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이 27일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방침에 대해 "이전 정권의 불행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1970년대 군사독재 시절, 긴급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진 이유로 옥고를 치렀던 사건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법정에서다. 민주주의의 암흑기에 '언론의 자유' 말살을 직접 경험했던 당사자이자 민주당의 전신인 열린우리당 의장을 역임한 여권 원로의 경고여서 울림이 있다.
이날 최후진술에서 이 상임위원장은 "현 집권세력이 언론 자유를 위해 애를 쓴다고 하다가 이제 언론중재법을 만들어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 고집을 부리며 밀고 나간다"면서 "(여당이) 만일 고집대로 밀고나갈 경우, 국민의 거대한 저항을 받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자신의 재심이) 우리나라에서 진행되는 언론 자유와 관련한 혼란에 좋은 시사점이 될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동아일보 기자이던 이 이사장은 1974년 자유언론실천선언에 참여해 이듬해 해직됐다. 그 후 박정희 전 대통령 사망 직후인 1979년 11월 13일 윤보선 전 대통령의 자택에서 내외신 기자들을 상대로 긴급조치 해제와 언론자유 보장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배포한 이유로 징역 3년을 확정받아 복역했다.
재심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조용래 부장판사)는 2회 공판기일인 이날 증거조사를 마무리하며, 이 이사장 사건에 적용된 계엄 포고가 "헌법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돼 위헌"이라며 42년 만에 이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 이사장은 "언론중재법은 제대로 손질돼야 한다"며 "여야, 언론단체와 시민단체 등이 국회 특별위원회에서 숙려하는 기간을 거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 합의로 시민사회와 언론계가 함께 참여해 나라의 어려운 환경을 극복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유신과 5공화국 체제, 광주학살 정치세력의 후예들이 언론의 자유를 위해 애쓰는 양 목소리를 높인다"며 "착시 현상이 너무 심해서 볼 수가 없다"고 했다.
무죄 판결을 받은 뒤 기자들과 만나서도 이 이사장은 "언론중재법의 취지는 틀린 게 아니다"면서도 "갖춰야 할 조항이 많은데도 집권세력 논리대로 이를 건너뛰어 부작용이 타나나게 생겼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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