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시험 발사와 미·중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양국 장관은 북핵 및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싸고 예정 시간을 훌쩍 넘긴 대화를 나눴다. 방미 중인 서훈 청와대 안보실장이 참여한 한·미·일 안보실장회의도 북핵 문제가 논의된 것과 맞물려 한반도 문제를 놓고 미·중 신경전이 팽팽해지는 양상이다.
3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중국 푸젠(福建)성 샤먼(廈門)에서 약 4시간 여에 걸쳐 외교 장관회담 및 오찬을 가졌다.
정 장관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한중 양국은 한반도에서의 보다 항구적인 평화 정착,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공동의 목표를 갖고 있다. 우리 정부는 중국 정부가 우리의 이러한 노력을 일관되게 지지해준 데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실질적으로 진전해나갈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계속 건설적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이후 자료를 통해 "양 장관은 한반도 정세 관련 의견을 교환하였으며, 한반도 비핵화 실현과 항구적 평화 정착이라는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는 점에 의견을 같이 하였다"며 "양측은 앞으로도 한반도 정세의 안정적 관리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전 여건 마련을 위해 협력을 지속 확대해 나가기로 하였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양측은 이날 첫 일정으로 양측 외교장관과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중국 외교부에서 한반도 사안을 실무에서 총괄하는 우장하오(吳江浩) 부장조리가 참석한 회담을 별도로 가지며 북핵 및 한반도 상황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다.
당초 지난 3월 23일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상호 친서를 교환하고 25일 북한이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하는 등 코로나 19 이후 사실상 멈춰있었던 한반도 정세에 변동 움직임을 보이면서, 한중 양측이 어떤 대화를 나눌지에 관심이 모아졌다.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오전 11시 30분(현지 시각)에 시작된 양측의 회담은 예정된 1시간을 훌쩍 넘겨 약 1시간 45분 동안 진행됐다.
이후 한중 양측은 1시 23분 장하성 주중국 한국 대사, 최희덕 동북아 국장 등이 참여한 확대회담을 1시간 여 동안 진행했으며, 직후에 1시간 30분 정도의 오찬을 가진 뒤 4시 경에 회담 일정을 마무리했다.
한편 외교부는 이번 회담에서 "중국 측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방한 의지를 재차 표명하였으며, 양측은 시 주석의 방한이 코로나19 상황이 안정되어 여건이 갖추어지는 대로 조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적극 소통하기로 하였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방한은 당초 지난해 상반기로 추진됐으나 그해 1월 말부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하기 시작하면서 아직까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후 양국은 시 주석의 방한 일정을 확정하지 못한 채 "코로나 19 상황의 안정"을 전제로 추진하겠다는 입장만 확인하고 있는 상태다.
양측은 상반기 안으로 한중 외교차관 전략대화 및 외교 안보대화(2+2)를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또 지난해 말 개최 예정이었으나 미뤄진 한중일 정상회의 조기 개최를 위한 협력 필요성을 재확인했다.
외교부는 이번 회담에 대해 "미국, 러시아와 양자회담에 이어 열린 한반도 주변 주요국과 전략적 소통의 기회로, 양 장관은 상호 관심사안에 대해 폭넓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며 "이러한 긴밀한 소통은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내실화하고 한중 관계의 미래지향적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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