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해 후쿠시마(福島) 핵 발전소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올해로 10년이 됐지만, 일본 정부는 폭발로 인한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 방출 여부를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3일 일본 정부는 한국 기자들을 상대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현황에 대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일본 정부 당국자는 오염수의 대기 및 해양 방출 중에 어떤 방식을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 "현재 어느 쪽을 중점적으로 생각하는지는 말씀드릴 수 없다. 여러 의견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오염수를 해양이나 대기로 방출할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이 당국자는 수증기로 방출할 경우 확산 시뮬레이션 모델을 마련하기 어렵다면서 기상 조건에 따라 수증기 형태가 변할 수 있다는 점, 발전소로부터 증발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해양 방출에 무게를 싣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주한 일본대사관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한 오염수 처리의 안전성을 강조하며 "해양 방출 및 수증기 방출 등 두 가지 방법이 제안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일본 정부가 계속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오염수 처리 문제를 오는 7월로 예정된 도쿄 하계올림픽 이전에 결정할 것이냐는 질문에 일본 정부 당국자는 "언제까지 결정하겠다고 제시한 바 없다"며 "(오염수 보관) 탱크를 놓을 부지에 한계가 있고 강수량 등 자연 현상에 따른 변수가 크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가 방류 방식 결정 시점에 대해 "조만간 결정될 것이라고 듣고 있다"며 "당연히 올림픽 이전에, 가까운 시일 내에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답한 것과는 분명한 온도차가 있는 대목이다.
또 일본 측이 해양 방류 결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던 주요 이유 중 하나인 오염수의 육상 저장 가능 기간에 대해서도 입장 변화가 감지됐다. 지난해 11월 주한 일본 대사관 관계자는 "처리수를 안정하게 처분하고 폐로 진행에 장기간이 걸리는데 (처리수를 보관할) 부지가 점점 모자라고 있고 2022년에는 부지가 완전히 가득차게 된다"며 시급한 해양 방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일본 정부 당국자는 "오염수를 저장하고 있는 탱크가 언제 포화상태가 될지는 올해와 내년 상황을 봐야 한다"면서도 "당초 만수 시기로 말씀드린 2022년 여름보다는 조금 더 늦은 시기까지 탱크의 여력이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혀 2022년이라는 시기를 못박지 않았다.
다만 그는 "(오염수 처리는) 시간이 없는 과제라고 보고 있다. 탱크를 놓을 수 있는 부지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라며 "적절한 시간에 결정을 내리고 싶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이같은 변화에는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뿐만 아니라 일본 국내, 특히 후쿠시마 현 주민들까지도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반대하고 있는 여론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지난 2월 22일 일본 공영방송 <NHK>가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힌 조피볼락(우럭)에서 일본 정부가 설정한 기준치의 5배에 달하는 1㎏당 50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다고 보도하면서, 해양 방류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이 당국자는 "22일 어획된 우럭에서 하나의 검체를 자발적으로 조사했더니 500베크렐의 세슘이 검출됐다는 보고가 있었고 그날 어획된 우럭은 모두 회수 조치됐다"며 "확실하게 분석하고 당분간 검사를 계속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난 2월 13일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지진이 일어난 이후 핵발전소 안전에는 문제가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도쿄전력 관계자는 "10년 전에 발생했던 지진이 다시 일어난다고 해도 현재 건물이 붕괴하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이번에 오염수 탱크가 최대 19cm 이동했는데 이것도 설계 내였다"고 답했다.
후쿠시마 핵 발전소 현지 상황에 대해 한국을 포함한 주변국과 공동 조사단을 꾸리거나 정보를 공유할 계획은 없냐는 질문에 일본 외무성 당국자는 "IAEA(국제원자력기구)와 협력을 지속하고 있고 과학적 데이터등은 IAEA와 각국 외교단 등에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협력을 통해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하겠다"고 밝혀 공동 조사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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