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 신입사원 채용비리에 연루된 인사담당자들에게 1심 법원이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했다. 첫 번째 공판이 열린 2018년 4월 이후 약 2년만이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9단독(법관 박수현)은 9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강OO 전 인사부장과 송OO 전 인사부장에게 각각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100만 원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피고인 오OO 전 인사팀장, 박OO 전 인사팀장에게는 각각 벌금 1000만 원을 선고했다.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를 받는 주식회사 하나은행에게는 벌금 700만 원을 내렸다.
이들 하나은행 인사담당자 4명은 2015년과 2016년 하나은행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서 함영주 당시 하나은행장이 추천한 지원자와 특정 대학 출신 지원자들이 채용되도록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전화, 문자, 이메일 등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채용 추천자들의 인적사항을 확인해 이른바 ‘장(長) 추천 리스트‘를 엑셀파일로 만들어 관리했다. 한문 장(長)은 함영주 은행장을 뜻한다.
또 이들은 일명 '상위권 대학' 출신 지원자들을 우대해 합격 여부를 결정하기도 했다. 실제 서울대학교 출신 지원자가 최종 합격하면서, 합격권에 있던 다른 지원자가 불합격으로 조작되기도 했다.
하나은행은 신입사원 여성 지원자의 합격 비율을 불리하게 정해놓는 방식으로 불공정한 채용을 진행하기도 했다. 당시 공채 응시 성비는 남성과 여성이 약 1대1 비율이었으나, 최종 합격자 성비는 최대 9대1까지 벌어졌다.
재판부는 "하나은행은 일반 사기업과 달리 은행법에 따라 금융감독원의 감독을 받는 금융기관으로서 공공성을 갖고 있다"면서 "채용에서도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무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판부는 "채용은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결정되며, 차별 없이 필요한 인재를 선발하는 것인데,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채용 업무를 담당하면서 추천받은 지원자거나 특정 대학 지원자라는 이유로 점수를 변경 및 조정하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투명하고 공정한 평가를 기대하고 채용 절차에 응한 이들과 사회 전반의 신뢰를 훼손하여 죄책이 가볍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본인의 사익을 취하거나, 친인척을 부정하게 채용한 게 아닌 점, 잘못된 관행을 그대로 답습한 터라 피고인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최종 면접단계에서 임원 면접관들의 점수를 조정한 혐의에 대해서는 위계상 업무방해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인사 청탁 및 추천을 받았지만 이미 안정권에 있었던 일부 지원자들을 합격시킨 혐의에 대해서도 죄가 없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당시 하나은행장을 역임했던 함영주 현 하나금융 부회장은 2013년~2016년 신입사원 공채에서 사외이사 또는 계열사 사장과 관련된 지원자들을 부정 채용한 혐의로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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