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최소 12명의 공화당 상원의원, 140명의 공화당 하원의원은 끝까지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조지아주 국무장관에 "1만1780표 찾고 싶다" 전화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2일 자신이 패한 조지아주 선거관리 책임자인 브레드 라펜스퍼거 조지아주 국무장관에서 전화를 걸어 1시간 동안이나 재검표를 압박했다고 <워싱턴포스트>가 3일 보도했다. 트럼프는 "나는 1만1780표를 찾고 싶다. 이는 우리가 얻은 표보다 1표 많은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조지아에서 이겼기 때문이다"라고 통화 내내 자신이 이겼다고 주장했다. 라펜스퍼거는 트럼프에게 개표 과정이 공정했으며 문제가 없었다고 말하자 트럼프는 "당신은 공화당원도 아니다"라고 라펜스퍼거를 비난했다고 이 언론이 보도했다. 라펜스퍼거는 조지아주 의원을 지낸 공화당 인사다. 조지아주는 트럼프 측의 요구로 개표 결과에 대해 4차례나 재확인 작업을 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주장에 동조하는 일부 공화당 상하원 의원들과 마지막까지 '선거 불복 쇼'를 기획하며 동시에 지지자들에게는 6일 오후 워싱턴 DC에서 열릴 예정인 트럼프 지지 집회에 참석할 것으로 트위터 등을 통해 독려했다.
공화당 상원의원 12명-하원의원 140명, 6일 대선 결과 인증 거부 투표 행사 예고
테드 크루즈 의원(텍사스)을 포함한 11명의 상원의원은 2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내고 오는 6일 열리는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대통령 선거 결과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는 지난 12월 14일 있었던 선거인단(총 538명) 선거에서 바이든이 302명, 트럼프가 232명을 확보해 바이든이 승리한 선거 결과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절차다.
이들 의원은 "2020년 선거는 2016년 선거와 마찬가지로 힘든 싸움이었고 다수의 경합주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부가 결정됐다. 하지만 2020년 선거는 사상 유례 없는 유권자 사기, 선거법 위반, 허술한 선거법 집행 등 각종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졌다"며 "우리는 6일 분쟁 지역 선거인단에 대해 거부 투표를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의회에서 10일간 분쟁지역 선거에 대한 긴급 감사를 시행하고 조사 보고서를 발표할 것을 요구하면서 이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선거 결과 인증 때 반대표를 던지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런 주장의 근거로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된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지는 않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측은 연방대법원과 주대법원에 부정선거 의혹과 관련해 수십건의 소송을 제기했지만 거의 다 기각되거나 패소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이었던 윌리엄 바 전 법무장관도 "대규모 선거 사기를 입증할 만한 객관적인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바 전 장관은 결국 지난해 성탄절을 앞두고 사실상 잘렸다.
이 공동성명에는 테드 크루즈(텍사스), 론 존슨(위스콘신), 제임스 랭크포드(오클라호마), 스티스 데인스(몬테나), 존 케네디(루이지애나), 마샤 블랙번(테네시), 마이크 브라운(인디애나), 신시아 루미스(와이오밍), 로저 마샬(켄사스), 빌 해거티(테네시), 토미 터버빌(앨라배마) 등 11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외에도 앞서 조시 홀리(몬테나) 의원도 6일 합동회의에서 선거인단 선거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상 12명의 상원의원 외에도 5일 결선투표가 치러지는 조지아주 상원의원 후보 데이비드 퍼듀, 켈리 레플러도 선거 유세 과정에서 바이든 승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힌 바 있다.
하원에서도 모 브룩스, 폴 고사 등 최소 140명의 공화당 의원들이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CNN이 보도했다.
6일 합동회의에서 상원의원 1명과 하원의원 1명이 서면으로 특정 주 투표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면 이 문제에 대해 상원과 하원은 각각 2시간 동안 토론 후 표결에 들어간다. 표결에서 이의가 인정되면 해당 주 투표 결과는 최종 집계에서 제외된다. 하지만 상원과 하원 모두 과반 이상이 찬성을 해야 하므로 실제 이의제기가 최종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그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선거 결과에 최대한 '상처'를 내는 게 필요하다. 트럼프를 지지하는 열성 지지자들을 계속 결집시킬 수 있고, 이들을 감정적으로 자극해야지만 이들의 주머니에서 계속 정치자금을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다수 유권자들의 선택을 무시하는 트럼프식 정치가 선거 결과에 승복하고 평화적으로 정권을 이양해온 가장 오랜 민주주의 역사를 가진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는 점이다. MSNBC 진행자 척 토드는 3일 론 존슨 상원의원과 인터뷰에서 부정선거에 대한 어떤 근거로 제시하지 못하면서 주장만 반복하는 문제에 대해 지적하면서 "당신과 당신의 동료들이 이 논쟁을 일으켰다. 당신들은 방화범이다"라고 비판했다.
스테이 호이어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일부 공화당 의원들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민주주의를 위해 슬픈 날"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밋 롬니 상원의원(유타)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을 보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며 "야망에 의해 원칙이 이렇게 무너져도 되냐"고 반문했다. 벤 새스 상원의원(네브라스카)도 "미국의 국가적 민주주의 원칙을 위협하는 매우 위험한 계책(ploy)"이라고 비난했다.
펜스-매코널은 '의회 쿠데타'에 동참하지 않을 듯
한편, 트럼프의 '아바타'로 불리며 철저히 트럼프에게 보조를 맞춰왔던 마이크 펜스 부통령은 6일 합동회의에서 '의회 쿠데타'를 감행하라는 트럼프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강을 건넜다'는 평가다. 앞서 루이스 고머트 공화당 하원의원 등이 텍사스 연방법원에 펜스에게 대통령 선거 결과를 뒤집을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취지의 소송이 기각됐다. 트럼프 측은 펜스가 합동회의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선거인단을 인정할 권한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펜스는 법원에 자신이 그럴 권한이 없다며 관련 소송을 기각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법원은 펜스의 손을 들어줬다.
트럼프 측은 선거에서 진 일부 경합주에서 별도로 '대안 선거인단 선거'를 치뤘으며, 이 결과를 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대안 선거인단 선거'를 인정할 어떤 법적 근거도 없다.
앞서 상원 공화당 대표인 미치 매코널 의원(켄터키)도 선거인단 선거 직후 바이든의 승리를 인정했으며, 자당 의원들에게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말라고 당부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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