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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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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지원금과 기본소득

[박병일의 Flash Talk]

<목민심서>는 1818년(순조 18년)에 다산 정약용이 지방관을 비롯한 관리의 올바른 마음가짐 및 몸가짐에 대해 기록한 책이라는 것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목민심서 진황(賑荒) 편에는 조선시대에 '재난'을 맞아 어려운 사람을 구휼하는 내용이 등장하는데, 정약용이 가장 강조했던 바는 '타이밍'이었다. 그 이유는 필요한 순간에 도와주고 보살펴주지 않아 때를 놓칠 경우 구휼의 효과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요즘과 같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경기침체를 '재난 시기'라고 지칭하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으리라 여겨지며, 그렇기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 재난을 극복하고 국민들을 구휼하기 위한 '재난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매번 재난지원금 지원이 고려될 때마다 보편적 지원이 맞는지, 아니면 선별적 지원이 타당한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루어진다.

일반적으로 보편적 지원을 실행함이란 복지의 규모를 확대함을 의미하며 선별적 복지와 달리 별도의 행정적 시간과 비용이 절약된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높다. 즉, 구휼을 위한 타이밍을 맞추는데 용이하다. 또한 최소한의 선별적 재난지원금은 '구휼 자금'을 통해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당사자를 우선 일단 건져 올려놓는 행위이기에 '경제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따라서 물에서 건진 사람의 피가 돌게 하고 기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투약처방, 다시 말하면 두터운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고, 재난 시기에 이루어지는 보편적 지원에 의한 소비 진작은 익수자(溺水者)에 대한 보약(補藥)의 역할을 한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점에서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기본소득제를 통한 보편적 지급이 보약이라고 강조했다고 여겨진다. 그런데 무릇 보약은 쇠약하여 체질을 보강하거나 개선할 필요가 있을 때 처방해야 효과가 나타나지, 평상시의 멀쩡하고 너무 건강한 사람에게 처방해봤자 의미가 없다. 즉, 비(非)재난 시기에 정상인 보통사람에 대한 불필요한 보약은 기대한 건강증진의 효과는 얻지 못하고, 오히려 자칫 보약구입을 위한 재정만 악화시키는 결과로 나타날 수도 있음을 주의해야 한다. 한편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국가재정이 나빠져 나라 곡간에 쌀이 떨어지면 반드시 필요한 때 백성들에 대한 구휼 사업을 지속할 수 없었다.

예컨대, 고려시대 구휼 제도는 농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식량과 곡식 종자를 정부가 나누어 줌으로써 빈민들이 당장 굶어 죽는 것을 막고 농민들의 농업재생산을 돕기 위해서 만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의창(義倉)이 가장 대표적이었다. 그런데 고려 중기 이후 국가재정이 나빠지면서 의창곡 확보가 어려워졌고, 의창곡의 관리와 운영에 실패하면서 고려 25대 충렬왕 이전에 이미 기록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후 조선이 건국된 직후 국가재정의 기반이 되는 자영소농의 생활을 안정시키고자 구휼 제도의 정비에 관심을 가졌다. 이러한 배경 하에 조선 초기 극심한 흉년에는 수많은 굶주린 백성들이 정부의 구휼로 연명하였고, 국가에서 빌려준 곡식 종자로 농사를 지을 만큼 의창제도는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였다. 그렇지만 조선시대에도 고려와 마찬가지로 의창곡의 관리와 운영에 문제점을 드러냄으로써 세종, 세조, 성종 등이 여러 차례 제도개선을 시도하였으나, 중종 이후에는 의창이 사라진 군현들도 나타나게 되면서 의창제도는 사실상 폐지되었다.

국가재정을 합리적으로 관리하고 적재적소의 지원을 수행하기 위해 서두에서 언급한 다산 정약용은 다음과 같이 백성을 구분하였다. 1) 목숨이 위급할 만큼 당장 조치가 요망되는 사람, 2) 상황이 어려워 춘궁기에 우선 살펴주면 추수 때 능히 곡식을 갚을 수 있는 사람, 3) 비록 그 상황이 급하나 여전히 얼마간의 돈과 포목을 지니고 있는 사람, 4) 도움이 필요치 않은 사람. 그는 어려운 백성들의 처지를 정확히 구분하여 실질적인 분배효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바 어떠한 사람부터 선별적으로 구제해야 한다고 했을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명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구휼은 유지 혹은 확대하면서 추가로 의창곡을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나눠준다면 나라의 곡간은 이내 고려와 조선 초기를 닮아갈 것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굳이 지속적으로 기본소득을 주장하고자 한다면, 이는 반드시 '기승전 재원마련 방안'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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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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