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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위기,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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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대 위기,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

[박병일의 Flash Talk]

필자가 석·박사 학위과정을 공부한 영국에서는 지방도시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표적인 대학들을 하나씩 보유하고 있다. 예컨대, 에든버러는 에든버러대학이라는 탑스쿨(top school)을 갖고 있고, 맨체스터에 가서는 맨체스터 대학이라는 유명대학을 만날 수 있으며, 버밍햄에는 버밍햄대학이라는 높은 위상의 대학이 존재한다. 흔히 영국을 대표하는 학교라고 일컬어지는 케임브리지대학도 실상 케임브리지라는 소도시에, 그리고 옥스퍼드대학 역시 옥스퍼드라는 지방도시에 위치한 대학일 뿐이다. 따라서 영국에서는 런던에 있는 대학이 곧 상위권 대학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을뿐더러, 같은 이유로 진학을 목전에 둔 인재들이 전국 각 지역대학에 골고루 입학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사정은 어떠한가? 고3 수험생들이 입학을 원하는 대학들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려있고, 학령인구 감소와 더불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할 것'이라는 '웃픈' 얘기가 학계에 돌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방치한다면, 우스개로 얘기한 말이 현실화될 것이 자명한 것은 물론, 결국 지방대학은 모두 소멸함으로써 국가 내 대학이 수도(首都)와 그 주변에만 존재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으로 변할 것이다. 실제로 최근 언론의 보도, 예컨대 '경북대 자퇴생이 5년간 3000명', '부산대 4명 중 3명이 입학 포기', '수시 정원미달 지방대학 대폭 증가 전망' 등을 보면 지방대 소멸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어쩌다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맞이하게 된 것인가? 사실 단순히 한, 두 가지로 그 이유를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우선 수도권 지역으로의 인구 쏠림 현상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전국 학생의 절반 가까이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고, 이로 인해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서울 및 수도권 소재 대학의 대입 경쟁률은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서울·경기로 인구가 집중되는 주요한 이유는 고용의 기회 때문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학생들도 졸업 후 취업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서울 소재 대학으로의 입학을 자연스럽게 선호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방으로의 인구 분산을 견인할 수 있는 묘책이 시급히 요망되며,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더불어 민간 대기업(특히 본사)의 자발적인 지방이전을 촉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편 기업은 왜 서울 소재 대학의 졸업생을 채용하길 원할까? 앞서 언급한 이유로 입학자원 자체가 우수함과 더불어 양질의 교육이 서울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령 의사들이 지방근무보다는 서울의 대형병원에 있고자 하는 까닭과 일면 닮았다고 할 수 있다. 즉, 본인이 의학계에서 인정받고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남이 갖지 못한 새로운 선진의료기술을 습득해야 하는데, 그 기회가 서울에 있어야 주어진다. 다시 말해서, 지방 중소병원에서는 낡은 의료기기와 씨름하며 변화 없는 일상을 살아야 하거나, 설령 최신 의료기기를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많은 경우 그 기계를 충분히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기존 우수인력이 부족함에 따라, 신기술 학습에 대한 충분한 기회가 제대로 제공되지 않는다. 이를 고용시장에 비추어 살펴보면, (반드시 그러한 것은 아니지만) 대개 서울 소재 대학의 교수진이 상대적으로 더 나은 연구 능력과 암묵적 지식(暗黙的知識)을 갖추고 있기에, 기업은 우수한 교수에게서 교육받은 자원을 채용하고자 하는 경향으로 나타난다.

런던과 지방을 불문하고 지식생산이 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영국의 상황을 잠시 서두에 설명한 바 있는데, 이러한 모습이 국토의 균형 있는 발전에 일정 부분 기여하고 있음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이러한 다른 국가의 상황으로부터 시사점을 얻으려고 노력해야 하고, (비록 부실대학은 시장에서 사라져야겠지만) 소멸이 가시화되고 있는 건강한 지방대를 그대로 방치하는 대신, 영국처럼 도시별 거점대학을 육성하려고 힘써야 할 것이다. 물론 주요한 영업활동을 서울에서 영위하고 있는 기업들이 다수 지방으로 이전되고, 이를 통해 수도권 인구의 지방 분산을 도모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하겠으나, 우선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쉬운 일부터 차근차근 시행했으면 한다. 그 일환으로 우수 교수자원과 후학(後學)이 지방대학 근무를 주저하지 않을 수 있도록 다음의 세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지방대학 연구 및 교육환경의 획기적인 개선, 둘째, 복리후생의 대폭 증진, 셋째, 국립대 교수 간 전격적인 순환근무. 원하는 양질의 상품을 시장에서 소비자가 선택하듯이, 앞으로 지방대학의 생존 여부는 학생들의 선택 여부에 의해 결정될 것이고, 수험생의 선택을 유도하려면 대학의 상품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우수 교수의 전폭적인 유치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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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일

한국외대 경영학과에서 국제경영을 가르치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경제연구소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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