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중단해달라는 유족 측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은 7월 이후 사실상 중단된 박 전 시장 성폭력 사건 수사를 약 5개월 만에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신순영 판사)은 9일 박 전 시장 유족 측이 낸 포렌식 절차에 대한 준항고 및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박 전 시장의 업무용 휴대전화는 성추행 의혹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으로 꼽혔다. 경찰은 지난 7월 박 전 시장이 북악산 숙정문 인근 숲속에서 사망할 당시 함께 발견된 휴대전화에 대해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사망 경위를 파악하려 했다. 주된 목적은 사망 경위 파악이지만 경찰은 휴대전화에 담긴 내용에 따라 성추행 의혹 수사에도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시장 유족 측은 휴대전화를 유족에게 돌려주지 않는 것이 부당하다는 취지로 준항고 신청과 함께 집행정지 신청을 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임에 따라 경찰은 포렌식 작업을 중단한 채 휴대전화를 봉인 상태로 보관해왔다. 이에 따라 법원의 판단이 나올 때까지 △박 전 시장 사망 사건 △성추행 사건 △서울시의 성추행 방조·묵인 사건 등 모든 수사가 사실상 중단됐다.
박 전 시장 휴대전화의 포렌식은 일부 이뤄졌다. 앞서 경찰은 유족 측이 준항고 신청을 하기 전 휴대전화 암포를 해제한 뒤 정보가 손상되지 않도록 옮기는 이미징 작업까지 마친 상태였다.
다만 경찰이 박 전 시장의 휴대전화 포렌식 작업을 재개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유족이 법원의 기각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할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한편 경찰은 서울시의 성추행 방조·묵인 수사를 위해 박 전 시장 휴대전화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지도 검토할 예정이다. 지난 7월22일 법원에서 관련 영장이 한 차례 기각된 만큼 재신청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법원은 성추행 방조·묵인 혐의와 박 전 시장 휴대전화의 연관성이 희박하다고 보았다. 이후 경찰은 서울시장 비서실 관계자 등 참고인 20여 명과 전직 비서실장 4명 등을 조사했지만, 혐의를 입증할 추가적인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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