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염병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다음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대비한 백신 선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미 다년간 연구가 진행된 코로나바이러스가 아닌 라사열, 에볼라, 니파바이러스 등 다른 병원체가 갑자기 대유행할 가능성에 대비해 20여 종의 바이러스에 대한 프로토타입 백신을 미리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바이러스들의 분자구조를 파악하고, 항체를 분리해 바이러스에 어떻게 결합하는지를 알아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이러한 프로젝트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동물로부터 인간으로 전염되는 것을 포착할 경우 미리 개발한 프로토타입 백신을 신속히 생산함으로써 조기에 유행을 차단할 수 있다고 파우치 소장 등은 예상한다.
매년 수십억 달러의 비용이 들어가는 이 프로젝트가 첫 성과물을 내놓기까지 5년이 걸릴 전망이다.
파우치 소장은 NYT에 "예산을 확보한다면 2022년부터 시작될 것"이라면서 다른 바이러스들에 대한 백신 선개발 추진과 관련해 "백악관은 물론 다른 기관들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NIAID가 대부분의 재정을 지원할 것으로 보이지만, 의회로부터 추가 예산을 배정받을 필요가 있다고 NYT는 지적했다.
이 프로젝트는 바니 그레이엄 NIAID 백신연구센터 부국장이 지난 2017년 2월 내부 회의에서 처음 제시했다.
2009년 신종플루, 2012년 치쿤구니야, 2013년 메르스, 2014년 에볼라, 2016년 지카 등 끊임없는 바이러스 유행 끝에 나온 구상이었으나 처음에는 전폭적인 지지를 얻지 못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되살아난 이 프로젝트를 위해 NIAID는 바이러스 20종 각각의 구조와 취약점에 대해 알려진 내용을 정리한 스프레드시트를 만들었다고 연구소는 밝혔다.
또 민간 제약사들과도 프로토타입 백신의 신속 생산을 위한 공동 협약을 체결할 방침이라고 파우치 소장은 전했다.
그는 20종의 바이러스 가운데 10종에 대한 프로토타입 백신이 첫 5년간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 "아주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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