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지난해 경찰에 의해 살해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유가족을 만날 예정이다.
플로이드는 지난해 5월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관인 데릭 쇼빈에게 무릎으로 목을 9분 이상 졸려 사망했다. 플로이드는 경찰들에게 "나는 숨을 쉴 수 없다"며 풀어줄 것을 요청했으나 끝내 사망했고, 당시 현장에 있던 10대 흑인 소녀가 이 장면을 찍어 SNS에 올리면서 많은 이들의 공분을 샀다.
쇼빈은 지난달 재판에서 2급 살인, 2급 우발적 살인, 3급 살인 등 혐의에 대해 배심원에 의해 유죄 평결이 내려졌고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에서 경찰관은 공무수행 과정에서 저지른 폭력으로 용의자(특히 흑인들)가 죽어도 대체로 무죄로 풀려났다. 따라서 유죄 평결이 났다는 점은 상징적이지만 이것만으로 미국의 인종차별 현실이 개선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경찰개혁법, 공화당 반대로 상원에서 교착 상태
인종차별 항의시위에 대해 "폭동", "약탈" 등 자극적인 단어를 동원해 강도 높게 비판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달리 이 문제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인 바이든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이 취임했지만 법적, 제도적 개선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다.
바이든은 당초 대선 공약으로 경찰 폭력을 감시하는 기구인 국가 경찰감독위원회를 만들겠다고 밝혔지만, 경찰노조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이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바이든은 지난달 28일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플로이드 1주기인 5월 25일까지 경찰법 개정안 통과를 주문했다. 이 법안은 경찰 진압 훈련 예산을 늘리도록 지원하고, 플로이드가 사망한 원인인 목 조르기를 진압 방법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며, 경찰의 위법 행위에 대한 국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 법은 민주당이 다수당을 점하고 있는 하원에서는 통과됐지만 상원에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공화당은 피해자들이나 그 가족들로부터 고소를 당하는 것에 대한 경찰의 면책특권 폐기를 이유로 법안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플로이드 사망 후 1년 동안 954명 사망...흑인이 백인보다 피해자가 될 확률이 2배 이상 높아
경찰들의 폭력적인 진압 방식도 전혀 변하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WP)의 '치명적인 공권력(fatal force)'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플로이드 사망 이후인 작년 5월 25일부터 지난 5월 21일까지 거의 1년간 경찰 폭력으로 954명이 사망했다.
2015년 이후 계속 업데이트 되고 있는 이 통계에 따르면, 매년 1000명에 가까운 민간인이 경찰에 의해 살해됐다. 2015년 1월 2일부터 2021년 5월 21일까지 경찰 폭력에 의해 사망한 이들은 6303명으로 집게됐다.
WP는 이 자료를 근거로 "흑인들이 백인들보다 경찰 폭력에 의해 사망할 확률이 2배 이상 높다"고 지적했다. 경찰에 의해 사망한 민간인의 절반이 백인(2890명)이지만, 흑인(1512명)은 미국 인구의 13%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실제 경찰 폭력의 피해자가 되는 비율은 훨씬 높다는 것이다. 인구 100만명 당 경찰 폭력에 의한 사망자수는 인종별로 흑인이 36명, 히스패닉이 27명, 백인이 15명, 기타 5명으로 나타났다.
또 경찰 폭력 피해 사망자의 95%가 남성이며, 과반 이상이 20-40대의 청년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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