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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의 복직은 개인도 노사간 문제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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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숙의 복직은 개인도 노사간 문제도 아니다

[희망뚜벅이 김진숙] 김진숙의 복직이 갖는 의미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이 한진중공업의 투기자본 매각 반대와 자신의 복직을 촉구하며 지난해 12월 30일 부산에서 출발했다. 월요일을 빼고 매일 걸어서 청와대까지 행진 중이다. 2월 7일을 도착일로 하는 행진은 애초 김 지도위원을 포함해 3명으로 시작했으나 현재는 50~60명으로 늘어났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는 지난달 22일부터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5명이 단식을 진행 중이다. 이들이 이렇게까지 행진을 하고 단식을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프레시안>에서는 이들의 이야기를 연속해서 실을 예정이다.

오늘(24일)로 김진숙의 복직을 요구하는 청와대 앞 단식농성이 34일째다. 김진숙 씨의 행진도 20일을 넘겼다. 모두 목숨을 건 극한의 투쟁이다. 왜 이런 극한의 투쟁을 하는 것인가?

지난 화요일 긴급하게 마련된 국회토론회에서는 두 분이 발제를 하셨다. 송경용 신부는 김진숙 복직의 사회적 의미를 잘 짚어주었고, 오동석 교수는 헌법적 의미에서부터 국제인권법적 의미까지 폭넓게 짚어주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 상황을 이해하고 해결하는 방안으로 잘 제시된 것이라 생각하고 두 분의 의견에 동의한다.(내용은 당일 생중계한 <뉴스타파>에서 시청 가능)

그런데 지금 당장 긴박하게 벌어지는 이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고민을 풀기에는 너무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방안들이다서 아쉽다. 오동석 교수가 제시한 현실적인 대응방안들은 발제자 본인도 알고 있듯이 “실효성 있는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제시된 방안들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꼭 시도해볼 만한 일들이다. 그런 방안들을 제쳐둘 것이 아니라 실행에 옮기고자 준비하면 좋겠다.

이런 방안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지금 당장 단식이 길어지고, 암 환자인 김진숙 씨가 행진을 매일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을 제시한다.

김진숙 씨의 문제는 개인의 문제도, 노사 간의 문제도 아니다.

김진숙 씨의 문제는 개인 김진숙의 문제가 아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기(사실 노태우 정권 이후에도 노동권에 대한,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지속되어 왔다)에 노동문제는 ‘공안문제’였다. 1970년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후 이 나라에서 벌어졌던 노동운동에 대해서 언제 노사 간의 자율적인 타협으로 문제 해결을 해 본 경험이 있던가. 한 회사의 노사간의 분쟁에 대해서 득달같이 공권력이 개입되고, 공권력이 투입되어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을 진압하기에 바빴다. 일상적으로 노동운동가와 노조는 공권력의 감시 대상이었으며, 노동조합에 대한 부당한 사측의 개입은 허용되어왔던 반면에 노동자에 대한 연대는 법적으로 처벌해왔다. 그런 시기에 발생한 문제다. 이런 점은 먼저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이 문제의 해결은 시작되어야 한다.

노동조합운동을 불온하게 대해온 관행을 철폐해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기에 벌어진 공권력에 의한 노동탄압에 대해서 바로잡으려는 의지를 이 정부가 보여줘야 한다. 이미 민주화운동명예회복보상심의위원회는 김진숙 씨를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하고, 두 차례나 복직을 권고하였다. 이는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기에 있었던 부당한 해고를 공적 기구가 인정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노사 간의 문제로 돌리려는 태도는 온당치 않다. 국가가 저지른 잘못을 국가가 책임지고 풀어야 한다. 이를 통해 과거 김진숙 씨 사례만이 아니라 국가가 공권력을 동원해 노동운동가와 노동조합을 탄압한 것에 대해 이를 인정하고 이에 대해 사과함으로서 잘못된 관행을 더는 지속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이는 단지 김진숙 씨만의 문제가 아니다. 최근 단협을 체결한 유성기업의 사례에서 보듯이 한 개 사업장의 노동조합 파괴를 위해서 최근까지 정부의 여러 부처들이 결합해서 작당하고, 공권력이 동원되어 무자비하게 노동조합을 파괴하려고 했다. 노조파괴공작이 여실히 드러났음에도 법은 언제나 회사 편이었다. 이런 점들에 대해서 분명히 사과하고 바로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일이 필요하다. 이것은 헌법에서 보장된 노동3권을 존중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천명하는 것이 될 것이며, ‘노동존중’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정책 방침에도 맞는 것이다. 김진숙 씨 건에 대해서 국가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노동자 김진숙 명예회복 및 복직을 위한 긴급 토론회에서 증언 및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배임'이라는 터무니없는 핑계를 벗어나야 한다

사측이 김진숙 씨의 복직을 반대하고 이유는 무단결근이어서 해고한 것이라 정당하다는 것이다. 그것은 권위주의 정권 시기에 지노위, 중노위만이 아니라 사법부도 정치권력에 종속되어 시녀화되었던 시절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억지다. 이미 다른 사건들에서 권위주의 정권 시기의 잘못된 법집행과 사법부의 판결마저도 잘못이었음을 여러 과거사 관련 법률들과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기의 불법행위에 대한 재심판결 등에서 법리가 확실하게 정립된 바 있지 않은가. 공권력과 합작으로 회사에 출근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 이를 핑계로 해고라니 어처구니없다. 또 인권적 원칙에서 인권피해를 당한 피해자에 대한 배상은 복직만이 아니라 피해자의 원상회복을 위한 물질적 배보상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배상의 원칙을 포함하고 있다. 명백한 배상의 책임을 지고 있는 회사가 배임이라는 편리한 법 논리에 숨는 것은 부정의하다. 그런 태도는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군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으며, 여전히 ‘김진숙만은 안 된다’는 과거 한진 사측과 경영계의 논리의 연장일 뿐이고, 따라서 그것은 과거의 블랙리스트의 관행을 유지하겠다는 권위주의정권 시기의 노동관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결론적으로 지금 시기에 김진숙 씨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적인 해법이 동원되어야 한다. 국가의 수반인 대통령부터 과거 잘못된 국가의 노동운동에 대한 탄압에 대해서 사과하고 따라서 적극적으로 이를 풀기 위해서 나서야 한다. 국회도 입법으로 ‘김진숙들’의 문제를 풀기 위한 입법에 나서야 한다.

기업도 과거 국가 공권력과 유착하여 노동권을 탄압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ILO협약들을 비롯한 국제인권규약과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SDGs(지속가능발전목표들)에서 제시하는 기업문화를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그를 바로잡는 일에서부터 나서야 한다. 과거의 정경유착 시대의 노동탄압으로 기업을 경영하다가는 국제시장에서 고립을 자초할 것이기 때문이다. 김진숙 씨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함으로서 이 나라에 새로운 노동문화, 기업문화를 만드는 전환점으로 삼기를 바란다.

지금은 다급하게 움직여야 하는 시기다. 청와대 앞으로 행진해 올라오는 김진숙 씨와 한 달을 넘겨 이 혹한에 텐트 하나 못치고 노상단식 중인 정홍형 금속노조부양 수석부지부장, 성미선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김우 권리찾기유니온 활동가, 서영섭 신부, 송경동 시인에게 건강상의 문제라도 생긴다면 그것은 더욱 감당하기 힘든 정치적 문제로 전화될 것임을 정부당국자가 명심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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