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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시간 40분인데 "20분만에 만들어"...배달앱 배만 불려주는 '사장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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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시간 40분인데 "20분만에 만들어"...배달앱 배만 불려주는 '사장님'들

[배달 '혁신'의 민낯 下] ① 닭갈비집 운영하는 박 씨의 이야기

플랫폼(platform). 사람과 집단 간 내지는 집단과 집단 간 소통하는 틀이다. 일종의 디지털 인프라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은 스스로 시장을 만들지는 못 한다. 다양한 집단 내지 사람을 연결해주는 인프라만 제공할 뿐이다.

요즘 '핫'한 배달앱을 예로 들어 보자, 이 플랫폼은 자영업자와 소비자, 그리고 배달원을 연결하는 역할만을 한다. 문제는 그렇게 연결하는 역할만으로도 자체 시장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다만, 배달앱에서는 이를 시장이라 부르지 않고 '공동체'라고 칭한다. 공동의 이해관계에 기반하는 구조라는 것이다. 실제 그런지는 의문이다.

공동체라 칭하나 그러한 '공동체' 속에서도 착취와 피착취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프레시안>은 배달앱에서 배달원과 함께 '공동체'를 떠받치고 있는 자영업자가 어떤 구조에서 일하고 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플랫폼의 구조적 모순이 무엇인지를 지적해보고자 한다.

(바로가기 ☞ : 배달 '혁신'의 민낯 上)

박현철(가명) 씨는 서울에서 닭갈비집을 운영하고 있다. 시작한 지는 5년이 다 되어간다. 대기업을 다니다 퇴직했다. 40대 후반이 지나면서 회사에서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닭갈비집을 차린 이유다.

그렇다고 장사가 쉬운 것도 아니었다. 한평생 회사만 다니던 박 씨였다. 식당 운영에 필요한 모든 일들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다. 프랜차이즈로 닭갈비 장사를 시작했다. 닭고기, 양념 등을 본사로부터 공급받았다. 박 씨가 선택한 프랜차이즈는 초기 가맹비나 월 로얄티를 면제해줬다. 그나마 숨통이 트였다.

그렇게 2년 정도 장사했을까. 그사이 배달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홀 손님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박 씨도 배달을 무시하긴 어려웠다.

ⓒ프레시안(최형락)

배달앱, 500만 원 배달 매출에 140만5000원 수수료로 가져가

박 씨 가게에는 배달원이 없었다. 찾아보니 '주문 중개'부터 '배달'까지 모두 하는 통합 배달 플랫폼이 있었다. 우리가 흔히 이용하는 배달의민족(배민)과 요기요는 음식점과 소비자를 연결하는 '주문 중개' 역할만 한다.

여러 곳을 알아봤고 그중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의 자회사 배민라이더스(우아한청년들)를 선택했다. 배달의민족이 배달앱 업계 1위였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가장 많이 접속하는 곳이니 자연히 주문도 많으리라 예측했다. 배민라이더스와 비슷한 모델로는 배달앱 요기요(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의 자회사 요기요플러스(플라이앤컴퍼니)와, 국내 최대 규모의 물류회사인 쿠팡이 운영하는 쿠팡이츠가 있다.

2년 정도 배달앱을 이용했다. 한창 열심히 할 때는 배달앱에서만 월 500만 원 가까이 매출이 나왔다. 홀 장사가 잘 안되다 보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단순히 매출이 늘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었다. 배민라이더스는 카드수수료 및 앱이용료로 전체 매출의 15%와 부가가치세(vat) 1.5%를 떼어간다. 한 달 500만 원의 배달 매출을 냈다면, 82만5000원을 배민라이더스가 가져가는 셈이다.

여기서 또다른 비용이 발생한다. 배민라이더스의 16.5% 수수료에는 배달수수료까지 모두 포함된 비용이다. 배달비는 자영업자가 아닌, 소비자와 배민라이더스가 함께 부담하는 구조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배민라이더스에서는 자영업자들에게 '자발적'으로 배달료를 내도록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달원에게 배달료를 4000원 지급할 경우, 소비자가 2900원을 내고, 배민라이더스에서 1100원을 내는 식이다. 여기서 소비자가 내는 2900원의 배달료를 업주가 팁이라는 명목으로 대신 내줄 수 있다. 그럴 경우, 업주에게는 보상이 뒤따른다. 배달앱에서 손님 눈에 잘 띄는 곳에 업주 가게가 배치된다. 배달료를 많이 내면 많이 내는 대로 노출이 잘 된다.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너도나도 노출이 잘 되는 곳에 배치되기 위해 배달료를 내는 상황이다. 박 씨도 출혈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고객도 배달료가 부담이니 배달료가 제로 아니면 저렴한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노출도 안 될뿐더러, 그나마 찾는 고객도 없다면, 배달앱을 이용할 이유가 없다. 그런 생각에 박 씨가 지급한 배달료는 58만 원(11.6%, 월 매출 500만 원 기준)이었다.

그렇게 배달앱에서 가져간 한 달 총 수수료를 따져보니, 140만5000원(28.1%)이었다. 매출 대비로 수수료를 주다보니 마진이 거의 남지 않았다. 그래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모두가 배달앱을 이용하는 상황에서 혼자 도태될 수 없었다.

문제되는 배달 '품질', 피해는 자영업자에게로

배달 '품질'도 문제였다. 배달 주문이 한창 밀려들 때는 배달원이 부족하다. 그러다보니 배차하는데 20~30분이 흘러가기 일쑤다. 여기에 업소에서는 배달원이 '콜(call)'을 받고 '조리시작' 버튼을 눌러줘야 조리에 들어간다. 그런데 배달원들이 콜을 몇 개씩 찜을 해둔 뒤, 자신들의 배달동선에 맞춰 '조리시작'을 누른다. 그러면 배달동선 후순위에 있는 업소는 또 십여 분의 시간이 날아간다.

그래도 이 정도는 양호하다. 배달원이 몇 개의 업소를 돌면서 음식을 여러 개 픽업(pick-up)한 뒤, 배달동선대로 배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박 씨의 닭갈비가 제일 마지막 동선이 될 경우, 고객은 불어터진 막국수와 떡사리를 받게 된다. 빌라 A동에 가져다 줘야 할 닭갈비를 B동에 가져다주는 등 '배달 사고'도 허다하게 일어났다.

이런 구조를 알 수 없는 고객은 '배달이 왜 이렇게 늦느냐, 막국수가 왜 불었냐'며 가게에 전화해 불만을 제기한다. 그나마 가게로 전화만 하고 끝내면 다행이다. 배달앱 업소 고객 평가를 나타내는 별점(1개~5개)을 1개 주거나, 가게 리뷰에 악플을 다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가게 평점이 떨어지고, 그와 마찬가지로 고객 주문량도 떨어진다. 심한 경우 배달앱과 계약 해지까지 된다.

박 씨는 배달원의 실수로 야기된 악플과 낮은 별점 등은 자기네 잘못이 아니기에 삭제해달라고 배달앱 측에 몇 차례 요구했다. 배달앱은 단 한 번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쿠팡이츠 플랫폼(2019년 5월)이 나오면서 배달앱끼리 배달 속도 경쟁이 붙었다. 쿠팡이츠는 한 명의 배달원이 한 건의 음식을 배달하는 시스템이다. 평균 60분 정도 소요되는 배민라이더스보다 절반 수준인 평균 20~30분이면 고객에게 음식이 전달됐다.

배민라이더스도 쿠팡이츠를 견제할 필요가 있었다. 애초 박 씨가 쓸 수 있는 조리시간은 최대 40분이었다. 그런데 쿠팡이츠가 나오면서 배민라이더스에서는 조리시간을 20분 내로 당기도록 했다. 박 씨의 경우, 닭갈비를 굽는데 20분, 볶음밥을 볶는데 10분으로, 최소 총 30분의 조리시간이 필요했다. '20분 내 조리'는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배달앱을 포기하자니 매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자구책을 마련했다. 닭갈비 메뉴에서 옵션으로 주던 볶음밥을 빼기로 했다. 그러면 배민라이더스에서 요구하는 20분을 맞출 수 있었다. 박 씨 입장에서는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 배달앱에 등록된 A카페 리뷰. 소비자가 올린 리뷰 106개에 사장이 106개의 답글을 달았다. 자영업자는 이처럼 리뷰를 관리하는데 매우 노력한다. ⓒ프레시안

커지는 온라인 시장, 깊어지는 시름

그러다 일이 터졌다. 본사와의 계약기간(3년)이 만료됐다. 추가로 연장할 수 있었지만, 독립해서 본격적으로 자신만의 닭갈비집을 해보고자 했다. 본사에 지급해야 하는 재료비가 아깝기도 했다. 자체 소스도 개발했다. 본사와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

문제는 엉뚱한 곳인 배달앱에서 터졌다. 프랜차이즈에서 떨어져 나왔으니 독립 상호를 써야 했다. 그런데 배달앱에서는 독립 상호, 즉 상호를 바꿀 경우, 기존 상호로 된 정보(리뷰, 평점 등)는 이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 수년간 배달앱을 통해 장사해온 박 씨에게 고객 리뷰나 평점 등은 가게를 알릴 수 있는 유일한 홍보수단이었다. 그간 이를 관리하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했다. 이를 포기해야 한다는 배달앱의 논리는 황당할 따름이었다.

방법이 없었다. 배달앱 측은 단호했다. 이유를 물었으나 '자신들의 정책'이라고만 했다.

화가 치밀어 다른 배달앱과 계약을 맺으려고도 했다. 요기요플러스와 쿠팡이츠를 알아봤지만, 도긴개긴이었다. 어떤 면에서는 배민라이더스가 차라리 나았다. 요기요플러스는 조리시간을 지금보다 더 줄여줄 것을 요구했다. 쿠팡이츠는 내야 할 수수료가 비쌌다. 결국, 자존심을 버리고 다시 눌러앉았다.

박 씨가 생각하기에 플랫폼 사업자, 즉 배달앱을 제외하고는 배달원도 업소 사장도 모두 약자다. 서로 간 계약을 맺었다고는 하나, 그 '계약'이 배달앱 입맛대로 모든 조건과 정책을 좌지우지하기 때문이다. 배달앱에서 '이렇게 하세요'라면 이를 따라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계약해지다.

문제는 오프라인 시장은 줄어들고, 온라인 시장이 커지는 지금의 구조를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오늘도 박 씨는 배달콜을 기다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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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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