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국적으로 단체장 집무실 운영을 놓고 논란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경북 안동의 시민운동장이 공인경기장으로서의 자격을 상실하다 못해 박탈 당할 위기에 놓였다.
지난 1979년 첫 개장해 수용 인원 1만8000명에 달하는 안동시민운동장은 안동시가 2종 공인경기장으로 인증받아 지금까지 개·보수 등으로 천억 원 상당의 사업비를 들여 시·도 단위 대형체육 행사 및 육상과 축구 등 각종 전국대회 유치장소로 사용 중이다.
이 같이 안동시민의 건강 증진과 체육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 온 시민운동장이 지난 40여 년의 세월이 무색할 만큼 안윤효 민선 1기 안동시체육회장이 취임 후 공인경기장 필수요건인 선수 탈의실을 뜯어내 자신의 호화 집무실로 만든 사실이 드러나 눈총을 받고 있다.
15일 대한체육회와 대한육상연맹 등의 규정에 따르면 전국단위 대회 개최시 메인 경기장 이외에 보조경기장과 라커룸, 심판대기실, 샤워장 등을 갖춘 1종 또는 2종 경기장을 반드시 보유해야 하고 육상경기장과 용기구 및 장비 규칙에는 ‘2종 공인 경기장의 경우 100명 이상의 선수가 사용 가능한 탈의실을 남·여 각 3개소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기록대회의 경우 1·2종 공인경기장에서 낸 성적만이 공식으로 인정받기에 공인경기장 승인 기준이 매우 엄격하다. 때문에 공인경기장을 보유한 타 지자체도 이를 유지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들이며 유지·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안윤효 안동시체육회장은 지난해 취임과 동시에 안동 시민운동장의 선수 탈의실을 뜯어 자신의 개인 집무실로 꾸몄다. 특히 안 회장의 집무실에는 침대와 고급 소파, 개인 샤워장 등을 별도로 만들어 ‘안동시체육회’라는 현판만 빼면 마치 고급오피스텔에 들어온 것 마냥 호화스럽기까지 하다.
아울러 기존에 있던 체육시설물인 선수 개별 사물함 등은 지난해 말 체육회에서 임의로 불용품폐기 처분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동시 역시 호화판 체육회장실을 꾸미는데 수천만 원의 혈세를 체육회 쪽으로 건넨 것으로 파악돼 지역민들과 체육인들 사이에서는 ‘그나물에 그밥’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를 두고 지역민 A씨(48·강남동)는 “안동시장에 출마한 사람이 농지법 위반도 하더니, 이번엔 안동시민의 재산인 운동장을 제멋대로 뜯어내고 고급오피스텔 같은 회장실을 꾸몄느냐?”며 “시장에 당선되면 안동시청도 뜯어고쳐 고급호텔 같은 시장실도 만들 사람”이라고 분개했다.
안동시체육회 한 종목단체 전무는 “안동시가 ‘체육인프라 좋아지는 안동’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에 혈안이더니, 안동시체육회의 수장이 집권과 동시에 체육인의 명예에 먹칠했다”며 “진정한 스포츠정신이 결여된 사람이 시장 선거에 출사표까지 던지냐?, 자질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안동시 보조금으로 체육 시설을 마음대로 뜯어 개인 집무실을 만든 건 엄연한 보조금 유용에 해당하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안동시 체육새마을과 담당자는 “당시 회장 집무실이 필요하다고 해 어쩔 수 없이 예산 2000만원을 체육회로 줬다”며 “체육시설을 뜯어내고 시설물을 폐기한 건 전적으로 체육회에서 알아서 한 일이다”면서도 “안동에서 개최되는 전국단위 대회는 육상 뿐인데 육상은 지역 경제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아 개최하지 않은지 오래다”라고 잘라 말했다.
전일선 안동시체육회 사무국장은 “전국대회를 하기 전 별도 예산을 만들어 탈의실과 샤워실을 매번 준비한다”며 “올해 초 상임부회장과 함께 취임해 지난해에 일어난 일들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고 체육회장 집무실은 대외 인사들이 주로 사용한다 ”고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안 회장은 “기존에 창고 용도로 사용한 것 같다. 회장실을 새롭게 만든 비용은 시에서 예산을 들여 꾸며줬다”고 해명했다.
한편 안윤효 안동시체육회장은 지난 2015년 20억원을 들여 안동 용상동 일대에 토지를 사들여 펜션 영업을 하다 최근 농지법을 위반해 시로부터 원상회복 명령을 받은 바 있고, 내년 6.1 지방선거 안동시장 국민의힘 경선 후보 출마를 선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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