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도 처음으로 코로나 감염자가 자신이 돌보던 고양이한테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코로나에 감염된 반려동물이 사람에게 코로나를 전파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1년 넘게 코로나 유행이 지속하면서 홍콩, 일본 등에서는 그동안 반려견과 반려묘, 그리고 사육 밍크 등이 코로나에 감염된 사실이 몇 차례 보고된 적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24일 정세균 총리가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때 “반려동물과 일상을 함께하고 계신 분들, 생활 속에서 반려동물을 흔히 접하는 국민께 걱정을 드릴 수 있는 만큼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사람과 동물 간 코로나19 전파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평가해 투명하게 공개하라. 농식품부는 방역당국과 협의하여 반려동물 관리 지침을 마련하는 등 불안감이 없도록 조치해달라”고 지시하면서 국내 첫 반려동물 코로나 감염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증폭시켰다.
지난 1년간 우리나라에서 코로나 확진자로 판명된 사람은 7만5천명이 조금 넘는다. 감염 가구 수에 대한 통계는 없지만 일가족이 모두 확진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적어도 2만~3만 가구는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집에서 개와 고양이를 키우는 집은 이보다 훨씬 적을 것이다. 많게는 수천 가구, 적게는 수백 가구가 될 것으로 본다.
반려동물 코로나 감염, 이전에도 발생 가능성 있어
따라서 그동안 반려동물을 키우던 가정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지만 그 가정의 동물에서는 코로나가 발견되지 않은 것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기보다는 실제로는 있었지만 사람보다는 관심이 덜해 그냥 지나쳤을 수 있기 때문으로 추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주인이 코로나에 걸린 여러 가정에서 동물들이 집단적으로 한꺼번에 죽지 않는 이상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현재 세계 코로나 확진자 수가 1억 명이나 되면서 사람한테서 옮은 반려동물 사례는 상당히 많을 것이다. 세계 거의 모든 나라가 자국민의 감염도 제대로 막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려동물의 코로나 감염을 걱정하거나 그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힘을 쏟을 정도로 한가하지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반려동물에 대한 걱정은 외려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이든, 집에서 기르는 반려동물이든 코로나19를 비롯해 사람과 많은 감염병을 함께 나눈다. 동물이 사람에게, 거꾸로 사람이 동물에게 병원체를 퍼트릴 수 있다. 인수공통감염병이 바로 그것이다. 바이러스든, 세균이든, 기생충이든 병원체를 가리지 않는다. 직접 서로에게 전파할 수도 있고 진드기, 이, 벼룩, 모기 등 매개곤충이니 매개동물을 통해 전파하기도 한다.
인류 역사에 동물과 사람 공통 감염병 매우 많아
인류 감염병 역사에서 페스트, 에볼라, 에이즈, 탄저, 말라리아, 황열, 아프리카수면병, 공수병, 한타바이러스출혈열, 렙토스피라증, 라사열, 메르스, 사스, 지카열 등 수많은 감염병들의 등장과 확산에 조류, 박쥐, 쥐, 원숭이, 침팬지 등 포유동물 등이 관여했다. 코로나19도 그 가운데 하나로 보면 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고양이가 코로나에 걸렸다고 해서 과잉 대응해 여기에 힘을 쏟을 이유는 없다. 지금까지 반려동물에게서 사람으로 코로나가 확산된 사례가 사실상 없다고 한다면 앞으로도 그 가능성은 낮다. 물론 제로는 아니다. 세계 최초의 코로나 환자도 천산갑이든, 밍크든 분명 어느 중간 숙주동물한테서 옮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으로는 잘 전파되는데 왜 사람에서 반려동물로, 또 그 역으로는 잘 퍼지지 않는 걸까? 이와 관련한 연구나 데이터는 별로 없다. 다만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불가피하게 밀접접촉을 하고 대화하는 과정, 특히 밀집·밀접·밀폐 환경에서 미세 침방울이 상대방에게 튀면서, 쉽게 퍼질 수 있다. 그리고 지구촌 인구는 78억 명에 육박할 정도로 엄청나다.
지금은 반려동물 시대, 원 헬스의 중요성 성찰케 해
반면 반려동물은 설혹 자신의 몸에 바이러스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아주 가까이서 감염이 발생하게 만드는데 충분한 양의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퍼트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코로나 감염 애완동물한테서 사람이 바이러스를 옮을 위험 또한 낮은 것이다. 따라서 애완동물 코로나 감염에 대해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거나 과잉 대응할 필요는 전혀 없다.
우리 사회에서도 핵가족화와 1인 가구 등이 늘면서 최근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코로나에 걸리자 언론이 앞 다퉈 이를 보도한 이면에는 희귀한 것을 좋아하는 언론의 속성도 있지만 이런 반려동물 시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반려동물 시대를 맞아 수의학계를 중심으로 원 헬스(One Health)를 강조하며 이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나오고 있다. 원 헬스는 한마디로 ‘사람의 건강은 동물의 건강과 직결되며 동물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는 것을 말한다.
이는 동물과 사람 간 전파가 이루어지는 감염병(또는 전염병)뿐만 아니라 유해화학물질 등 건강 유해인자의 경우도 덩치가 큰 사람보다 함께 생활하는 반려동물이 먼저 이에 반응해 질병을 앓거나 사망하는 사례에서 잘 입증되고 있다.
반려동물 마스크, 소독제 뿌리기는 난센스
이를 보여준 대표적 역사적 사례가 일본의 미나마타병이며 우리나라에서는 가습기살균제 참사다. 미나마타병은 유기수은에 오염된 생선을 먹고 일본 미나마타 주민들이 대거 치명적 중독에 걸려 숨지거나 불치병을 앓은 세계적 공해병이다. 사람에 앞서 마을 고양이들이 오염 생선을 먹고 대거 죽어갔다. 하지만 1950년대 당시에는 이를 잘 몰라 그냥 지나쳤고 결국 엄청난 인간의 재앙으로 이어졌다.
우리나라에서 2011년에 그 진상이 드러난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경우도 그 이전에 가습기살균제를 집에서 사용한 가정에서 일부 반려견들이 호흡기 증상으로 숨져간 일이 있었으나 당시에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지나친 적이 있었다. 이 참사가 물 위로 드러난 뒤 반려동물의 죽음이 뒤늦게 조명됐다. 그리고 원 헬스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사례로 학계에 보고됐다.
국내 첫 반려동물 코로나 감염 사례를 계기로 코로나 감염이 의심되거나 밀접접촉으로 집에서 격리 생활을 하는 사람의 경우 반려동물을 가까이 하지 않는 등 동물 방역에도 신경을 쓰면서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물에게 마스크를 씌운다거나 이들의 몸에 소독제를 뿌려대는 엉터리 방역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