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인권보고서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김홍걸 국회의원 등이 '부패' 항목에 언급됐다는 보도에 대해 정부가 고심에 빠졌다. 외교부는 22일 미국 인권보고서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고 미국 의회 보고를 위해 자체적으로 작성되는 문서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지난 20일 <미국의 소리>(VOA)는 "미국 국무부가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이례적으로 한국의 공직자 부패와 성추행 사례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며 "'부패' 항목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김홍걸 국회의원을, '성추행' 항목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혐의를 나열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에 따르면 보고서는 '부패와 정부 투명성 부재' 항목의 '부패' 부문에서 조국 전 장관의 부패 혐의를 2년 연속 명시했다.
보고서는 "2020년 10월 현재 조 전 장관과 부인 정경심 씨, 그리고 조 전 장관 가족과 연계된 다른 이들에 대한 조사가 계속되고 있다"며 "조 전 장관은 2019년 12월 뇌물 수수, 직권 남용, 공직자윤리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고 조 전 장관의 조카(조범동)는 금융 범죄와 증거인멸 등의 혐의로 징역 4년 형을 선고받았다"고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고서에는 또한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이 "후보자 등록을 하면서 재산을 축소 신고한 혐의를 받는 김홍걸 의원을 (더불어민주)당이 9월 18일 제명했다"고 명시됐으며, 윤미향 민주당 의원이 "사기, 업무상 횡령, 직무 유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재직 시 자금 유용과 관련된 혐의"라고 언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보고서 내 '차별, 사회적 학대, 인신매매' 항목의 '성추행' 부문에는 박 전 시장과 관련한 언급도 포함됐다. 방송은 보고서에 "전 비서의 성추행 신고가 경찰에 접수된 다음 날인 7월 9일 자살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박 전 시장은 2017년부터 여비서에게 동의 없이 반복적으로 신체 접촉을 하고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을 보냈으며, 이런 성추행은 여비서의 근무지 이동 후에도 계속됐다"는 내용이 적시됐다고 밝혔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관련해서도 "부하 여직원과 '부적절한 신체 접촉'을 시인한 뒤 4월 사임했고, 8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됐다"고 언급했다.
22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이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에 대해 "언론에 보도된 보고서는 미 국무부 국내 보고서로 외국과 협의를 하는 건 아니"라며 정부의 외교적 개입에 한계를 토로했다. 그는 "미국 국내법에 따라 1977년 이래 전 UN 회원국과 자기들의 원조대상국 등 190여 개 국가에 대해 자체적으로 조사한 내용을 발간하는 것이며 의회에 보고하는 용도로 준비되고 대외에 공개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당국자는 "2020년 1월부터 12월 31일까지 있던 신체적 자유, 시민적 정치적 권리, 부패, 투명성, 차별, 인신매매 노동권 등의 구체적인 사례 및 법령을 언론이나 NGO 통해서 청취한 내용으로 집대성하여 사실관계 위주로 발간하는 걸 목적으로 한다"며 조만간 발간될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미국 국무부가 한국의 정치 사안을 자체 보고서에 적시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방송은 "국무부는 그동안 한국 인권 상황과 관련해 주로 국가보안법, 양심적 병역거부 등의 문제를 제기해 오다가 '2016년 국가별 인권보고서'에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측근인 최순실 씨가 사기와 협박, 권력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며 부패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고 밝혔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