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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좋아서 달려오는 개에게 그들은 주사기를 꽂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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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자기 좋아서 달려오는 개에게 그들은 주사기를 꽂았다"

[군산유기동물보호소의 두 얼굴] 후원자와 직원 속이고 안락사한 소장

'유기동물의 천국'이라 불린 군산시유기동물보호소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 군산시유기동물보호소는 다른 지자체 동물보호소와 다르게, 2019년부터 ‘안락사 없는 보호소‘를 표방했다. 군산시 위탁을 받아 지자체 동물보호소를 운영한 이정호 소장은 '유기견의 대부'라고 불린다.

이정호 군산시유기동물보호소 소장(2021년 3월 퇴사)은 2019년 한 해에만 수의사 대신 본인이 직접 심정지약을 주사해 유기견 약 60마리~80마리를 불법 안락사했다. 그는 마취제를 투여하지 않고 곧바로 심정지약을 투약해 유기견들을 고통사 했다. 이 소장은 그렇게 죽인 유기견 사체를 보호소 안에 불법 매립했다. 불법 안락사 흔적을 은폐하려는 조치로 보입니다.

군산시유기동물보호소가 진실을 감춘 채 지자체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연평균 6억 원이다. 이 소장은 2021년 3월 떠났지만, 군산시유기동물보호소의 부적절한 행위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국내 지자체 보호소 90%가 민간 위탁으로 운영된다. 지자체는 입찰을 통해 되도록 낮은 예산으로 위탁자와 계약을 맺고, 이중 대부분이 수익을 우선하는 민간수탁업자다. 넘쳐나는 유기견을 맡아주는 곳이다보니, 지자체는 관리 감독을 철저히하기 어렵다. 비리와 부적절 행위가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군산유기동물보호소의 두 얼굴'에서는 민간 위탁 동물보호소의 구조적 한계를 다루고자 한다.

죽이러 온 줄도 모르고, 녀석은 좋다고 꼬리를 흔들었다. 아직 이름을 못 지어 '백구'라 부른 녀석. 미안해서 똑바로 쳐다보기도 어려웠다.

'그만하라고, 다시 한 번 말할까….'

말리려는 찰나, 소장은 벌써 백구 뒷목에 주사바늘을 꽂았다. 심정지 주사 한 방에 백구는 경기를 일으키고 신음소리를 냈다. 곧 바닥에 쓰러져 축 늘어졌다. 마취제를 생략한 고통사. 백구는 그렇게 2019년 8월 8일 오후 7시께 죽었다.

'유기견의 대부'로 통하는 이정호 소장이 불법 안락사로 개를 죽이면 뒷수습은 다른 직원 몫이었다. 전직 직원 A씨가 개 사체 처리를 담당했다.

"이 소장이 죽인 유기견 사체를 견사 밖으로 꺼내는 일을 제가 했습니다. 한 마리를 (견사에서) 꺼낼 때, 이 소장은 어디서 또 한 마리를 죽이고 있더라고요. 자주 말렸지만, 소용없었습니다. "

A 씨의 말이다. 이 소장은 그동안 유기견을 얼마나 몰래 죽였을까. 그는 이렇게 기억했다.

"2019년 한 해에만 최소 80마리 이상을 이 소장이 직접 죽였습니다. 마취 없이 심정지약을 주사했습니다."

동물보호법 제22조 2항에는 "동물의 인도적인 방법에 따른 처리는 수의사에 의하여 시행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대규모 불법 안락사가 은밀하게 자행된 곳은 ‘유기견의 천국‘으로 불리는 군산시유기동물보호소(이하 군산보호소)다.

군산보호소는 군산시 위탁 지자체 유기동물보호소로, 2019년 당시 안락사 없는 '노킬' 보호소를 표방했다. 2018년 2월부터 운영을 맡은 이정호 당시 소장은 '유기견의 대부'로 칭송받았다.

"우리는 아파서 힘들어하는 애들만 수의사 봉사자, 시청 관계자 다 모아놓고 협의한 뒤에야 안락사 했어요. 개체수 많아서 안락사? 그런 거는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2020년 4월 27일 이정호 소장 네이버 <동그람이> 인터뷰 발췌-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군산보호소에 지원된 지자체 보조금은 연평균 6억 원. 후원금과 물품 협찬도 상당했다. 군산보호소는 "전국 최초 안락사 없는 유기동물 보호 활동으로 생명 존중 문화 확산에 이바지했다"는 이유로 2020 환경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소장은 후원자와 다수의 직원을 속이고 은밀하게 많은 개를 죽였다.

군산보호소는 2019년 유기동물을 구조하고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고 언론에 홍보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됐다. 군산보호소는 늘어나는 유기견 개체수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이 소장이 직접 주사기를 든 배경이다.

A씨는 이 소장의 불법 안락사를 여러 차례 목격했다.

"이 소장이 직접 주사기를 들고 다녔어요. 견사 안에서뿐만 아니라 여러 강아지들이 노는 운동장에서도 개를 죽였어요. 자기 좋아서 달려오는 아이한테 주사기를 그냥 꽂았어요. 약 50kg 정도 나가는 대형견 ‘망치‘한테는 주사기를 세 번이나 꽂았습니다."

▲ 이정호 군산유기동물보호소 소장이 2019년 8월 8일 불법 안락사를 하는 모습. ⓒ공익제보자 제공

불가피하게 안락사를 할 땐, 사전 마취 후에 심정지 약품을 투약하는 등의 절차를 지켜야 한다. 이 소장은 이런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당시 군산보호소 중대형견사 관리를 맡았던 A씨는 이렇게 말했다.

"(안락사 할) 개체 선정 기준도 없었습니다. 이정호 소장 마음 내키는 대로 마구잡이로 (강아지들한테) 주사기를 꽂았으니까요. 주로 사람들의 선택을 받지 못해 입양 못가는 중대형 개가 많이 죽었습니다."

이정호 소장의 행태를 참다못해 공익제보자로 나선 사람의 말을 어디까지 믿어야 할까.

A씨는 2019년 불법 안락사 된 유기견 사체 사진 여러 장을 보여줬다. 주로 직원들이 출퇴근하기 전에 찍힌 사진이었다.

첫 번째 사진에는 2019년 6월 2일 오전 7시께 네 마리의 유기견 사체가 트럭에 실려 있는 모습이 담겼다.

다음 사진에는 2019년 8월 8일 오후 7시 7분께 이 소장이 백구 뒷목에 주사기를 갖다대는 장면이 찍혔다.

그 다음 사진에는 2019년 8월 8일 오후 7시 9분, 15분, 21분, 31분 차례로 유기견 4마리가 견사에 죽어 있는 모습이 담겼다. 개 여러 마리가 볼 수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죽어 있는 유기견도 있었다.

▲ 2019년 8월 8일 오후 7시 9분, 15분, 21분, 31분 차례(맨 왼쪽 첫번째 사진부터 시계방향)로 유기견 4마리가 견사에 죽어 있는 모습. ⓒ공익제보자 제공

이 소장이 직접 불법 안락사를 했다면, 수의사가 합법적으로 안락사한 개체 숫자에는 포함되지 않을 터. 두 사람의 증언을 검증하기 위해 기자는 맹성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인천 남동구갑)을 통해 '동물병원을 통한 군산보호소의 연도별 안락사 시행 개체' 자료를 요청했다.

지난 7일, 맹성규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자료를 확인한 결과는 공익제보자의 증언과 일치했다. 2019년, 수의사가 합법적으로 안락사한 개체는 단 한 마리뿐이었다.

공익제보자 A씨가 사진으로 제시한 유기견 최소 9마리는 군산보호소에서 수의사의 판단을 거치지 않고 죽은 셈이다.

A씨는 2019년 8월 8일 불법 안락사당한 유기견 5마리의 평소 사진도 보여주며 "사람을 보면 꼬리부터 흔들며 반기는 순한 개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이 소장은 개체 선정 기준도 없이 무분별하게 불법 안락사를 시행한 것이다.

그렇다면 불법 안락사한 유기견의 사체는 어떻게 처리했을까?

"이 소장은 불법으로 죽인 유기견 사체를 트럭 '세레스'에 실어 군산보호소 내 가장 높은 언덕 위로 옮겼습니다. 그 뒤 굴착기로 땅을 파서 매장했습니다. 불법 안락사 증거를 불법으로 은폐한 겁니다."

동물보호법 제22조에 따르면, 동물보호센터의 장은 인도적 안락사에 따라 동물의 사체가 발생한 경우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폐기물관리법엔 동물사체를 땅에 매립하는 행위를 포함하지 않는다.

실제 군산보호소는 2019년 5월부터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의료폐기물업쳬를 통해 동물사체를 처리했다. 이 소장이 의지만 있었다면, 충분히 의료폐기물업쳬를 통해 동물사체를 처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즉, 사체 매립은 이 소장의 불법 안락사 은폐 의지를 엿볼 수 있는 행동이다.

또 A씨는 "이 소장이 불법 안락사한 개체를 입양으로 조작해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했다"고 폭로했다. 지자체 동물보호소는 관리 중인 유기동물의 개체 정보를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공고해야 한다.

기자가 직접 '동물보호관리시스템'을 확인해보니, 2019년 8월 8일 불법 안락사당한 유기견 세 마리는 '입양 완료'로 조작 표기돼 있었다.

군산유기동물보호소 ⓒ셜록

이 소장의 반론을 듣기 위해 지난 9월 13일 전라북도 군산시 나포면에 위치한 '개린이 쉼터'를 찾았다. 이 소장은 2021년 3월 31일 군산보호소 소장을 그만두고, 2021년 10월 현재 사설동물보호소 '개린이쉼터'를 운영 중이다. 이 소장은 보호소를 찾아온 기자를 보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내비게이션에도 (보호소 위치가) 안 나오는데, 어떻게 찾아왔대?"

이 소장은 보호소 한 켠에 접이식 의자를 피고 앉았다. 보호소의 수십 마리 개들이 요란하게 짖어댔다.

"소장님이 유기견들을 불법 안락사를 한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사실인가요?"

이 소장은 기자의 얼굴을 보면서 태연하게 말했다.

"내가 구조했는데, 내 새끼를 내 손으로 (불법 안락사)하는 게 낫잖아요?"

기자가 불법 안락사 개체 선별 기준을 묻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그래도 무차별적인 안락사한 적은 없어요. 사람 물거나 다른 강아지 공격하는 사나운 개체만 선별해서 보낸 겁니다! 직원들이 먼저 안락사를 요청하기도 했고요."

기자가 꼬리치며 사람을 반기는 유기견들의 사진을 봤는데도, 이 소장은 “사나운 개체만 선별해서 불법 안락사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9년 한 해 몇 마리 죽인 걸로 기억할까? 그는 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으로 천천히 말했다.

"다섯 마리에서 열 마리 정도? 아니, 열다섯 마리인가, 일곱 마리인가…."

불법 안락사 당한 개체의 사체 처리에 대해 이 소장은 이렇게 말했다.

"시에서 (폐기물처리법에 따라) 종량제봉투에 사체를 담아 버려야한다는데, 그러고 싶지 않아서 보호소 안에 땅을 파 묻어줬죠."

"안락사 없는 보호소“라는 이 소장의 말은 거짓말이다. 이 소장은 사람들을 기만하고, 뒤에서 몰래 불법 안락사로 개를 죽였다. 수의학적 판단을 거치지 않고, 마취제도 사용하지 않은 채 말이다.

▲ 이정호 소장은 지난 9월 13일 인터뷰에서 불법 안락사 문제에 대해 “내가 구조한 내 새끼들을 내 손으로 (안락사하는) 게 낫다”고 기자에게 설명했다. ⓒ<셜록> 영상 갈무리

물론, 지자체 운영 동물보호소에서 안락사는 불가피한 면이 있다.

건강 회복이 불가능하거나, 보호소 수용능력을 고려해 보호·관리가 어려운 개체를 절차에 따라 안락사하는 건 동물보호법에도 어긋나지 않는다.

이 과정에서 수의사 진료 없이 안락사 대상 동물을 임의로 판단하고 결정하면 안 된다. 불가피한 안락사도 수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따라 진행하는 게 원칙이다.

김세현 동물권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 이사는 “이 소장이 마음대로 개체를 선별해 마취제도 사용하지 않고 유기견을 죽인 건 살처분에 가깝다“면서 “동물을 불법 안락사한 사람이 또 사설동물보호소를 운영하는 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근데, 수의사도 아닌 이정호 소장은 불법 안락사에 사용한 심정지약물을 어디서 어떻게 구했을까? 이 내용은 두 번째 기사에서 공개할 예정이다.

이 기사는 <프레시안>과 <셜록> 제휴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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