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재개발 건물 참사'에서 불법 다단계 정황이 확인됐다.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과 계약을 맺은 업체 이외에도 다른 업체가 붕괴 현장에서 작업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그간 시행사인 현대산업개발은 불법 다단계는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13일 광주경찰청 수사본부에 따르면 시행사인 현대산업개발은 광주 학동 4구역 철거 현장 관련해서 한솔기업에 하청을 줬으나 건축 철거를 맡은 한솔 기업이 또다른 업체인 백솔에 재하청을 줬다는 게 확인됐다.
한솔기업은 지난달 14일 '학동 650-2번지 외 3필지 등 건물 10채(붕괴 건물 포함)를 해체하겠다'며 광주 동구청에 허가를 신청했지만, 정작 철거 공정엔 한솔기업이 직접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참사 현장에는 백솔 업체 장비가 동원됐고, 당시 현장 작업자 4명도 이 업체 소속이었다. 시행사(현대산업개발)가 1차 도급(한솔 기업)을 주는 건 합법이나, 이를 재도급(백솔)하는 건 불법이다. 이번 참사에서도 건설업의 고질병이 불법 다단계가 존재했던 셈이다.
하나 둘씩 드러나는 불법 다단계
더구나 붕괴된 건물의 석면 철거 공사는 다원이앤씨가 수주했으나, 이 기업은 또다시 백솔 기업에 재하청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신생 업체인 백솔기업은 다른 업체에서 석면 해체 면허를 빌린 무자격 업체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원이앤씨가 한솔과 이면 계약을 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경찰은 지분을 나눈 것으로 추정되는 이면 계약 정황(다원이앤씨·㈜한솔)과 백솔기업 대표의 일부 계좌 내역 등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런 식으로 불법 다단계 구조가 건설업에서는 끊임없이 이어져온다는 점이다. 경찰은 현대산업개발, 그리고 현대산업개발과 철거 계약을 맺은 한솔기업, 그 밑으로 아산산업개발 등 다단계 구조가 이번 참사의 직‧간접적인 원인이라고 꼽는다.
다단계 하도급으로 내려가면 안전 관리 등은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마진율을 남기려는 하청 업체들이 하는 손쉬운 방법은 안전 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이는 하도급으로 내려갈수록 더욱 가속화된다. 건설업에서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배경이기도 하다. 2020년 사고사로 사망한 산업재해 건수(882명) 중 건설업(458명)이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경찰은 불법 하도급을 거치면서 철거 공사비가 줄어 들었고, 이것이 부실 공정으로 이어진 게 아닌지 살펴보고 있다.
불법 다단계 없었다던 현대산업개발
그간 현대산업개발 측은 불법 다단계는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시행사는 1차 도급만 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후 도급 계약은 불법이다. 그러나 경찰 조사는 정반대로 나온 셈이다.
경찰은 다단계 계약이 이번 참사의 직·간접적 원인이라고 판단하며 철거업체 서울 본사 등 5곳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분석 중이다.
경찰은 현대산업개발이 한솔기업과 계약을 맺고 이후 이 업체가 백솔에, 그리고 또다시 아산에 재하청을 줬다고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사비가 삭감됐고, 이는 부실 공사로 이어졌다고 판단한다.
경찰은 현대산업개발 관계자 3명, 철거업체 관계자 3명, 감리회사 대표 등 모두 7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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