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놀러 갈 건데 해운대 근처에 분위기 좋은 술집 추천 부탁해요", "부산 클럽 중 어디가 제일 핫하고 재미있나요?"(온라인 커뮤니티 게시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수도권에서 방역수칙 완화 방안이 시행 하루를 앞두고 1주일 연기되자 비수도권으로 향하는 '원정 유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직장인 권모(27)씨는 3일 "서울에서 잡은 약속은 계속 취소되고, 데이트도 늘 실내에서만 하니까 우울했는데 경북은 영업시간이나 모임 인원 제한이 좀 풀렸다"며 "포항에서 부모님·애인과 함께 1박 2일 동안 실컷 놀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수도권으로 떠나는 이 같은 움직임은 휴가 시즌 시작과도 맞물린다.
강원 속초의 한 펜션 주인은 "이번 주말뿐 아니라 8월 말까지 예약이 꽉 찬 상태"라며 "휴가 영향이 있어 이제 와서 예약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비수도권은 지난 1일부터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를 적용해 충남·제주를 제외한 12개 시·도는 오는 14일까지 사적 모임을 8명까지 허용한 뒤 인원 제한을 없앤다. 제주는 2주간 6명까지로 제한하고, 충남은 인원 제한이 없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다시 거세지는 상황에서 여러 지역 사람들이 섞이는 것에 우려도 적지 않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는 이모(29)씨는 "수도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데 여럿이 지방으로 놀러 갔다간 자칫 민폐를 끼칠 수도 있다"고 했다.
충남 청양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천모(31)씨는 "각지의 고등학교 동창들이 부산에서 같이 만나려 했지만, 혹시 모를 감염 위험에 무산됐다"면서 "주로 아기를 키우는 친구들이 크게 걱정했다"고 말했다.
수도권 자영업자들은 비수도권에만 새 거리두기가 적용되는 데 따른 박탈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자영업자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국으로 다 놀러 가고 놀러 오는데 수도권만 제한을 두는 게 무슨 소용이냐", "새 거리두기에 맞춰 아르바이트생을 미리 뽑았는데 곤란하게 됐다" 등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신규 확진자가 6개월 만에 800명대로 치솟고, 인도에서 유래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 유행까지 시작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여전히 지역 간 이동 자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시혜진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부산·울산 등 지방 도시에서도 델타 변이가 확산하고 전국적 확진자 수도 많은 상황"이라며 "20~30대는 백신 접종자도 많지 않고, 접종을 마쳤어도 대사변이, 돌파 감염 등 위험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므로 여전히 거리두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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