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건물)을 짓는 것은 나무를 짜맞추는 것, 나무를 짜맞추는 것은 나무의 성질을 맞추는 것, 나무의 성질을 맞추는 것은 사람을 맞추는 것, 사람을 맞추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맞추는 것, 사람의 마음을 맞추는 것은 목수에 대한 동량(棟樑)의 배려...”(<호류지를 지탱한 나무_1300년을 견딘 나무의 비밀> 니시오카 츠네카즈, 고하라 지로 지음, 한지만 옮김, 집, 2021)
우리의 도편수 혹은 대목장 격인 일본의 미야다이쿠(宮大工) 사이에 구전되어 오는 이야기다. 호류지(法隆寺) 전속 목수 집안의 아들로 태어난 니시오카는 할아버지로부터 엄격한 목수 수업을 받으며 미야다이쿠로 성장했다. 소학교를 졸업할 때 아버지는 공업학교를 가라고 했고, 할아버지는 농업학교를 가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이상한 것만 시키는 사람이야. 목수가 되려는 내가 왜 거름통 짊어지고 가지나 호박을 키우며 벼농사를 배워야 하지?”
나중에 알게 된 할아버지의 진심이다.
“사람은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간다. 나무도 흙에서 자라고 흙으로 돌아간다. 건물 역시 흙 위에 세우는 것이지. 흙을 잊어버리면 사람도 나무도 탑도 없다. 흙의 고마움을 모르고서는 진정한 인간도 훌륭한 목수도 될 수 없다.”
금당 재건에 사용할 히노키를 보기 위해 니시오카가 타이완에 갔다. 수령 2천년에서 2천 5백년 사이의 히노키가 자라고 있었다.
“노목이지만 그중에는 어린나무처럼 가지와 잎의 기세가 좋은 나무도 있었습니다. 그런 나무는 분명 속이 비어있습니다. 나이에 걸맞은 풍격(風格)이 있는 나무는 속까지 꽉 차 있었습니다. 나이에 맞는 모양을 한 나무는 껍질에서부터 속까지 충실합니다. 고목인데도 싱싱하고 푸른 잎에 기세가 있는 나무는 반드시 속이 텅텅 비어있습니다. 나무는 속이 비어있으면 껍질 부분만 생장시키면 되기 때문에 양분이 외관으로 과도하게 공급되어 어린나무처럼 보이는 게 아닐까요?”
이 부분에서 한참을 멈춰야만 했다. 니시오카는 목수가 아니다. 철학하는 사람이다. 일본의 마음이다. 내가 니시오카에게 반했던 건 이미 25년 전, 당시 첫 번역된 저자의 단독저서를 만나고서다. 책 제목은 <나무의 마음 나무의 생명(1996년)>. 이 책은 2013년 <나무에게 배운다>로 재출간 됐었다. 이번 책은 공저인데 제2장부터 건축학자 고하라 지로가 보충 설명하는 형식이다. 니시오카는 나무를 대할 때 일심으로 경배한다.
“미야다이쿠의 양심으로 다짐컨대, 이 생명을 죽이는 것과 같은 일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런 다음에야 톱이나 대패를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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