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자산운용(라임) 환매 중단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라임 수사검사와 야당 유력 정치인에게 금품 로비를 했다"는 내용의 옥중 입장문을 냈다. 여권 유력 인사에 대한 김 전 회장의 로비 의혹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김 전 회장이 직접 야당 인사와 검사들에게 로비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김 전 회장 측 변호인이 16일 공개한 5장짜리 '사건개요정리'라는 이름의 문서에서, 김 전 회장은 여당뿐 아니라 야당 정치인, 현직 검사 여러명에게도 로비를 했으며 접대한 검사 중 한 명이 라임 사건의 담당 검사가 됐다고 밝혔다. 이 문서는 김 전 회장이 지난 9월 옥중에서 직접 작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술 접대 한 검사가 라임 수사팀에 합류..."모른척 하라" 지시
김 전 회장은 이 문서에서 2019년 7월 검사 출신 A 변호사를 통해 현직 검사 3명에게 청담동 소재 유흥업소에서 1000만 원 상당의 술 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3명 중 1명이 이후 서울남부지검의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A 변호사는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사건 담당 주임 검사로, 과거 승승장구하던 우병우 사단의 실세"라며 "(라임 수사팀은) 특수부 검사들로 이루어졌고, 소위 말하는 윤석열 사단"이라고 했다.
김 전 회장은 "라임 미공개 사건은 A 변호사 선임 후 추후 사건 (수사가) 더 진행 안 됐다"며 2020년 4월 23일 체포될 당시 A 변호사가 경찰서 유치장을 방문해 "조사 받을 때 A 변호사 얘기나 전에 봤던 검사들 얘기 꺼내지 말라고 당부하면서 수사팀과 의논 후 도울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검찰과 상의해 김 전 회장을 구명할 방법을 찾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어 A 변호사를 통해 라임 사건 담당 검사가 "보석 상태에서 재판받게 해 주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A 변호사가) '청와대 친구 사건도 본인 요청으로 수사팀에서 축소시켜 주고 있다'며 '무조건 협조하라'는 말도 들었다"고 적었다.
"여당 정치인과 강기정 정무수석 잡아오라" 협박도
김 전 회장은 "올해 5월 초 A 변호사가 찾아와 '서울남부지검의 라임 사건 책임자와 얘기가 끝났다. 여당 정치인들과 청와대 강기정 (정무)수석을 잡아주면 윤석열 (검찰총장에) 보고 후 보석으로 재판을 받게 해 주겠다'고 했다"며 "협조하지 않으면 공소장 금액을 엄청 키워 구형 20~30년을 준다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A 변호사가 '첫 접견 때부터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강력한 한방이 필요한데 그러려면 청와대 행정관으로는 부족하고 청와대 수석 정도는 잡아야 한다'"며 "'이번 라임 사건에 윤 총장의 운명이 걸려있다'고 하면서 '네가 살려면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좋지만 꼭 청와대 강기정 수석 정도는 잡으라'고 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A 변호사로부터 이 같은 말은 들은 뒤 5월 말 서울남부지검에서 과거 접대했던 검사를 라임 수사 책임자로 만났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은 "A 변호사는 수원구치소에 면회 왔을 당시 서울남부지검에 가면 아는 얼굴을 봐도 못 본 척 하라고 했다"고 적었다.
"검찰 수사 편파적...조국 사태 보고 검찰개혁 필요성 느껴"
김 전 회장은 야당 정치인들을 상대로도 로비를 했으며 이 같은 사실을 검찰에 밝혔으나 검찰의 수사가 편파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라임 펀드 판매 재개 관련 청탁으로 우리은행 행장 로비와 관련해서 검사장 출신 야당 쪽 유력 정치인과 변호사에게 수억 원을 지급한 후 실제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과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 등에게 로비가 이루어졌다"며 "(검찰) 면담 조사에서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오직 여당 유력 정치인들만 수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이어 "당초 두 명의 민주당 의원은 소액이라서 수사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검찰총장이 '전체주의' 발표 후 당일부터 수사 방향이 급선회해 두 사람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이 말한 '전체주의' 발표는 지난 8월 윤 총장이 신임 검사 신고식에서 "민주주의라는 허울을 쓰고 있는 독재와 전체주의를 배격해야 한다"고 말한 것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전 회장은 검찰이 원하는 대답이 나올 때까지 면담을 하는 등 진술을 유도했다고도 밝혔다. 그는 "중요 참고인들을 불러 본인과 말 맞출 시간을 주고 사전에 원하는 답을 교묘히 상기시켰다"며 "가령 양복 비용이 250만 원이라 하면 '금액이 너무 작아서 안 된다', '1000만 원 정도는 돼야 한다'면서 참고인을 불러 말 맞출 시간을 따로 줬다"고 전했다.
김 전 회장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건을 보면서 (조 전 장관이) 모든 걸 부인한다고 분노했는데 내가 직접 당사자가 되어 언론의 묻지마, 카더라식 토끼몰이와 검찰의 짜맞추기식 수사를 직접 경험해보니 검찰개혁은 분명히 이뤄져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며 자필 입장문을 쓴 취지를 설명했다.
아울러 김 전 회장은 본인이 라임 전주나 몸통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라임 펀드에서 투자한 회사 중 한 곳으로 최초 라임사태로 차량인수대금을 투자받지 못해 피해 회사로 분류된다"며 "라임 사태의 직접적 원인인 실제 몸통들은 현재 해외 도피 중이거나 국내에서 도주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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