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마치고 나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유치장으로 호송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수갑을 채운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10일 전 목사가 "경찰이 수갑을 채우고 이를 언론에 노출해 신체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제기한 진정에 대해 "일부 사실이 인권침해로 인정되며 경찰청장에게 관련 규정 개정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전 목사는 2019년 10월 열린 광화문 집회에서 폭력행위와 불법집회를 주도했다는 혐의(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등)로 구속영장이 청구돼 지난해 1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심문이 끝난 뒤 경찰은 전 목사에게 수갑을 채워 종로경찰서로 호송했다. 이 모습은 법정 밖에서 대기하던 취재진에게 노출됐다.
전 목사 측은 "경찰이 도주 우려가 없는 전 목사에게 기습적으로 수갑을 채우고 이를 취재진에게 노출시켜 전 목사의 신체의 자유와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전 목사도 "종로경찰서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영장실질심사에도 자발적으로 출석했다"며 "심문 후 변호인도 없는 상황에 경찰이 수갑을 채워 모욕감을 줬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전 목사가 주민등록주소지에 거주하지 않고 임시 거소를 마련해 생활하는 등 거주지가 불분명하고 구속영장 신청 사유에도 '도주 우려'가 포함돼 있었다"면서 "영장실질심사 당시 전 목사의 지지자들이 법원과 종로경찰서 앞에서 집회를 여는 등 돌발 상황도 고려해 수갑을 채웠다"고 반발했다.
그러나 인권위는 "전 목사가 당시 기독교단체 대표 회장이자 사랑제일교회 담임 목사로 교회 사택에서 20년 째 거주 중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주거 불명'으로 보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면서 "전 목사는 영장실질심사 등에 자진 출석하고 호송 과정에서도 별다른 저항이 없었기 때문에 도주 우려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인권위는 "이 문제는 수사기관의 관행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기 때문에 피진정인(경찰관)들에게 개별적인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종로경찰서장에게 소속 경찰들을 대상으로 직무 교육을 실시할 것과 함께 경찰청장에게는 호송 시 수갑 착용을 의무화한 피의자유치및호송규칙 개정을 권고했다.
다만 인권위는 경찰이 수갑을 찬 모습을 언론에 노출해 전 목사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언론사 간 취재 경쟁 속에서 발생한 것으로 경찰의 통제 밖에서 이뤄졌다"며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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