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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피해자 말 계속 바뀐다?...사소하게 달라져도 신빙성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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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피해자 말 계속 바뀐다?...사소하게 달라져도 신빙성 인정"

"피해자 진술 신빙성 인정 못해" 2심 무죄 뒤집고 대법 '유죄' 파기환송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사소한 부분에서 달라지더라도 주된 내용이 일관된다면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13일, 같은 부대 소속 부하를 성추행한 혐의(업무상위력에의한추행), 목격자 등을 무고한 혐의(무고), 허위 진술을 요구한 혐의(위증교사) 등으로 기소된 전 공군 중령 A 씨에게 성추행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2심이 "증거의 증명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고 판시했다.

공군사관학교에서 근무하던 A 전 중령은 2014년 1월, 회식 후 복귀하던 택시 안에서 뒷자석에 함께 앉은 피해자의 오른쪽 다리와 손을 만졌다. 피해자가 제지하며 손을 잡자 A 전 중령은 다시 손을 빼 피해자의 손을 만졌다. 택시에서 내린 뒤에도 A 전 중령은 부하인 피해자에게 자신을 부축하도록 유도한 뒤 허리에 손을 얹는 등 추행했다. A 전 중령은 자신은 택시 앞자리에 앉았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이 사건으로 해임된 A 전 중령은 해임처분취소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피해자와 사건을 공군사관학교 법무실에 제보한 제보자, 자신이 뒷자리에 탔다고 진술한 목격자 등이 거짓으로 자신을 음해한다며 무고하고 회식한 식당 주인에게는 자신이 앞좌석에 탄 걸 봤다고 위증해달라고 요구했다.

성추행 재판에서도 A 전 중령은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는 처음 A 전 중령이 손을 만졌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무릎을 만졌다는 진술을 추가했다. 이어 법정에서 증언할 때는 A 전 중령이 "다리를 쓰다듬었다"고 진술했다. A 전 중령 측은 "피해자의 말이 계속 바뀐다"며 "없던 사실을 꾸며내니 추행 정도를 점점 강하게 진술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A 전 중령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그러나 2심은 A 전 중령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가 추행 행위를 설명할 때 새로운 진술이 추가되는 점을 "진술이 번복된다"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가 사건 직후가 아니라 시간이 지나 문제 제기한 점도 문제 삼았다. 2심은 A 전 중령으로부터 극심한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는 시점에 피해자가 악의적으로 모함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2심은 A 전 중령에게 성추행 혐의에 무죄를 선고했다. 위증교사와 무고에 대해서는 유죄로 판단했으나 "억울하게 형사 사건에 연루된 당사자가 결백을 밝히고자 강력한 방법을 강구할 수밖에 없는 건 인지상정"이라며 A 전 중령이 결백을 주장하기 위해 추행이 불가능했다는 점을 강조하려다 보면 그럴 수 있다는 취지로 참작해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해자는 수사기관에서 법정에 이르기까지 3년에 넘는 기간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진술하면서 피해 사실의 주된 부분에 관해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피해자의 진술이 다소 바뀐 적은 있으나 사소한 사항에 불과하며 그러한 사정만으로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해자의 증언이 달라진 점에 대해서도 택시 안에 앉아있던 피해자가 손을 무릎 부위에 두고 있었다는 점, 같은 부대 상관인 A 전 중령의 성추행을 그대로 진술하기 어려운 입장이라는 점, 이후에 기억이 떠올라 추가로 진술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러한 사정에 따라 피해자의 진술 자체가 모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동안 성범죄 재판에서 '진술의 신빙성'은 논쟁이 치열한 부분이었다.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받으려면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면서 진술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나 추가 증언이 입증돼야 하는데 '진술의 일관성'을 좁게 해석했다. 피해자가 수차례 진술하는 과정에서 "입술이 스쳤다", "입술이 닿았다", "입을 맞췄다"는 식으로 표현이 달라진다는 이유로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술이 추가되거나, 진술이 점점 구체적으로 변하는 것도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던 주요 근거였다.

여성계에서는 피해 당시 위력이나 폭력이 작용하는 점 등 당시의 상황을 피해자의 입장에서 고려한 성인지감수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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