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대선 무대에 첫 발을 디뎠다. 야권 대선후보 지지율 선두권인 윤 전 총장이 등판하면서 9개월 앞으로 다가온 정치권의 대선 경쟁이 본격화됐다.
출마선언은 대선후보로서의 역량과 자질을 드러내는 첫 번째 공식 무대다. 그가 내건 '법치', '상식', '공정', '자유민주주의' 화두는 정치권이 예상했던 범주다. 지난 3월 검찰총장 퇴임 때도 강조했던 가치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언사는 예상보다 거칠어졌다는 평가다. "무도한 행태", "이권 카르텔", '권력 사유화", "오만하게 법과 상식을 짓밟는 정권", "기만과 거짓 선동", "부패하고 무능한 세력", "국민 약탈", "부패완판 대한민국"…. 정권교체의 당위성과 자신의 야성(野性)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반(反) 문재인' 전면전을 선택한 셈이다.
아울러 "산업화와 민주화로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든 위대한 국민의 상식으로부터 출발하겠다"며 통합론을 내비쳤으나, 윤 전 총장은 이날 보수 정체성을 확연히 드러냈다.
출마선언문은 천안함 사건과 K-9 자주포 폭발 사건 관련자들에 관한 언급으로 시작했다. 안보관에 기초한 보수 결집에 공을 들인 포석으로 풀이된다.
이어 윤 전 총장은 "(현 정부는)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 한다"며 "자유가 빠진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가 아니고 독재요 전제"라고 했다. 또한 "국제 사회는 인권과 법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사이에서만 핵심 첨단기술과 산업시설을 공유하는 체제로 급변하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확고한 정체성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했다.
보수층이 북한과 체제경쟁 수단으로 활용해 온 '자유'에 강한 의미를 부여하고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강조하는 '가치동맹'에 결합력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 역시 보수층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 초반부터 보수 정치권과 언론이 줄곧 날을 세운 소득주도성장, 부동산,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도 '반시장', '위법', '포퓰리즘'이라는 취지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총장을 지내며 대중적 지지세를 확보한 윤 전 총장은 대선 행보를 반(反)문재인 정서 자극에 초점을 두고 시작함으로써, 보수 야권 후보로서의 입지를 다지려는 의도를 여실히 드러냈다.
그러나 현정부 비판과 정권교체의 당위성에 비중이 실린 반면, 자신의 국가운영 구상과 대선 출마 동기는 출마선언문과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기본소득에 대응하는 공정의 정책적 구상을 묻는 질문에 그는 "공정한 기회의 보장이 큰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추상적 언급에 그쳤다.
검찰총장의 정치 참여에 대한 비판론에 대해선 "총장을 지낸 사람이 선출직에 나서지 않는 관행은 의미가 있지만 절대적 원칙으로 보지는 않는다"며 "법치와 상식을 되찾으라고 하는 국민의 여망을 외면할 수 없었다"고 원론적으로 방어했다.
'윤석열 X파일' 논란에도 그는 사안에 대한 구체적 해명 대신 "일방적 마타도어"라며 "합당한 근거를 가지고 제시하면 상세하게 설명할 생각"이라고만 했다.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정책, 성장과 복지에 관해서도 윤 전 총장은 현정부 비판을 넘어선 정책 제안을 내놓지 않았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윤 전 총장의 "애매모호한 화법이 아니라 직설적이고 구체적인 화법이 인상적"이라고 호평한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선 "횡설수설 동문서답을 본 기분"(박주민 의원)이라는 혹평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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