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독점 구조를 지닌 카카오가 정부의 규제 칼날을 피하기 위한 자구책을 내놓았다. 소상공인과의 상생을 위해 300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하고 일부 골목상권 사업에서 철수할 것을 밝힌 것이다. 다만, 여전히 독점적 지위에 있는 카카오이기에 골목상권 침해 논란은 앞으로도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카카오는 14일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모여 전체 회의를 열고 투자전문업체 '케이큐브홀딩스'는 사회적 기업으로 전환하고, 소상공인 지원을 위해 3000억 규모의 기금을 조성 및 꽃과 간식 배달 등 일부 서비스를 종료를 결정했다.
3000억 원 기금 조성은 5년에 거쳐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대리운전, 택시를 포함해 플랫폼에 참여하는 다양한 공급자, 종사자들의 복지 증진에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세부 계획은 연내에 내놓을 예정이다.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진행하는, 금액을 추가하면 카카오 택시에 더 빨리 승차할 수 있는 '스마트 호출'도 폐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택시기사들에게 배차 혜택을 주는 요금제 '프로멤버십' 가격을 기존 9만9000원에서 3만9000원으로 낮추고, 대리운전 중개 수수료도 기존 20%에서 낮춘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카카오의 '상생안' 발표는 정부의 압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중론이다.
케이큐브홀딩스는 10.59%의 지분을 보유한 카카오의 2대 주주로 사실상 카카오의 지주회사로 평가받는다. 이 기업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가족들이 경영해왔다. 남동생 김화영 씨가 지난해까지 대표를 맡았고, 김 의장의 부인 형미선 씨가 이 회사 임원에 등재돼 있다. 김 의장 아들 상빈 씨와 딸 예빈 씨도 이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공정위는 김 의장이 지정자료, 즉 계열회사-친족-임원-주주 현황 자료를 제출하면서 케이규브홀딩스 관련 사항을 고의로 누락했는지를 살펴보고 있었다. 최근 공정위는 카카오와 케이큐브홀딩스 현장조사에 나서기도 했다.
또한, 공정위는 케이큐브홀딩스가 ‘금산분리’ 원칙을 위반했는지도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경영컨설팅 서비스 업종이었던 케이큐브홀딩스는 지난해 금융업으로 변경했다. 이렇게 되면 금융사인 케이큐브홀딩스가 비금융사인 카카오를 지배하는 게 된다. 이런 구조가 법 위반으로 판단될 경우, 케이큐브홀딩스는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카카오 지분 10.6% 대한 의결권을 포기하거나 카카오가 지배구조를 바꾸는 기업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카카오의 지주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의 사회적기업 전환은 이러한 공정위의 칼날을 피하기 위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마찬가지로 공정위는 가맹택시에 호출을 몰아준 혐의로 카카오모빌리티를 조사하고 있다. 이번에 카카오가 사회적 기금 3000억 원을 조성하고, 골목상권 침해라는 지적을 받은 사업에서 철수한다고 발표한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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