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15일(현지 시각) 트위터에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승리를 인정하는 듯한 글을 올려 한때 최초로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입장을 밝힌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잠시 후 "나는 승복하지 않는다"는 글을 올려 논란을 불식시켰다.
이런 해프닝은 선거인단 선거, 대중투표 등 모든 선거 결과에서 바이든 당선인이 앞선 가운데, 트럼프 측이 "선거 조작"을 고집하다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따져볼 때 '선거 불복'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지, 트럼프 자신도 바이든이 이겼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트럼프 측이 무차별로 제기한 소송 중 9개가 주말을 전후해 기각됐다고 CNN이 보도했다.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재판 등을 통해 새로운 근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내용 없이 '선거 불복' 입장을 반복해서 주장하려다보니 바이든이 이겼다는 말을 하게 된 것이다. 트럼프는 13일 선거 관련 소송의 책임자로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을 임명하며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지만 승패를 뒤집기는 어려워 보인다.
트럼프 측이 객관적 증거를 내놓지 못해도 트럼프 지지자들은 여전히 그에 대한 무한의 신뢰를 표하고 있다. 지난 14일 워싱턴 D.C, 플로리다, 애리조나 등에서 트럼프 지지자들이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다만 주최 측의 주장처럼 100만 명이나 참가하지는 않았고 수천명이 참가하는 수준에 그쳤다.
트럼프 "선거 조작돼 그가 이겼다"
트럼프는 15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선거가 조작됐기 때문에 그가 이겼다"며 "선거 참관인이나 감시인들 (접근)이 허용되지 않았고, 개표 집계는 급진 좌파가 소유한 회사인 도미니언에 의해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바이든을 지칭한다.
트럼프는 또 "선거일 밤 일어난 모든 기계적 결함이란 것들은 정말로 그들이 표를 훔치려다 들킨 것이지만 그들은 잡히지 않고 충분히 성공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선거 부정'에 대한 기존 주장을 다른 버전으로 반복한 것이지만, '그가 이겼다'는 표현 때문에 트럼프가 선거 결과에 승복하는 수순을 밟으려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으로 조 바이든이 선거에서 이긴 것을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자신의 트윗에 대한 뉴스들이 쏟아지자 트럼프는 다시 트윗을 올려 '승복' 입장을 밝힌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트럼프는 "오직 가짜 뉴스 미디어의 눈에만 이겼다. 나는 아무 것도 승복하지 않았다"며 "우리는 갈 길이 멀다. 이것은 조작된 선거!"라고 밝혔다.
워싱턴 D.C 등에서 '마가 집회'...일부 부상자 등 발생
한편, 주말인 14일에는 워싱턴D.C 등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백만 마가 행진'(Million MAGA March), '트럼프를 위한 행진'(the March for Trump), '도둑질을 멈춰라'(Stop the Steal) 등의 이름을 내세운 트럼프 지지 단체들이 참여했다. '마가(MAGA)'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트럼프 대선 구호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의 집회에 대해 트윗을 통해 여러차례 격려했고, 이날 버지니아주에 있는 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느라 차로 이동하면서 시위대를 지나쳐 가면서 엄지를 올리며 지지자들에게 응답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집회는 심야 시간까지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트럼프 지지자와 반대 시위자들 사이에서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에서 총기를 소지한 4명을 포함해 최소 20명을 체포했다. 시위대 중 한 남성은 흉기에 찔려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다고 한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