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2018년 중국 당국의 강력한 규제로 대폭락을 한 사태가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테슬라 최고 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최근 비트코인의 입지를 뒤흔드는 잇단 발언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던 중 중국 정부가 3년 전과 마찬가지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사용 자체를 금지한다고 재확인하면서 언제든 수직 낙하가 가능하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의 발표는 3년 전 조치를 재확인한 수준이지만, 실제 단속 강화와 채굴 금지 등 강력한 규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머스크는 테슬라가 무려 1조 7000억여 원의 비트코인을 구매했으며, 비트코인으로 테슬라 차량들을 구매할 수 있다고 발표해 비트코인이 폭등하기 시작했다. 이후 '비트코인 구세주'로 떠받들 여진 머스크는 돌연 지난 12일 비트코인 결제 허용을 중단한다고 밝혀 '비트코인 저격수'로 돌변했다.
게다가 나흘 뒤에는 테슬라가 현재 보유 중인 비트코인을 전량 처분할 것으로 전망하는 글이 트위터에 올라오자 머스크는 "그러게 말이다"라는 의미의 'indeed'라는 딱 한 단어로 댓글을 달았다. 이 단어의 의미가 이미 비트코인을 전량 처분했거나 처분할 것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곧바로 가상화폐 시장이 급락했다.
불과 10시간 뒤 머스크는 테슬라가 보유한 비트코인을 "안 팔았다"고 다시 댓글을 올렸지만, 가상화폐 시장을 갖고 노는 듯한 머스크의 발언들로 각종 가상화폐 가격들이 널뛰기를 하는 양상이 이어졌다.
19일에는 중국 발 악재가 터졌다. 중국은행업협회, 중국인터넷금융협회, 중국지불청산협회 등은 '가상화폐 거래 및 투기 위험에 관한 공고'를 통해 가상화폐 투기 현상의 위험을 강조하며 사용 불허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날 글로벌 시장에서 비트코인 가격은 3만8300달러까지 추락했다. 불과 한 달 전 6만4000달러가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비트코인은 이후 반등했지만 4만 달러 초반대를 오가고 있다. 글로벌 시장보다 20% 정도 가격이 높아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불리는 한국에서의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4월 중순 8000만 원을 돌파했으나, 이날 4000만 원 초반대까지 폭락한 뒤 5000만 원 초반대를 오가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떨어지자 이더리움, 도지코인 등 알트코인(비트코인 이외의 가상화폐를 일컫는 말)의 가격도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지난 10일 500만 원을 돌파하며 신고가를 기록한 이더리움은 19일 오후 10시경 270만 원대까지 떨어진 뒤 350만원대를 오가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이다. 추가 추락에 대한 경고가 비등한 상태다. 그 이유는 '비트코인 배신자'가 머스크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의 미래를 밝게 보게 됐다며 투자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던 JP모건 등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마저 발을 빼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미 글로벌 기관 투자자들은 비트코인 가격이 사상 최고가를 찍은 직후 자금을 빼내 전통적 자산인 금 시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국제 금 선물 가격은 3월말 1600달러 수준에 머물다 최근 1800달러선을 돌파, 이제 1900달러를 넘보고 있다.
JP모건은 "기관들은 비트코인의 최근 6개월 상승세가 끝난 것으로 느끼는 것 같다"면서 "전통적인 금에서 안정성을 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과 몇 개월 전 JP모건은 비트코인 가격이 최고 14만600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했다.
비트코인이 추가 하락을 지속할 경우 피해가 가장 극심할 것으로 우려되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 비트코인이 휘청거리는 상황에서 오히려 '김치 프리미엄'은 비트코인은 물로 이더리움 등 다른 가상화폐들에서도 20%대로 치솟았다. 김치 프리미엄은 지난 3~4월 중 한때 20%를 넘었지만 지난달 22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초강경 발언 이후 2~3%대까지 축소됐다가 이후 7~8%대를 유지해왔다다가 다시 치솟았다는 것은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자산 형성에 소외된 현실을 반영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국내 4대 가상화폐 거래소 회원은 560만 명 정도인데, 신규 회원 유입이 최근에 집중됐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신규회원 유입은 한 달에 1만 명 정도였으나 지난해 11월부터 10만 명, 30만 명, 80만 명, 지난 4월 160만 명으로 폭증 추세를 보였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는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투기 사태처럼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도 한다. 하지만 3년 전 '비트코인은 곧 사라진다'고 주장했던 노벨경제학 수상자 폴 크루그먼 지난 19일 트위터를 통해 "비트코인 종말론 주장을 포기한다"고 선언했다.
크루그먼은 비트코인 종말론은 포기한 이유에 대해 "새로운 신도들이 항상 생겨나는 것 같다"면서 "비트코인은 영원히 살아남을 수 있는 광신도 집단(cult)에 비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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