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 범죄가 계좌이체를 요구하던 것에서 피해자들로부터 직접 현금을 전달받아 가로채는 수법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대환대출을 유도하면서 피해자 휴대전화에 일명 ‘통화 가로채기’ 기능의 애플리케이션 설치를 요구해 금융기관이나 경찰에 신고하는 것 자체를 가로채는 수법이 활개를 치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실정이다.
경남 발생 건수 중 ‘대면편취형’ 80% 차지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월과 2월 사이에 발생한 경남지역 보이스피싱 범죄 346건 가운데 ‘대면편취형’이 277건으로 8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이스피싱 범죄 검거건수도 늘어나고 있다. 3월과 4월에는 405건으로 앞선 2개월의 224건보다 181건이 증가했고, 검거인원과 구속자도 115명과 21명이 증가해 모두 170% 이상의 증가율을 보였다.
실제, 지난 3월 마산동부경찰서는 8명으로부터 1억6000만 원을 대면편취 해 보이스피싱 조직에게 전달하려던 20대 남녀 외국인 2명을 검거했다. 이들은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딸이 친구 보증을 섰는데 돈을 갚지 않아 감금했다. 딸을 구하려면 돈을 마련하라”고 협박한 뒤 현금을 직접 전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저금리 대출을 미끼로 한 금융기관 직원 사칭 사건도 있었다. 20대 중반 A 씨는 지난 4월 “저금리 대출을 하기 위해 공탁예치금 2400만 원을 납부해야 한다”는 방식으로 11명에게 접근한 뒤 “대출을 희망하면 직원을 보낼 테니 예치금을 현금으로 전달하라”고 속여 모두 1억9935만 원을 받아 가로채기도 했다.
대면편취 수법이 늘어나자 경찰의 대응도 달라졌다. 경남경찰청은 기존 전담부서인 지능팀만으로는 관련 사범 검거에 어려움을 겪자 지난 3월 1일부터 현장 수사에 전문성을 가진 형사팀을 수사에 투입했다.
‘대포통장’ 구하기 어려워져 ‘대면편취’로 이동
계좌이체형에서 대면편취로 보이스피싱 수법이 바뀐 것은 범행에 필요한 대포통장을 구하기 어려워진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경찰은 보고 있다.
사기를 알아챈 피해자들이 금융권에 곧바로 신고해 지급정지를 요청하거나, 금융권 자체적으로도 거액을 한꺼번에 인출하려는 경우 보이스피싱을 의심해 피해를 막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경찰도 언론과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 문자메시지 등을 활용해 범죄예방요령에 나서고, 금융감독원을 비롯해 금융기관 등과의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보이스피싱 예방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기존 수법으로는 범행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지자 피해자를 직접 만나 현금을 건네받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게다가 신고 자체를 방해하는 ‘통화 가로채기’ 앱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경찰은 특히 앱 설치에 따른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앱은 범인이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손쉽게 조작할 수 있다. 금융기관이나 경찰에 피해 신고 전화를 해도 통화 자체를 가로챈다. 때문에 피해자는 신고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생각하고 있다가 뒤통수를 얻어맞기 십상이다.
경남지방경찰청 수사2계 김종석 계장은 “앱이 설치된 피해자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112로 신고전화를 걸면 범죄조직이 통화를 가로채 마치 경찰관인 것처럼 사칭한다”며 “이들은 대출 관련해 필요한 앱이라고 하면서 휴대전화에 해당 앱을 설치하도록 유도한다”고 했다.
따라서 전화로 정부기관을 사칭해 계좌이체와 현금전달을 요구하거나 대환대출을 위해 기존 대출금을 직접 전달해달라고 요구하면 무조건 보이스피싱이라고 의심해야 한다. 또 대환대출을 위해 휴대전화에 관련 앱을 설치하라고 요구하면 절대 응해서는 안 된다.
‘고액 아르바이트’ 유혹 범죄자 양산
이처럼 보이스피싱이 확장과 변화를 지속하면서 연령과 계층, 남녀, 국적을 가리지 않고 관련 범죄자들이 양산되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면서 손쉬운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 미끼에 걸려든 이들이 보이스피싱 범죄조직에 의해 범죄자로 전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석 계장은 “보이스피싱의 경우 콜센터는 대부분 외국에 두고 있다. 그리고 전화를 거는 것은 특정 지역에 편중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전국 어디에서든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본조직은 외국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수사와 검거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데 비해 수거책이나 전달책 등은 상대적으로 검거율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경남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올해 1~4월까지 검거 건수는 629건이다. 검거인원은 249명이다. 이 가운데 재범 이상으로 구속된 인원은 45명이다.
김 계장은 “대면편취가 늘어나면서 현금을 피해자들로부터 직접 전달받아 조직에게 송금하려던 수거책 또는 전달책들이 많이 검거되고 있다”며 “구속되는 재범자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아르바이트나 고액 아르바이트 광고를 보고 범죄에 접근하는 경우”라고 전했다.
그는 “검거되는 범죄자들은 연령대가 특정되지 않고 청년부터 중장년까지, 남성과 여성, 국적을 가리지 않고 분포하고 있다”며 “손쉽게 돈을 벌려는 심리도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와 경제적 어려움의 가중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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