목소리도 크다. 최근 잇따라 보도된 군 내 성폭력 사건과 함께, 공군 2차 가해 사망 사건의 부실수사 지휘부가 한 명도 기소되지 않았다는 점도 공분을 더하는 이유다.
다만 항소가 실제로 이루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국방부는 이날 항소 방침을 전하면서도 "육군이 항소장을 제출하기 위해서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무부의 지휘를 받아야 한다"면서 "국방부는 군의 특수성, 국민적 여론 등을 고려한 정책 연구를 통해서 성전환자의 군 복무 여부를 면밀하게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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