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가 150억 규모의 여권제조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결격사유가 있는 기술업체를 최종 낙찰자로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김주영 의원(더불어민주당, 김포시갑)은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조폐공사가 지난 2018년 12월 공고를 낸 '차세대 전자여권 제조기' 입찰에서 결격사유가 있는 업체를 기술 적합 업체로 지정하고 최종 낙찰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조폐공사가 추진한 '차세대 전자여권 제조기' 입찰에는 독일의 일리스사와 뮬바우어, 일본의 우노사가 참여했다. 입찰금액은 일리스사 152억3000만 원, 뮬바우어사가 126억7000만 원, 우노사 149억2000만 원을 써냈다. 자연히 입찰금액을 가장 많이 써낸 일리스사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문제는 입찰자들은 입찰유의서에 명시된 가격개찰일을 기준으로 3개월(90일)의 보증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 낙찰자인 일리스는 이를 충족하지 않는 기간 미달의 보증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조폐공사의 심사를 통과한 것이다. 나머지 두 입찰사는 모두 기준을 충족한 보증서를 제출 했지만, 기술입찰에서 모두 부적격업체로 탈락했다.
이는 국가계약법 시행규칙 제44조(입찰무효) 제1항 제2호에 해당하는 입찰 무효 사유이지만 조폐공사는 관련해서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해당 업체를 선정했다.
김주영 의원실에서는 이 사안을 두고 기재부와 조달청의 유권해석을 문의한 결과, 공통적으로 입찰무효 사유에 해당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김주영 의원실은 이 사건을 단순히 입찰 업무 소홀이 아닌 입찰비리 의혹으로 보고 있다. 입찰 관련해서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일리스가 제시한 납품기한에 문제가 있었다. 이 입찰은 1차 납품기한을 2019년 12월 31일로 정해 놓았다. 낙찰자 일리스는 기술평가 당시에 구두로 기한 안에 납품이 어렵다는 답변을 내놨다. 조폐공사는 이를 부적격 사유가 아니라는 이유로 기술평가를 했고 결과적으로 3개 업체 중 1등으로 선정했다.
기술평가 방식도 문제였다. 기술평가는 5개 분야에 11개 항목, 34개 평가요소에 대해 평가하게 되어 있는데, 이중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항목은 단 2개 요소밖에 없었다. 즉 조폐공사는 전체 총점의 84%를 정성평가에 의존하여 평가위원들의 재량에 기술평가를 맡긴 셈이다
그렇게 평가위원의 재량이 절대적 평가 기준이었지만, 평가위원의 자격에 문제가 있었다. 총 8명인 이 입찰의 기술평가위원 중 단 한 명만이 외부 평가위원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공사 내부직원들이었다.
기술입찰을 블라인드 방식으로 진행하겠다던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조폐공사는 기술규격과 관련해 일리스를 포함한 입찰 참가자들과 사전에 기술규격을 협의한 바 있다. 이 협의를 해왔던 팀 직원이 평가위원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어떤 업체들이 기술 제안 설명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결국, 누가 누구인지 모르게 심사해야 하는 블리인드 평가가 원천적으로 무산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김주영 의원은“조폐공사의 전자여권제조기 외자 입찰에 자격위반, 불공정, 편법 등의 의혹이 너무 많아 입찰비리 의혹이 짙다”고 비판하고 “감사원 감사 및 검찰 조사를 통해 입찰비리 여부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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