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내란 선동' 혐의와 관련한 탄핵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미국 상원은 13일(현지시간) 오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두번째 탄핵재판에서 최종 표결을 실시한 결과, '유죄'(Convict) 57명 대 '무죄'(Acquit) 43명으로 부결됐다. 상원의 탄핵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기 위해선 전체 의석수(100석) 중 3분의 2인 67명이 찬성해야 한다.
이날 표결에서 7명의 공화당 의원이 민주당(50명)에 가세해 57명의 의원이 트럼프 탄핵에 찬성했다. 이날 유죄 판결에 동참한 공화당 의원은 리처드 버(노스캐롤라이나), 빌 캐시디(루이지애나), 수잔 콜린스(메인),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밋 롬니(유타), 벤 새스(네브래스카), 팻 투미(펜실베이니아) 등 7명이다.
상원 다수당인 민주당 척 슈머 원내대표는 표결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평화적인 정권 이양을 폭력적으로 막고 국민의 뜻을 뒤집으며 불법적으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폭도들을 고무하고 지휘하고 나아가게 했다"며 미국 민주주의에 반하는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6일 있었던 지지자들의 의회 폭동과 관련해 '내란 선동' 혐의로 탄핵 당했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 그의 두번째 탄핵소추안은 지난달 13일 가결됐고, 상원으로 송부돼 지난 9일부터 5일 동안 탄핵재판이 진행됐다. 이날 표결에서 부결됨에 따라 최종 무죄로 종결됐다.
예상된 '부결'...트럼프, 부결 직후 "마녀 사냥"이라며 여론몰이 시작
이처럼 5일 만에 최종 판결이 내려진 것은 역대 탄핵재판 중 가장 짧은 기간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변호인 측이 16시간 동안 할 수 있는 변론을 4시간 만에 끝내면서 벌어진 일이기도 하다.
또 상원은 이날 오전 한때 증인 채택을 하기로 했지만, 흐지부지 되면서 표결 일정이 앞당겨졌다. 민주당은 공화당 제이미 에레라 보이틀러 하원의원이 의회 폭동 당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폭로한 것과 관련해 증인 신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표결 결과 린지 그레이엄 의원 등 공화당 의원 5명이 가세하면서 통과됐다. 보이틀러 의원은 공화당 케빈 매카시 하원 원내대표가 폭동 당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하자 트럼프는 "당신들(의원들)보다 이 사람들(폭도들)가 대선 결과에 더 화가 난 것 같다"며 의회 폭동을 두둔하는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증인 채택이 최종 결론을 바꿀 수 있으리란 기대감이 크지 않은 상태에서 양당은 이날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다시 합의했다.
이날 무죄 판결에 대해 CNN 등 미국 현지 언론은 "예정된 결론"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여전히 공화당 지지자들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공화당에서 17명의 '이탈표'가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이번 재판 과정에서 민주당은 의회 폭동 미공개 영상과 수사 기록에 대해 공개하면서 '탄핵의 정당성'에 대해서는 최대한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기존 변호인단이 전원 사퇴하면서 급조됐던 트럼프 변호인단은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여론전에서는 실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죄' 판결로 미국 역사상 첫 탄핵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대통령이란 불명예는 면했지만, 지난 2019년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이어 이번 의회 폭동 사건까지 임기 내 두번 탄핵소추된 대통령이란 기록은 남기게 됐다. 또 이날 비록 부결되기는 했지만 이번 결과는 역대 같은 당 소속의 대통령에 대한 탄핵 혐의 중 가장 많은 유죄 표가 나온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지적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부결 결정 직후 성명을 내고 "미국 역사상 최대의 마녀 사냥의 또 다른 단계"라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우리의 역사적이고 애국적인 운동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탄핵'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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