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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 고용과 소득에서 여전히 성별 차이 크다"

여성가족부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발표

여성의 사회·경제 활동이 늘어나면서 여성의 고위직 진출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여전히 가정 내 노동은 여성에게 쏠려있고 범죄 불안도 여성이 남성에 비해 컸다. 여성들은 한국사회가 교육기회는 대체로 공정하다고 봤으나 정치는 가장 불공정하다고 봤다.

여성가족부가 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1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보고서를 발표했다.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은 여가부가 1997년부터 양성평등주간에 발표하는 조사 보고서다. 올해는 사회인식 분야를 추가해 △인구와 가구 △의사결정 △일·생활 균형 △여성폭력 △고용 △소득 △건강 △사회인식 등 총 8개 분야의 40개 통계를 분석해 발표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안전에 대한 인식이었다. '한국사회가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27.6%로 남성 36.0%보다 8.4%포인트 낮았다. 특히 '범죄로부터 안전하다'고 여기는 여성은 21.6%로 남성 32.1%와 10.5%포인트에 달하는 큰 차이를 보였다. 최근 여성폭력 사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에 따르면 성폭력·가정폭력·데이트폭력·스토킹·불법촬영 등 여성폭력 사건의 검거 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다만 '범죄 검거 건수'가 늘어난 것으로, "점차 다양화하는 여성폭력 발생 자체의 증가가 주된 원인일 수 있으나 예방교육 등으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한 점, 개인적 일로 인식했던 폭력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진 점, 경찰의 적극적인 검거 등이 작용한 복합적 결과"라는 게 여가부의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2019년 기준 성폭력 사건 발생 건수는 3만1396건으로 2010년 2만375건의 1.5배에 달했다. 같은 해 가정폭력 사건 검거 건수는 5만277건으로 2011년 6848건과 비교해 7.3배 수준이다. 데이트폭력·스토킹 검거 건수는 각각 9858건·581건으로 2013년보다 36.2%, 86.2% 증가했다.

불법촬영 발생 건수는 2020년 기준 5032건으로 2011년 1535건에 비해 3.2배 늘었다. 검거 인원 5151명 중 대부분이 남성(94.1%)이었다.

고용·소득 지표 개선…여전히 성별 차이 커

고용·소득 등에서의 지표는 개선되고 있었으나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고용률이 낮고 저임금·비정규직 등 불안정 일자리에 고용된 비율이 높았다. 관리직·고위직 중 여성 비율인 '유리천장'도 다소 나아졌으나 여전히 선진국 평균에 못 미쳤다. 이에 따라 임금소득은 여성이 남성의 69.6% 수준에 불과했다.

2020년 여성 고용률은 50.7%로 남성 69.8%보다 19.1%포인트 낮았다. 여성 임금 노동자 중 고용계약 기간이 1년 이상인 상용노동자는 50.8%로 2000년에 비해 31.6%포인트 늘었으나 남성 56.3%보다 5.5%포인트 낮았다.

ⓒ여성가족부

반면 비정규직 노동자는 45%로 남성 29.4%보다 15.6%포인트 높았다. 임시노동자는 23.7%로 남성 11.4%에 비해 12.3%포인트 높았고 저임금 노동자(중위임금의 2/3 미만) 비율도 24.1%로 남성 12%보다 12.1%포인트 높았다.

여성 관리자나 고위직 비율은 20%를 넘는 등 늘어나고 있으나 국제적 기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 3월 발표한 2020년 유리천장지수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여성 임원 비율 평균은 25.6%, 여성 고위관리직 비율 평균은 33.2%다.

반면 2020년 한국 공공기관과 지방공사·공단, 500인 이상 민간기업(대규모 기업집단 중 300인 이상 포함) 관리자 중 여성은 20.9%에 불과했다. 2010년 15.1%에서 5.8%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2021년 올해 상장기업의 임원 가운데 여성 비율은 5.2%로 나타났다. 4급 이상 일반직 국가공무원 중 여성은 17.8%, 변호사 중 여성은 27.8%로 각각 2010년 6.3%, 11%에 비해 11.5%포인트, 16.8%포인트 늘었다. 21대 국회에서 여성 국회의원은 57명, 19.0%로 역대 최대다. 또 올해 중앙행정기관 장관 18명 중 여성은 5명인 27.8%이다.

성별 임금 격차는 2020년 69.6%로, 2010년 61.6%에 비해 8%포인트 감소했으나 여전히 차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여성이 시간당 1만5372원을 벌 때 남성은 2만2086원을 벌었다.

▲김경선 여성가족부 차관이 5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2021년 상장법인 성별 임원 현황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1인가구 증가·최저 출생률, "성차별 개선해야"

2020년 여성의 삶의 만족도는 62.1%로, 2017년 60.0%에서 2.1%포인트 상승했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사회 공정성 인식이 전반적으로 높았으나 '성별에 따른 대우'는 낮게 평가했다. 여성은 한국사회의 공정성에 대해 '교육기회'를 76.8%로 가장 높게 평가했고 '정치활동'은 40.3%로 가장 낮게 평가했다.

인구·가구 분야에서는 여성 1인 가구가 큰 폭으로 늘어나고 혼인 건수는 감소했다. 2020년 여성 1인 가구는 333만9000가구로 2000년 127만9000가구보다 2.6배 늘었다. 반면 초혼 건수는 2020년 초혼 건수는 16만7000건으로 2000년 27만2000건보다 38.6% 감소했다.

이러한 변화는 출산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2020년 출생아 수는 27만1000명,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정 내 돌봄과 가사의 책임이 여성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2019년 맞벌이 가구의 하루 평균 가사노동 시간은 여성이 3시간7분으로 남성 54분보다 2시간13분 더 많았다. 남편 외벌이 가구의 경우 여성이 남성에 비해 4시간48분 더 가사노동을 했고, 아내 외벌이 가구의 경우에도 여성이 37분 더 길었다.

2019년 출생아 부모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21.6%인데 이 중 여성이 63.6%로 2010년 41%에 비해 22.6%포인트 늘어났다. 반면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1.8%로 2010년 0.2%에서 1.6%포인트 늘어났다.

특히 2020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활용한 노동자 1만4698명 가운데 88.8%에 달하는 1만3059명이 여성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유치원·학교 등이 문을 닫으면서 이 제도를 활용한 여성노동자는 전년(2019년)에 비해 2.7배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종미 여성정책국장은 "올해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분석 결과를 보면 20년간 가정과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는 있으나 여전히 유리천장, 열악한 근로여건 등 개선이 필요한 분야도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여가부는 여성 대표성 제고 계획을 지속 강화하고, 노동시장의 성 격차 해소와 근로 환경 개선 등을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스토킹, 디지털 성범죄 등 다양한 여성폭력에 대한 대응체계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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