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3차 유행 상황이 심각해지면서 결국 26일 전국에서 583명의 신규 확진자가 나왔다. 3월 1차 유행 이후 가장 큰 규모다. 수도권 확진자만 415명(해외 유입 13명)이다.
상황이 이어질 경우 수도권에서만 12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코로나19 상황 장기화에 따른 시민의 피로도가 커진 만큼, 정부가 거리두기 격상으로 현 상황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현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 거리두기 추가 상향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으나, 정부 조치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한 상황으로 해석된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비상대책위원장(국립암센터 교수)의 지적이다.
기 교수는 이날 <프레시안>과 전화 인터뷰에서 현 상황이 아직 정점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기 교수는 "상황이 정점인지 아닌지는 추후 감염자 수가 줄어드는 상황까지 확인해야만 알 수 있다"며 "자체 모델링에 의하면 현 상황이 이어질 경우 하루 1200명이 넘는 확진자도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 교수 팀이 지난 11월 11일부터 20일까지의 확진자 상황을 기준으로 감염 추이를 모니터링한 결과, 해당 기간 평균 감염재생산지수는 전국 기준 2.03, 수도권 기준 2.23에 달했다. 한 명의 감염자가 2명이 넘는 추가 감염자를 만들어 기하급수적으로 감염 상황이 확산한다는 뜻이다.
기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이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2주 후 수도권에서만 1200명이 넘는 감염자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감염 상황이 더 심각해진 만큼, 기 교수의 지적을 고려하면 최근 감염재생산지수는 더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11월 20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63명이었던 반면, 이날은 5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다만 확진자의 대규모 증가 후 사람들이 거리두기에 나선 상황까지 고려하면, 앞으로 상황은 유동적으로 판단된다.
감염 상황이 빠른 속도로 심각해짐에 따라 일각에서는 방역당국이 수도권에 내린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수준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염자 추적 등 사후 대책만으로 현 상황을 통제하기가 불가능한 만큼, 사람들의 거리두기 수준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더 떨어뜨려야 한다는 이유다. 기 교수는 그러나 현 상황에서 거리두기 강화만으로는 뚜렷한 성과를 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기 교수는 "이전 감염 양상을 보면 정부가 거리두기 단계 상향에 나서기 전에 사람들이 알아서 움직임을 줄이기 시작했으나, 최근에는 그 같은 반응 수준이 떨어졌다"며 "사람들의 피로도가 커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상황에서 거리두기 강화만으로 감염 통제 효과는 뚜렷하지 않다"며 "지금은 굉장히 작은 (일상의) 소모임에서 확진자가 나오는데, 정부가 식당 영업을 밤 9시 이후 통제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기 교수는 강조했다.
즉, 시민의 자발적 거리두기 동참 없이 정부 지침 강화만으로는 현 상황을 통제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기 교수는 특히 양성 환자 확진율에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거 한국의 방역 시스템이 잘 작동하던 당시 확진율은 1% 안팎으로 통제됐으나, 최근에는 2%를 크게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검사건수가 확진자를 크게 웃돌았으나,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검사량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는 부분이다.
기 교수는 "무증상자가 많은 코로나19의 특성을 고려하면, 역학적 연관성이 없는 무증상자라도 쉽게 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해 검사량을 크게 늘려야 한다"며 "서울역 등 사람이 몰리는 곳에 전화번호만 기재하면 누구나 검사받을 수 있도록 정부가 조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같은 조치 없이 현 상황이 통제되지 않아 "앞으로 2~3주간 감염자 수가 확실히 감소하지 않은 상태로 수학능력시험과 논술시험 등 (젊은층의 이동량이 크게 증가하는 국가적 이벤트가 발생한다면) 감염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고 기 교수는 우려했다.
기 교수는 현 상황 통제와 별개로 정부가 공공의료 강화에 대형 투자를 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기 교수는 "현 상황을 넘어가도 4차, 5차 유행이 또 올 수 있다"며 "사태 장기화에 대응할 근본 역량은 결국 공공의료 치료 능력 강화에서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의 현 의료 상황은 "민간의료가 90%를 차지"하는데 "민간병원은 코로나19 환자를 꺼리고, 공공의료 수준은 부족해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대응 역량이 떨어진다"고 기 교수는 지적했다.
정부의 공공의료 투자가 부진한 상황이 장기적으로 결국 코로나19 대응 능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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