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까지 닷새째 확진자가 하루 300명을 넘었다. 다들 말하는 대로 '3차 유행'이 시작되었고 방역 단계를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예상과 경고가 있었으니 놀람보다 '놀랍지 않음'을 더 조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각 개인과 정부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런 이야기도 어쩐지 새삼스럽다. 그동안 경험하고 배운 것이 적지 않은 탓이다. 이 또한 어떤 점에서는 또 한 가지 불안 요인이다. '집단 지성'은 모자라지 않겠으나 잘 실천하는 것은 또 다른 도전이므로.
모든 참여자가 심한 피로 상태에 놓인 것이 1, 2차 유행과 특히 다르다. 지치고 힘든 것은 비단 방역과 의료를 맡은 사람들에 한정되지 않는다. 경제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그들대로 더 버틸 재간이 없다고 호소한다. 방역 단계를 올려 제약이 더 심해지면 어떤 고통이 더해질지 뻔하다.
스스로 예방수칙을 지키고 거리 두기를 실천하는 각 개인도 피로감을 호소하긴 마찬가지다. '예외 상태'가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니 여느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지치고 느슨해지는 것을 탓하기 어렵다. 집에 머물고 모이지 말라는 호소와 권고만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없는 이유다.(☞ 관련 기사 : <연합뉴스> 10월 25일 자 '거리두고 가을 정취 만끽…'만산홍엽' 전국 유명산 북적')
그래도 물어야 한다. 어쩌면 많이들 짜증스럽거나 우울한 이 상황에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가장 먼저, 방역 단계를 격상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방역 단계가 어떻게 되든 그런 방역 단계를 실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자발적인 행동뿐 아니라 공권력이 개입한 강제 조치도 어떤 방역 단계를 '선언'하는 것만으로는 그것이 작동하고 효과가 있다고 보장하기 어렵다. 할 수 있고 다들 그렇게 해야만 효과를 보는 것이 감염병 방역의 핵심 특성이 아닌가. 그러니 두 가지가 함께 가야 한다.
첫째, 다른 방법이 없으니 우선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최대한 실천하는 수밖에. 한 사람 한 사람 개인도 중요하겠지만 여러 작은 '집단'의 현명한 실천을 기대한다. 이미 아는 그대로 소규모 집단감염을 막으려면 이 방법이 최선일 것이다.
원리로 보면 어떤 모임이 그런지 이미 알고 있다. 여러 사람이 오랜 시간 같이 있으면서 환기가 잘되지 않는 조건이면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 먹고 마시고 말하는 것이 보태지면 특히 더하다. 결국 '시민'의 역량에 달렸다. 이제야말로 연대와 협력의 민주주의 역량이 발휘되어야 할 때다.
모든 수단과 책임을 개인에 돌리는 방역 모델의 '개인화'에 찬성하지 않지만, 당장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이 안타깝다. 앞으로 1~2주 특별한 실천을 통해 3차 유행을 가능한 한 빨리, 최소한의 인명 피해로,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둘째, 정부는 첫 번째 과제, 즉 사회적 거리 두기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것. 사실 이 일이 있기 전에 충분히 준비해야 했던 일이나, 이제라도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특히 '타이밍'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과 3주 전 '논평'을 통해 걱정하며 촉구했던 내용부터 옮긴다.(☞ 관련 기사 : 자율과 책임'이 부과된 코로나19 방역, 가능하게 하려면)
지금 시점에도 원리는 그대로다. 기존 사업과 제도를 활용해서라도 '예외적' 조치들을 신속하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긴급생계지원금'만 하더라도 조건과 대상을 대폭 늘리는 쪽을 고민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예산, 법, 제도, 행정에 책임을 미룰 겨를이 없다.
한 가지 더, 물리적 피로감이 가중되는 이때 사회적 거리 두기를 촉진하는 중요한 동력은 '안심'과 '보장'이 아닐까? 지금 문을 잠시 닫거나 일을 중지해도 안전할 것이라는 보장. 최소한의 희망을 품을 수 있어야 오늘 피로감을 이길 수 있을 것이다.
개인의 의식과 도덕에만 의존할 일이 아니다. 이미 경험한 재난지원금이든, 또는 새로운 '긴급 조치'든, 일부 국유화 모델이든, 정부가 권고하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지금 실천할 수 있는 조건을 강화하라. 설마, 이런 나쁜 상황을 예상한 대응 시나리오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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