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이주노동자만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도록 강제한 것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22일 "코로나19 감염가능성이 국적에 차이가 있지 않음에도 합리적 이유 없이 이루어진 행정명령은 외국인에 대한 차별적 조치로 즉시 중단해야 한다"면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장 및 광역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인권의 원칙에 기반한 비차별적인 방역정책을 수립‧시행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의 이같은 결정은 최근 이주노동자 고용 밀집 사업장을 중심으로 확진 사례가 늘면서, 중대본과 일부 지자체가 이주노동자만을 대상으로 한 방역대책 및 행정명령을 발표하면서다.
특히 일부 지자체가 이주노동자만을 구별‧분리해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강요한 행정명령을 시행하자 국내 이주민단체 등 시민단체를 비롯해 국내 주재 외국대사들까지 "인종차별"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인권위는 또 일부 지자체가 이주노동자를 채용할 경우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해 음성판정을 확인한 뒤 채용할 것을 의무화하는 행정명령을 시행했다는 점을 지목하며 "코로나19 감염 여부로 채용에 불이익을 주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에 노출되기 쉬운 노동‧주거환경을 개선해 이주노동자들의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방역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은 이해하나,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집단을 분리‧구분한 조치가 오히려 방역을 위한 적극적인 참여를 위축하고 '외국인'을 '코로나19 진단검사가 필요한 감염병 의심자'로 낙인찍어 혐오‧차별을 확산하는 등 결과적으로 '방역'이라는 당초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공동체 전체의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코로나19라는 유례없는 상황은 평등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크게 전환시키는 계기가 됐다"며 "우리 사회는 코로나19를 겪으며, 우리는 누구나 혐오와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 누구도 인권보호 체계에서 배제되지 않는 것이 공동체를 위한 최선이라는 점, 모두를 위한 평등 실현이 시대적 과제라는 점을 실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및 지자체가 정책을 수립할 때 유념할 수 있는 기준 및 근거로서 평등법(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인종차별 논란이 해외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서울시와 인천시는 해당 행정명령을 철회했다. 반면 경기도와 경북·전남·강원도 등 지자체는 해당 행정명령을 강행하고 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