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취임 후 처음 민주노총을 찾은 자리에서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노동부가 코로나19 이후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위기감에 우선 공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맞받았다.
양자가 노동부와 민주노총 간 노정 협의 테이블 구성과 관련해 긍정적인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는 사실이 전해지기도 했다.
안 장관과 양 위원장의 만남은 28일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이뤄졌다.
모두발언에서 안 장관은 "노동부에서 공직 생활을 30년 정도 했다. 주로 노사관계 분야에서 일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노사관계는 인간관계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어려움이 있을 때 노동자와 사용자가 이야기하면서 해결 안 될 것 같은 문제도 진전을 본 일이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안 장관은 "실무자로 일할 때 민주노총과도 대화를 나누며 여러 문제를 해결한 경험이 있다"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겠다는 소명의식과 의지를 갖고 일할 테니 많이 도와주시고 지원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에 양 위원장은 "지난 한 달 현장을 돌아다니며 코로나 이후 미증유의 재난이 한국사회를 덮친 뒤 노동자들이 처한 절박한 상황을 깊게 느꼈다"며 "노동부가 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위기감에 공감하고 체감하는 게 중요하다. 그 과정이 수반돼야 다음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장은 "코로나 위기와 4차 산업혁명, 기후위기 등으로 인한 책임이 노동자에게 전가되는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최저임금, 노동자 안전, 일자리 문제가 우선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며 "노동부가 민주노총과 머리 맞대고 함께 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모두발언이 끝난 뒤 양측 참석자들은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는 민주노총이 노동부와 민주노총 간 협의 테이블 마련을 요구했고 노동부도 이에 긍정적으로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투쟁사업장 문제 해결, ILO 핵심협약 비준에 따른 노동관계법 개정, 산업재해 대응 등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와 민주노총이 공식 협의 테이블을 두고 이야기를 나눈 것은 10개월여 만이다. 양자 간 공식 협의는 지난해 7월 '코로나19 위기극복 원포인트 사회적 합의'가 민주노총 내부 반대에 부딪쳐 무산된 이후 이뤄지지 않아왔다.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이에 대해 "사회적 대화기구에 참여하는 것과는 별개로 민주노총이 노정교섭을 요구해왔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이야기를 꺼냈고 인사차 만난 자리에서 긍정적인 답을 들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민주노총 교육장과 건물 주변에는 150여 명의 투쟁사업장 노동자가 안 장관에게 자신들의 목소리를 전하기 위해 각자의 요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찾아왔다.
모두발언 중 안 장관의 "노사관계는 인간관계"라는 발언이 나왔을 때 교육장 안에 서있던 김계월 아시아나케이오지부장이 항의한 일도 있었다. 김 지부장은 "1년이 넘게 거리에서 농성했지만 복직하지 못했다. 회사는 중앙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판결에도 이행강제금을 1억 원 넘게 내며 버티고 있다"며 "어떻게 노사관계가 인간관계냐. 노동부의 역할이 뭐냐"고 물었다.
안 장관은 "복직이 이행되지 않는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며 "여러 방안을 검토해 가능한 한 빨리 복직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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