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 선거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선거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인 대한민국 선거의 기본원리에 모순된다.”
지난 10일 경상남도선거관리위원회에서 열린 ‘2021 경남 고등학생 열린 토론대회’ 우승팀 창원대산고등학교 ‘04년생 진주팀’의 논지는 명확했다.
교육기본법 제2조에서 교육의 목적이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을 기르는 데 있다는 것을 근거로 교육의 주체인 학생들의 입장을 교육감 선거에서 배제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또 교육감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민주시민에게 필요한 자질을 갖출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실천적 방법임도 강조됐다.
이 문제와 관련한 찬반 논쟁이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피교육자이며 미성숙한 학생들이라는 오랜 관념에 근거한 부정적 시각이 한 축을 이루며 대립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5일 학생들의 정치 참여 확대를 위한 정치관계법(공직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개정 의견을 국회에 제출해 내년 6월 치러질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학생 선거권’ 논쟁이 더욱 가열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앙선관위의 의견은 정당 가입 제한 연령을 만18세에서 만16세로 낮추는 것과 모의투표 허용, 투표‧개표 참관 허용 등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국회가 이를 받아들이면 생일이 지난 고교 1학년부터 정당 가입 등 정치적 활동이 가능해진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반대 입장을 가진 단체들은 학교에서 고교생들의 정치활동이 보장되면 학습권 침해 등 여러 가지 문제가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교육감 선거 참여 논쟁과 중앙선관위의 개정 의견은 내용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학생들의 정치 직접 참여라는 관점에서 불거지고 있는 찬반양론의 양상은 괘를 같이 한다.
그런 측면에서 창원대산고 ‘04년생 진주팀’의 주장은 눈여겨볼 지점이 많다. 이들은 ‘고교생 모두에게 교육감 선거권을 주어야 한다’는 논제의 토론회에서 학생들의 참정권 보장은 교육현장에서 학생은 ‘손님이 아닌 주인’이 돼야 한다고 논지를 펼쳤다.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고려한 교육정책을 선택할 대표자를 선출할 수 있고, 학생들의 정치적 관심을 높임으로써 국가의 미래를 이끌어갈 정치세력의 기본적 자질을 높일 수도 있다고 했다.
그들은 학생들이 더 이상 ‘미성숙한 존재’가 아님도 역설했다. 사회‧심리학적으로 논리적 이해와 이성적 판단이 충분한 시기이며, 정보 습득력과 판단력도 빠르고 사회의식 수준도 높다고 강조했다.
팀원들은 “청소년들은 더 이상 미성숙한 존재라고 바라보기는 어렵고, 우리 사회의 당당한 구성원이자 민주시민으로서 투표권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했다.
교육감 선거권 보장의 또 다른 장점에 대한 논리적 설명도 이어졌다. 선거는 정치활동의 실질적 체험이며, 민주사회의 이해와 체험적 사고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학교에서 교과서와 강의로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파악하는 데 그치고 있어 민주주의의 실천적 요인에 분명한 한계점이 있다는 문제점의 지적이다.
“학생들을 선거에 참여시켜 정치활동 경험을 제공하면 사회 시간에 배웠던 개념들을 보다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과 주체적 판단을 능동적으로 이끌어낸다면 자기주도적 민주시민을 육성하는 것이다.”
‘04년생 진주팀’은 “선거는 내일의 희망을 꿈꾸는 겨울나무와 같다. 우리의 계절이 겨울에만 머물러 있지 않기를, 봄의 새싹과 여름의 무성함을, 가을의 풍요로움을 갖기를 진정으로 희망한다”고 토론회를 끝맺음했다.
이번 토론회는 경남지역 19개 학교에서 모두 34개 팀이 참가했으며, 10일 열린 본선에서는 예선을 통과한 8개 팀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대회 은상은 거제고등학교 ‘범 내려온다’ 팀이, 동상은 거제상문고등학교 ‘유정란’ 팀과 사천 용남고등학교 ‘정원에 놀러간 수진’ 팀이 수상했다.
금상과 은상을 수상한 두 팀은 오는 8월 18일 열리는 ‘2021 대한민국 열린 토론대회’(고등학생부)에 경남대표 자격으로 출전한다. 이 대회에는 전국에서 선발된 32개 팀이 참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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