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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에도 265년, 피지배민의 삶도 성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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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에도 265년, 피지배민의 삶도 성장했나

[프레시안 books] <일본인 이야기> 2권

에도 시대는 축적의 시간으로 기억된다. 265년여에 이르는 이 기간, 일본 자본주의가 싹 텄고, 대도시의 서민 문화가 꽃피었으며, 난학과 교역을 통해 세계와 일본이 이어졌고, 전국 단위의 중앙집권력이 뿌리내렸다는 이야기는 일본에 관한 약간의 관심만 가진 이에게도 제법 익숙한 서사다.

비단 일본 역사를 공부하지 않은 이라도, 특히 일본 대중 문화를 친숙하게 여기는 이라면 여러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그간 에도 시대를 바라봐 왔다. 에도 시대를 향한 노스텔지아를 드러낸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의 관련 작품이 대표적이다.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만화 작가의 작품은 직간접적으로 에도 시대의 생활상을 묘사했다.

대체로 에도 시대는 힘들었지만 아름다웠던 시절로 미화되거나, 경제사회학적으로 긍정 일색의 시각으로 묘사되기 십상이다. 김시덕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교수에 따르면 이 같은 시각은 일본 대중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다.

김 교수가 총 다섯 권에 걸쳐 센고쿠 시대부터 1945년 패전까지의 일본을 다루는 시리즈 <일본인 이야기>의 2권이 출간됐다. 책은 상대적으로 우리가 주목하지 않은 에도 시대 일본 서민, 특히 농민의 생활상에 집중한다. 시각이 달라지니 에도 시대에 관한 진단도 달라진다. 책의 부제목이 '진보 혹은 퇴보의 시대'인 까닭이다.

책은 우선 '에도 시대가 정말 진보의 시기였는가'에 의문을 표한다. 이 시기 상인 계급이 성장하고 무사 계급이 서서히 몰락해 근대 일본의 자본주의 발달의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는 점을 부인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에도와 오사카, 교토 등 당시 대도시를 제외한 일본 대부분 지역의 농민의 삶도 그러했는가.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밝힌 대로 '피지배민이 주인공인 역사'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당대 일본 농민의 곤궁했던 삶을 주목한다. 다른 이야기가 나온다.

'평화'는 무사 계급 간 전쟁이 사라진 것만을 의미할뿐, 쇼군의 독재 아래 신음하던 농민에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였다. 에도 시대 2809건에 달한 하쿠쇼잇키(百姓一揆, 농민 봉기)가 발생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대략 1년에 10건 꼴로 농민 봉기가 일어난 셈이다. 그만큼 에도 시대 농민은 무사들로부터 골수까지 착취당하는 힘겨운 삶을 인내해야했다.

난학을 통해 에도 시대 일본이 네덜란드의 선진 문물, 특히 의학 지식을 전수받아 큰 지식의 축적을 쌓았다는 세간의 평가에도 저자는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센고쿠 시대 활발히 이어진 서양과의 교역은 오히려 독재 강화를 위한 쇼군가의 폐쇄 정책을 통해 급격히 축소됐으며, 난학의 중요 성과로 평가받는 의학 발전의 효과 역시 극히 미미했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 특유의 세밀한 사료 분석을 통해 동시대 조선, 현대와 에도 시대를 비교하는 시각이 <일본인 이야기> 2권에도 충실히 살아 있다.

특히 과거제도와 같이 체계화한 임관 시험 시스템을 갖지 않은 에도 시대 일본이 역설적으로 학자의 자유로운 사상을 꽃피웠다는 평가, 난학의 미미했던 효과와는 별개로 난학과 한의학을 합친 일본의 독자적 의학이 성장하기 시작했다는 해석 등은 독자에게 충실한 생각거리를 제공한다.

이처럼 책은 에도를 비판적으로 재인식함에 따라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이 시기 동북아사를 재인식할 계기를 부여하고, 나아가 현대와 근미래 동북아 관계에 관한 인식을 깊이하도록 종용한다.

센고쿠 시대를 다룬 1권을 읽지 않았다손 쳐도 에도 시대 피지배민의 삶에 주목한 이 책을 접하는데 무리가 없다. 일본에 관한 여러 역사 대중서 가운데서도 이 책은 여러 의미로 독보적이다.

▲<일본인 이야기> 2권 '진보 혹은 퇴보의 시대'. ⓒ메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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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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