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북한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는 발표를 믿기 어렵다고 말한 것과 관련,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본인 명의의 담화를 발표하며 반발했다.
8일 김여정 제1부부장은 '남조선(남한) 외교부 장관 강경화의 망언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다'라는 제목의 담화에서 "며칠 전 남조선 외교부 장관 강경화가 중동 행각(부정적인 의미로, 어떤 목적으로 여기저기 돌아다님) 중에 우리의 비상방역조치들에 대하여 주제넘은 평을 하며 내뱉은 말"이 있었다며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그 속심 빤히 들여다보인다"며 "정확히 들었으니 우리는 두고두고 기억할 것이고 아마도 정확히 계산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강 장관은 지난 6일 중동지역 방문 중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초청으로 바레인에서 열린 마나마 대화 제1세션 '코로나 팬데믹 글로벌 거버넌스'에 참석해 연설을 가진 뒤 이어진 질의 응답 시간에서 북한의 코로나19 상황에 대해 평가한 바 있다.
강 장관은 남한이 코로나19와 관련한 방역 협력을 제안했지만 북한은 여기에 응답하지 않고 있다며 "(코로나19가)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들(북한)은 여전히 어떠한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없다고 말하지만 이는 믿기 어렵다"며 "모든 징후가 북한 정권이 스스로 '없다'고 이야기하는 그 질병(코로나19)을 통제하는 데 매우 집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것은 조금 이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강 장관이 이처럼 북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있을 것이라는 식의 발언을 한 데에는 이 사안과 관련해 북한에 협력 및 지원이 가능하다는 뜻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우리는 (북한에) 코로나19에 관해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며 "그들(북한)을 공중 보건을 위한 지역 협력체에 초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강 장관은 7일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WAM> 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무거운 제재를 받고 있는데, 여기에 코로나19 도전에도 직면해 있다"며 "북한이 경제 발전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국제사회와 협력해야 한다"고 말해 북한이 대화에 복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북한은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된 이후 줄곧 확진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런데 강 장관이 국제무대에서 남북 간 방역 협력이 필요하다는 근거로 북한에 확진자가 있을 수 있다며 북한의 발표를 정면으로 부정하자, 이에 대해 반박하는 차원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제1부부장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 제1부부장의 담화는 지난 6월 17일 개성에 위치한 남북연락사무소와 관련한 내용을 발표한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다만 이번 담화의 분량이 이전과는 달리 네 문장에 그쳤다는 점, 또 북한 내부에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 게재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북한이 반발 수위를 조절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북한은 지난 2일 방역 단계를 '초특급'단계로 격상하며 코로나19 차단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 이후 사실상 국경을 봉쇄한 북한은 이번 조치로 일부 상점과 편의시설 등의 영업을 중단했으며 내부 이동에도 제한을 두고 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코로나 19 방역과 관련한 내부 단속에도 집중하고 있다. 8일 <로동신문>은 논설을 통해 "초긴장, 초강도의 비상방역대전이 힘있게 벌어지는 지금 우리에게 있어 악성비루스(바이러스)에 못지않게 무서운 적은 안일과 해이, 완만성"이라며 "안일·해이와 만성병을 단호히 배격할 것"을 주민들에게 주문하기도 했다.
전날에도 신문은 "보이지 않는 악성비루스와 전쟁에서는 순간의 해이도 절대 금물이고 천만번중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될수 없다"며 "초긴장상태를 계속 견지하고 비상방역전에 총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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