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3일 대통령 선거 당일 저녁에 일부 개표 결과 자신이 앞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 먼저 승리를 선언하겠다고 측근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악시오스>는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이 최근 측근들에게 이런 입장을 밝혔다는 사실을 3명을 통해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개표 초기 현장투표와 사전투표에서 자신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 우편투표의 개표 완료와 관계 없이 승리를 기정사실화하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개표 완료 전에 '승리 알박기'?
선거 당일 일부 개표 결과만을 근거로 트럼프가 선수를 쳐서 '승리'를 선언하고 개표가 채 되지 못한 우편투표에 대해선 '사기'라고 주장하면서 백악관에서 일종의 '점거 농성'을 벌일 것이라는 얘기다. 이런 시나리오는 트럼프가 '선거 불복' 가능성을 시사한 뒤 일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것이기도 하다.
민주주의 선거 절차 자체를 무시하겠다는 이런 시나리오를 트럼프가 직접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악시오스>는 보도했다. 이는 이번 선거에서 플로리다와 함께 승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되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우편투표 결과가 확정되기 전에 트럼프가 승리를 선언하겠다는 얘기다.
미국 대선은 대중투표(popular vote)가 아닌 각 주별 선거결과를 토대로 승자독식 방식으로 득표를 계산하는 선거인단 선거(electoral college vote, 538명 중 270명 이상을 확보하면 승리)로 승패가 결정된다. 때문에 공화당이나 민주당 지지 성향을 뚜렷하지 않은 경합주의 선거 결과가 매우 중요하다.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가 승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6개의 경합주(플로리다, 애리조나,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중 이번 선거에서는 플로리다(선거인단 29명)와 펜실베이니아(선거인단 20명)의 결과가 결국 판세를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들 중 플로리다는 선거일 전에도 우편투표 개표를 허용하고 있어서 빠르면 선거 당일 밤에도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펜실베이니아는 선거가 끝나기 전까지 우편투표 개표를 시작할 수 없어 개표 완료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플로리다는 6개 경합주 중 현재 여론조사에서 유일하게 트럼프가 앞서는 지역(+2%p)인 반면 펜실베이니아는 바이든이 트럼프에 비해 7%p 앞서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CNN 보도). 따라서 트럼프는 상대적으로 바이든 지지자들의 표가 많은 우편투표 개표가 완료되기 전에 현장 투표 결과만 갖고 선거 당일 밤에 '승리 선언'을 하겠다는 계산이다.
트럼프, '백악관 점거 농성' 벌이면서 지지자들 폭동 부추기기?
이처럼 트럼프가 선거 당일 '승리 선언'을 한 뒤 백악관에서 '점거 농성'에 들어갈 경우 대선 이후 소요 사태를 피하는 게 불가능할 전망이다. 이런 부당한 사태를 받아들일 수 없는 바이든 지지자들의 거리로 나와 항의시위를 벌이게 되면 이를 빌미로 트럼프 지지자들도 시위를 벌이면서 양측 지지자들 사이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10월 30일 텍사스에서는 트럼프 지지자들이 고속도로에서 민주당 대선 유세버스를 둘러싸고 위협하면서 차량을 들이박는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이 일 때문에 민주당은 오스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유세를 취소했다. 민주당 소속 라파엘 엔키아 텍사스주 하원의원은 트럼프 지지자들이 총기를 들고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31일 자신의 트위터에 당시 상황을 담은 동영상을 올리면서 "나는 텍사스가 좋다!"라고 밝혔다. 지지자들의 폭력을 옹호하고 이를 노골적으로 부추기는 발언이다. 민주당 측에서 이에 대해 문제를 삼자 공화당의 반응은 "좌파의 폭력이 더 심각하다"는 것이었다. 이 사건과 관련해 연방수사국(FBI)은 조사에 들어갔다. 앞서 지난달 25일 뉴욕에서도 트럼프 지지자들과 바이든 지지자들 사이의 물리적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또 워싱턴 D.C, 뉴욕,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의 백화점 등 상점들은 대선 이후 있을지 모를 폭력 사태에 대비해 건물 외벽에 가림막을 설치하는 등 대비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는 31일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내전 수준의 소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대규모 폭동을 준비하는 조직적인 움직임은 없지만, 국지적인 소요는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일각에서는 이런 폭력 사태를 빌미로 트럼프가 군을 동원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트럼프의 비선 참모인 로저 스톤은 트럼프가 1807년에 제정된 '폭동법'에 따라 현역 군인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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