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전 돌아가신 아버지 통장에서 1억여원을 상속인들 몰래 꺼내쓰다가 형제들에게 들통나 고소당하는 황당한 사건(본보 지난 17일자 관련보도)이 발생한 가운데 돈을 인출해준 지역 금융기관과의 유착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8일 대구지검 상주지청에 따르면 십 수년간 예천읍 내 지역농협 등 8곳 금융기관을 돌며 사망한 부친 명의 통장에서 1억 원 상당의 돈을 인출 한 혐의로 경북 예천군 예천읍 A 씨(60대)에 대해 조사 중이다.
또 A 씨에게 돈을 내준 혐의(사기방조)로 지역 금융기관 출납창구 직원 3명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보고 있다.
지역 유력 일간지 기자로 활동하며 수백억 원대 재산을 보유한 인물로 알려진 A씨는 십 수년간 틈틈이 지역 금융기관을 돌며 사망한 부친의 통장과 도장으로 수차례에 걸쳐 돈을 꺼내 쓰다 이 같은 사실을 뒤늦게 인지한 A씨 가족이 최근 A씨와 금융기관 직원들을 경찰에 고소했다.
이에 대해 돈을 인출해준 지역 금융 관계자는 “해당 사건과 관련해 직원이 경찰 조사를 받았고 송치가 됐으니 그에 따라 결과가 나오면 된다”라면서도 “현재 시스템으로는 금융기관에서 고객의 사망 여부를 인지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망자의 가족이 ‘상속인 재산조회 제도’에 따라 행정 또는 금융기관 1곳이라도 방문해 상속인 조회 서비스를 신청해야만 전산에 등록되고 자동 지급 정지가 되기 때문에 이 같은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 사실상 사망 여부 확인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지역주민 김 모씨(52·남본리)는 “A 씨의 경우 지역 유명 언론인이라, 당시 왠만한 지역 인사들은 조문을 다녀왔다”면서 “농협 등 지역 금융기관 고위 관계자들도 다녀간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스템상 등록이 없다 하더라도 사망 여부를 인지했을 텐데 돈을 내어 준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금융기관과의 유착 의혹을 조심스레 제기했다.
지역 언론계 한 관계자는 “언론인으로서 부끄러운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A 씨의 범행에 지역 금융기관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었다면 사실 여부에 대해 명백히 밝혀져야 하기에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행정기관에 사망신고를 하더라도 금융권 전산에 연동되지 않아 사실상 사망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라면서도 “창구에서 소액이 아닌 고액을 내어 줄 때 신분증 확인 등을 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은 면치 못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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