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 2월 미국의 접촉 시도가 있었다는 언론 보도가 사실이라며, 미국이 자신들에 대한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계속 무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17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은 담화를 통해 "미국은 2월 중순부터 뉴욕을 포함한 여러 경로를 통해 우리와의 접촉을 시도해왔다"며 "최근에 여러 경로를 통해 전자우편과 전화 통보문을 보내오면서 우리와의 접촉을 요청했으며 합동 군사 연습을 벌려놓기 전날 밤에도 제3국을 통해 우리가 접촉에 응해줄 것을 다시금 간청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하지만 우리는 또다시 미국의 시간벌이 놀음에 응부해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미 미국의 대조선(북한) 적대시 정책이 철회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미(북미) 접촉이나 대화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이러한 미국의 접촉시도를 무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화 그 자체가 이루어지자면 서로 동등하게 마주 앉아 말을 주고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미국에서 정권이 바뀐 이후 울려 나온 소리는 광기어린 '북조선 위협'설과 무턱대고 줴치는 '완전한 비핵화'타령 뿐이었다"고 주장했다.
최 부상은 바이든 미국 신 행정부가 "여전히 북조선 억제에 중요한 관심을 두고 있다느니, 추가 제재와 외교적 자극을 포함하여 어떤 수단을 사용할 것인가를 검토하고 있다느니 하는 궤변을 늘어놓았는가 하면 우리를 반대하는 국제회의를 소집한다, '합동주의보'를 발표한다, 그 누구에 대한 기소 놀음을 벌린다는 등의 강압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 군부는 은근히 군사적 위협을 계속 가하고 숱한 정찰자산들을 동원하여 우리에 대한 정탐행위를 감행하고 있으며 내외의 한결같은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겨냥한 침략적인 합동 군사 연습을 버젓이 벌려놓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북한이 코로나 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을 위해 국경 통제에 나서면서 대북 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미국 국무부의 입장에 대해서도 최 부상은 "몰상식한 궤변"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도 최 부상은 "(미국이) 우리와 한 번이라도 마주 앉을 것을 고대한다면 몹쓸 버릇부터 고치고 시작부터 태도를 바꾸어야 한다"며 대미 접촉의 문을 걸어 잠그지는 않았다.
그는 "조미 접촉을 시간벌이용, 여론몰이용으로 써먹는 얄팍한 눅거리수는 스스로 접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싱가포르(1차 북미 정상회담)나 하노이(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와 같은 기회를 다시는 주지 않을 것임을 명백히 한다"고 밝혔다.
최 부상은 "미국은 자기들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계속 추구하는 속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것인지를 잘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우리는 이미 강대강, 선대선의 원칙에서 미국을 상대할 것이라는 것을 명백히 밝혔다"고 덧붙였다.
최 부상의 이같은 입장은 17일 안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만나 "북한의 권위주의 정권은 자국민에 대해 체계적이고 광범위한 학대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힌 이후에 공개됐다.
하지만 최 부상이 "일본을 방문한 미 국무장관이 여러 압박수단 혹은 완고한 수단 등이 모두 재검토중이라고 떠들며 우리를 심히 자극하였는데, 이제 남조선에 와서는 또 무슨 세상이 놀랄만한 몰상식한 궤변을 늘어놓겠는지 궁금해진다"고 밝힌 것으로 보아 이 담화가 블링컨 장관의 해당 발언에 대한 답변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최 부상은 지난 2018년 역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과정에서 북한 측의 핵심 실무 인사로 활약했다. 그러나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에는 이렇다할 외부 활동이 없었다. 이후 올해 1월 8차 당 대회에서는 당 중앙위원회 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강등됐다.
다만 최 부상이 북한의 대미 접촉 라인에서 제외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담화는 지난해 7월 미 대선을 넉 달 앞둔 시점에 "조미 대화를 저들의 정치적 위기를 다뤄나가기 위한 도구로밖에 여기지 않는 미국과는 마주 앉을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본인 명의의 담화를 발표한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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