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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시대, 뭐든 다 배달해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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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의 시대, 뭐든 다 배달해본 이야기

[프레시안 books] <뭐든 다 배달합니다>

늦은 시간 집에 가며 '카카오 택시' 앱을 이용해 택시를 잡는다. 집에 가는 길에 '배달의 민족'으로 야식을 주문한다. 마침 거의 다 먹어가는 생수가 생각나 '쿠팡'으로 생수 12통도 주문한다. 집에 도착하기까지 '네이버 웹툰'으로 좋아하는 웹툰을 보면서 무료함을 달랜다.

배달의 민족, 쿠팡, 카카오 대리운전, 타다, 직방… 현대인의 일상에 한 번쯤은 이용해봤을 플랫폼 앱이다. 플랫폼 없이는 살 수 없는 시대다.

직접 체험한 플랫폼 노동의 현장

책 <뭐든 다 배달해드립니다>(메디치미디어 펴냄)는 플랫폼 이용자가 아닌 플랫폼 노동자가 되어 바라본 노동 현실에 관한 보고서다.

미디어 매체의 편집장이었던 저자는 회사를 그만두고 직접 배달과 물류세터, 대리운전 등 '플랫폼 노동' 현장에 뛰어들었다. 책은 저자가 200여 일에 걸쳐 체험한 플랫폼 노동 현장의 다양한 에피소드와 직접 그린 삽화로 현실감을 더한다. 체험한 사람만이 그려낼 수 있는 묘사와 현장에서 얻어낸 통찰이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저자는 플랫폼 노동의 현실이 어떠한지, 노동자에게 플랫폼 노동은 어떠한 의미인지, 왜 플랫폼 노동에 많은 사람들이 뛰어들고 있는지 관찰하고 분석한다. 또한 쿠팡, 배민, 카카오대리와 타다로 대표되는 새로운 플랫폼 경제 속에서 기업과 노동자의 역할을 들여다보며 바뀌어야만 하는 지점을 짚는다.

책은 저자가 일한 플랫폼에 따라 4장으로 구성됐다. 1장 '택배 전성시대의 하루, 쿠팡'에서는 쿠팡 피커맨으로 일했던 경험을 담았다. 이 장에서는 최저임금 문제와 함께 플랫폼인 쿠팡이 실제 골목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2장 '배달 ON 배달 OFF, 배달의 민족'에서는 위험에 내몰리는 배달 노동자와 결코 큰 수입을 벌 수 없는 구조적 한계를 지적한다.

3장 '당신을 배달해드립니다, 카카오 대리운전'에서는 노동의 사각지대에 놓인 플랫폼 노동자들의 현실과 함께 '타다 논쟁'에 대해 설명한다. 마지막 4장 '플랫폼 노동의 빛과 그림자'에서는 플랫폼 노동이 만들어낼 또 다른 사회 양극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뭐든 다 배달합니다>(김하영 지음, 메디치미디어 펴냄, 값 1만4000원)

코로나19 팬데믹, 모든 게 멈췄지만 플랫폼 노동은 바쁘다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디지털 플랫폼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동시에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플랫폼 노동도 확산됐다. 현재 국내에서만 50만 명이 플랫폼 노동에 종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의 민족'과 '쿠팡'과 같은 배달 앱 뿐만 아니라 플랫폼에 창작물을 올리는 웹툰 및 소설작가나 유튜버도 플랫폼 노동자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플랫폼 노동의 확산을 가속화시켰다. 일각에서는 플랫폼 노동이 근로자와 기업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고용 형태라고 말한다. 기업은 고용 부담을 줄이고, 노동자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원하는 시간에 찾아 경제활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여 일 동안 플랫폼 노동을 직접 경험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플랫폼 노동이 과연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이익일까"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쿠팡의 피커맨을 시작해 배민커넥터와 카카오 대리기사에 이르기까지 플랫폼 노동 현장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쿠팡이 왜 '택배 사관학교'라 불리는지, 다른 물류업체보다 정규직 전환율이 높은 이유가 무엇인지, AI가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롭다.

'내가 원할 때 달리고 싶은 만큼만'이라는 배민 커넥터 모집 홍보 문구에 이끌려 저자는 쿠팡을 그만두고 배민커넥터라는 새로운 플랫폼 노동을 선택한다. 제 시간에 음식을 배달하고 기뻐하는 고객의 모습에 뿌듯해 하고 빠른 배달을 위해 신호를 무시하고 도로를 질주하는 배달대행 라이더들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한다. 배민이라는 '핫'한 플랫폼 노동에 관한 다양하고 생생한 에피소드를 통해 저자는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자유롭게 일할 수 있지만 수입이 좋지 않은 커넥터를 그만두고 저자는 대리운전 기사가 되어 또 다른 플랫폼 노동의 세계로 접어든다. 스마트폰 앱을 다운로드 받아 운전면허증과 프로필 사진을 올리고 심사만 받으면 누구나 카카오 대리기사가 될 수 있다. 이처럼 간단한 절차를 통해 새로운 플랫폼에 진입한 저자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어떻게 제도의 사각지대에 있는지 그려낸다.

N잡러가 될 수 있는 기회? 글쎄...

저자는 최근 플랫폼 노동이 '시간을 쪼개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로 여겨진다는 점을 짚으며 이를 "궁핍해져 가는 삶을 개선시키려는 몸부림"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플랫폼 노동자들을 현대판 소작민들에 비유한다. 플랫폼 노동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면 종사자들을 위한 제도 개선과 사회적 지능의 향상이 절실한 시점이다.

저자는 "플랫폼 노동의 증가가 임금 하락을 가져오고 AI의 발전으로 앞으로는 여러 일자리가 없어지고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할 것"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기업이 아닌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지점"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모두 사람이 하는 일이고 사람들을 위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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