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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개띠 '노인'의 '진보적' 커밍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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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년 개띠 '노인'의 '진보적' 커밍아웃

[프레시안 books] <진보적 노인>

보수적인 언론사를 퇴직한 필자가 책을 써냈다. <진보적 노인>(이필재 지음, 몽스북 펴냄)

2013년, 쉰다섯에 평생을 일한 회사를 나왔다. 58년 개띠. 한국 베이비부머의 표준이다.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는 시대를 살아간 세대다. 퇴직한다는 건, '나'를 규정하는 무언가가 사라짐으로 받아들이던 세대다. 통상 그렇게들 여긴다.

퇴직 후 8년이 지나, 보수 언론사 기자 출신의, 이제 자신을 '노인'이라 칭하는 이의 커밍아웃은 '진보적'이라는 자기소개다. (이제 60대에게 '노인'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기는 어울리지 않는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의 '진보' 운운이 단순히 비교적 진보적인, 수준의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글이 다루는 주제는 성소수자 문제에서부터 여성 차별 문제까지, 과거 언론사 재직 시절 겪은 구시대 한국에서 오늘날 노인이 된 지인들과의 대화에 이르기까지 폭넓다.

아마도 '한국에서는 남성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최고의 스펙'이라거나, '예수는 진보주의자였다'는 필자의 주장은 동료들에게는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 같다. 비단 '사람은 나이들면서 자연스레 보수화한다'는 말이 아니라도, 한국 산업화 세대의 상징이었던 58년 개띠 또래집단의 정서로는 쉽사리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야기임이 뻔하기 때문이다.

지인들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굳이 책으로까지 써야 했느냐'는 지적은 점잖은 축이었을 것이다. '너 잘났다'는 타박에 오랜만에 어울리는 지인들과의 술자리 인심을 잃기 십상일 것만 같다.

부제가 목적을 말해준다. '끝난 사람'이 아니다. 퇴직 후에도 인생은 계속된다. 저자를 규정한 숱한 정체성 중 이제 '기자'라는 젊은 시절의 정체성이 하나 사라졌을 뿐이다. 백세 시대다. 새로운 출발을 앞둔 저자가, 장거리 트랙 앞에 선 달리기 선수의 심정으로 신발끈을 다시 묶는, 온건한 결기가 느껴진다.

▲<진보적 노인>(이필재 지음) ⓒ몽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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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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