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3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유인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로 이동해 성탄절 연휴 내내 플로리다에서 골프를 즐겼다.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의회를 통과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추가 부양책(9000억 달러 규모)과 2021 회계연도 예산안(1조4000억 달러) 서명을 거부하고 있다. 그 여파로 1400만 명 이상이 혜택 대상인 실업자들을 위한 추가 지원 조치가 끊기고, 연방정부의 일시적 업무 중단(셧다운)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가 이런 파국을 막기 위해선 28일 자정까지 서명을 해야 한다.
CNN은 27일 "트럼프 대통령이 '성탄 선물' 차원에서 24일 오후 7시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이 법안에 서명할 예정이었고, 참모진들은 서명식을 준비했지만 막판에 트럼프가 마음이 바뀌었다는 이유로 서명식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날도 골프를 즐겼으며, 백악관은 이날 오후까지도 트럼프의 서명 여부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트럼프가 서명을 거부하고 있는 이유는 의회가 통과한 부양책에서 지원하는 현금액이 너무 적다는 이유다. 그는 26일 트위터에 "나는 위대한 국민이 쥐꼬리만한 600달러가 아니라 2000달러를 받기를 원한다"며 "수십억 달러의 '선심정치'를 멈추라"고 밝혔다.
문제는 트럼프가 지적한 '쥐꼬리만한 600달러'는 여당인 공화당 때문에 깎인 금액이라는 사실이다. 트럼프가 주장하는 현금 지급액을 늘리는 문제는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어 통과가 쉽지 않다.
게다가 트럼프의 서명 거부로 당장 실업자들에 대한 실업급여가 중단될 수도 있고, 코로나19 사태 이후 임대료를 내지 못한 세입자를 강제로 퇴거시키지 못하도록 한 정책도 예산안이 확정되지 못하면 이달 말 끝나게 된다. 트럼프의 서명 거부로 실업급여가 끊길 수도 있는 대상자는 1400여만 명, 임대료가 연체돼 추가적인 조치가 없으면 연말 이후 쫓겨날 수도 있는 세입자들은 920만 명 정도로 예상된다고 CNN이 27일 보도했다.
실제 서민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는 트럼프의 이런 '뒤끝' 정치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뿐 아니라 민주당, 공화당 의원들이 모두 비판하고 나섰다.
바이든은 26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가 초당적으로 통과된 부양책에 서명하지 않아 수백만 가정이 그들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책임 포기엔 파괴적인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법안 서명 지연으로 실업자들 뿐 아니라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를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도 구제 조치를 받지 못하게 된다며 "이 법안은 당장 서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의 팻 투미 상원의원(펜실베이니아)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미국 대통령이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다 얻을 수는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부양안에 서명하지 않을 경우 혼란, 고통, 변덕스러운 대통령으로 기억될 각오를 해야 한다"고 비난했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였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버몬트, 무소속)도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한 일을 하고 있다"며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실업수당을 잃을 수 있고, 수백만 명이 퇴거 유예 기간이 끝나기 때문에 아파트에서 쫓겨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27일 밤 '늦장 서명'...서명 늦어져 일부는 지원금 축소
트럼프는 결국 27일 밤 코로나19 부양책과 정부 예산안에 서명을 했다. 다만 트럼프가 26일에서 하루 지나 서명을 했기 때문에 코로나19 지원정책 중 일부 프로그램 대상자들은 추가 지원금을 받는 기간이 줄어들게 됐다고 한다. 또 의회 협상도 12월 말까지 길어졌기 때문에 일부 실업자들은 주 정부 기관들이 데이터를 업데이트하는 기간 동안 실업급여 지급이 중단될 수 있다고 <더 힐>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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