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의 양육비 미지급 사실을 SNS에 공개해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양육자에게 유죄가 선고됐다.
대전지방법원 형사12부(재판장 유석철)는 정보통신망법에 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박아무개 씨에게 22일 국민참여재판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배심원 7명(예비 배심원 1명 제외)은 다수 의견으로 일부 유죄를 평결했다.
박 씨는 2019년 7월 1일, 양육비를 2개월간 주지 않은 전 남편 임아무개 씨의 신상이 등재된 <배드파더스> 사이트 주소와 함께 문자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냈다.
박 씨는 페이스북 계정에 전 남편의 실명, 얼굴이 담긴 이미지를 올리며 양육비 지급을 요구했다.
임 씨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전 부인 박 씨를 고소했다. 검찰은 작년 2월께 박 씨를 벌금 200만 원으로 약식기소했다. 박 씨는 "재판을 통해 잘잘못을 가리고 싶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박OO-임OO 부부는 2001년 결혼, 2018년 5월 조정 이혼했다. 두 아들 친권과 양육권은 엄마 박 씨가 맡았다. 이혼 당시 첫째 아들은 만 17세, 둘째 아들은 만 15세였다. 양육비는 2018년 6월부터 두 아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각각 100만 원씩, 월 200만 원 지급으로 합의했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가 '사실적시 명예훼손' 여부로 번진 이번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에서 다뤄졌다. 피고인 박 씨의 변호인단(법무법인 지평, 사단법인 두루)은 9명으로 구성됐다.
재판의 쟁점은 양육비 미지급자의 <배드파더스> 등재 사실을 SNS에 올려 주변에 알리는 행위가 비방의 목적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검찰은 박 씨 행위는 '사람을 비방할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에 공공연하게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것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전 남편 임 씨가 양육비를 미지급한 기간이 2개월뿐고, 이혼 이후 임 씨와 박 씨 사이에 재산분할을 목적으로 이어져 온 민사소송 등을 유죄의 근거로 들었다.
변호인단은 "박 씨의 행위는 사회적 통념이나 윤리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보기 어려워 형사처벌까지는 과하다"는 논리를 폈다.
변호인단은 "양육자 박 씨의 행위는 비방보다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이 더 크고, 이는 공익에 부합한다"고 주장했다.
전 남편 임 씨는 이날 검찰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임 씨는 2019년 3월부터 2개월간 두 아들에 대한 양육비 총 400만 원을 미지급했다. 그는 수제맥주를 제조해 주점 등에 납품하는 사업가다. 임 씨는 법정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박 씨는 피고인신문에서 전 남편의 주장을 반박했다.
이어 박 씨는 "이혼 이후 혼자 버는 월 200만 원은 고등학생인 두 아들의 학원비로 전부 썼다"면서 "기약 없는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빨리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고 <배드파더스> 이용 이유를 설명했다.
박 씨는 "꼭 무죄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있느냐"는 변호인의 질문에 눈물을 쏟았다.
검찰은 "피고인의 범행 방법이 불량하며, 피해자 임 씨를 법정에 나오게 해 2차적인 피해를 만드는 등 죄질이 안 좋다"며 박 씨에게 약식명령보다 높은 벌금 300만 원을 구형했다.
변호인은 최후변론에서 배심원들을 향해 “피고인의 행위는 자녀의 복리를 위한 공익적 행위“라는 점을 강조했다.
배심원단은 다수결로 피고인 박 씨에게 일부 유죄를 평결했다. 배심원단은 박 씨가 페이스북 계정에 전 남편의 신상을 올리며 양육비 지급을 촉구한 행위는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배심원단은 <배드파더스> 사이트 주소와 함께 문자메시지를 주변에 보낸 박 씨의 행위에 대해서는 만장일치로 무죄를 평결했다. 재판부는 배심원단 평결과 의견을 함께 하며 피고인 박 씨에게 벌금 100만 원을 선고했다.
작년 1월, 수원지방법원도 "<배드파더스> 신상공개는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배드파더스 자원봉사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번 대전지법 판결 역시 박 씨의 <배드파더스> 관련 혐의에 대해선 유죄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번 판결은 양육비 지급을 SNS에서 촉구하는 양육자들의 행위에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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