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 기자가 아프가니스탄 수도인 카불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한 사령관에게 물었다.
"아프가니스탄의 많은 여성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게 될까, 직장에 가지 못하게 될까 걱정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여성들은 계속 그들의 삶을 살아갈 것이다. 그들이 원한다면 계속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일을 계속할 수 있다. 적절한 이슬람 복장을 취하면."
히잡(머리카락을 가리는 이슬람 전통 복장)을 쓴 CNN 기자가 물었다.
"나처럼 입으면 된다는 말인가?"
그러나 사령관이 답했다.
"얼굴울 가려야 한다."
기자는 확인차 다시 물었다.
"니캅(눈을 제외한 얼굴을 가리는 이슬람 전통 복장)을 입어야 한다는 말인가? 왜 얼굴을 가려야 하냐?"
"그것이 이슬람 율법이다."
15일 아슈라프 가니 아프간 대통령이 도망가고 아프간 정부군이 투항함에 따라 수도 카불에 탈레반이 무혈 입성하면서 던져진 질문 중 하나가 탈레반은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집권했을 때처럼 엄격한 이슬람 종교법(샤리아)로 통치할 것인가이다. 탈레반은 샤리아에 따라 여성의 교육과 취업을 금지했고, 도둑질을 하다 발각된 사람은 손목을 절단하는 등 '사지절단형'을 적용했고, 여성에 대한 명예살인을 허용하는 등 반인권적 구습을 강요했다.
사실상 권력을 장악한 탈레반은 공식적으로는 "카불 시민들의 안전을 보장하겠다", "여성의 교육과 취업을 금지하지 않겠다"는 등 과거와 달라진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아프간인들은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특히 탈레반 퇴각 후 교육과 사회 활동이 보장되면서 최소한의 공적인 삶을 영위했던 이슬람 여성들은 '살해의 공포'를 느끼며 몸을 숨기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아프간 최연소 여성시장의 타이틀을 갖고 있는 자리파 가파리(29세)다. 마이단샤르시 시장인 가파리는 15일 영국 <i뉴스>와 문자 메시지로 주고 받은 인터뷰에서 "나는 탈레반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나나 내 가족을 도와줄 사람이 없다. 그들은 나 같은 사람을 찾아서 죽일 것"이라고 심경을 전했다.
앞서 CNN 기자와 인터뷰에서 확인됐던 것처럼 탈레반이 보장하겠다는 "여성의 교육과 취업"도 현실적으론 많은 제약이 따른다. 이들은 얼굴과 온몸을 완전히 덮은 니캅이나 부르카(눈 부위도 망사로 되어 있는 이슬람 복장)를 입을 것을 요구한다. 또 12세 이상의 여성은 가족이 아닌 남성과 동석할 수 없기 때문에 별도의 교육기관과 직장을 택해야 한다. 교육은 백번 양보한다 하더라도 취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또 카불과 같은 상징적 대도시를 제외한 다른 지역은 시간이 갈수록 과거의 악습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수하일 샤힌 탈레반 대변인은 15일 BBC월드 뉴스 생방송 도중에 전화를 걸어 아프간 출신 앵커 얄다 하킴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카불에 사는 아프간 사람 모두의 재산, 삶, 안전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대변인은 "당연히 샤리아는 돌아온다. 우리는 이슬람 정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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