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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전세방과 전셋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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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호의 우리말 바로 알기] 전세방과 전셋집

필자는 거의 매일 지인들에게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등의 SNS를 통하여 한국어 중 틀리기 쉬운 것이나 헷갈리는 것들을 발송한다. 꽤 오랜 기간 보내다 보니 독자도 많이 늘었고, 여기저기 원고 청탁도 많이 들어 온다. 사실 감당하기 어려운 점도 많지만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그것밖에 없는 것같아서 사명감을 가지고 쓰고 있다. 요즘은 띄어쓰기를 보내고있으며, 그 전에는 사이시옷에 관한 내용을 발송했다. 우리말에서 사이시옷은 참으로 다루기 힘든 부분이다. 특히 한자어와 사이시옷의 관계는 애매한 것들이 많다. 예를 들면 치과, 문과, 이과 등은 사이시옷이 없이 표기하지만 발음할 때는 마치 사이시옷이 있는 것처럼 [치꽈], [문꽈,], [이꽈] 등으로 발음한다. 한편 효과는 똑같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효과]라고 발음한다. 그러니 한국어 발음을 배우는 외국인들은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는 헤아리고도 남는다.

대학 4학년 때 ‘헌법’의 발음을 놓고 강의 시간 내내 담당교수님과 논쟁을 벌였던 기억이 있다. [헌법]으로 발음해야 하는지 [헌뻡]으로 발음해야 하는지를 놓고 세 시간 강의를 홀라당 날렸던 적이 있다. 지금은 국립국어원에서 교통정리를 했지만 그 당시만 해도 교통정리가 되지 않았던 시절인지라,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다. ‘군밤’은 [군밤]이라고 발음하면서 왜 똑같은 조건하에서 ‘헌법’은 [헌뻡]으로 발음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였다. 필자는 ‘구운 밤’이므로 앞의 단어가 수식하는 관계고, ‘헌법’은 한자로 법 憲자와 법 法자이므로 명사 두 개가 합쳐진 단어라는 주장을 했다. 지금은 [헌뻡]이 표준발음이다.

위의 제목에서 보는 바와 같이 전세방과 전셋집은 같은 듯하면서 다른 표기법을 채택하고 있다. 물론 둘 다 표준어이다. 그러면 왜 전세방은 ‘사이시옷’이 들어가지 않은 것일까 궁금할 것이다. 그것은 바로 표준어 규정 중에서 한자어의 경우에는 그 사이에 “사이시옷을 적지 않는다.”는 규정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에서 예시한 단어들과 같이 ‘사이시옷’을 쓰지 않았다. 한자어에서 사이시옷을 쓰는 경우는 “곳간(庫間), 셋방(貰房), 숫자(數字), 찻간(車間), 툇간(退間), 횟수(回數)” 등 여섯 가지밖에 없다. 다른 경우는 그냥 써야 한다. 그러므로 ‘제상((祭床): 제사 때 제물을 차려 벌여 놓는 상.)’이라고 쓸까, ‘젯상’이라고 쓸까 고민할 필요가 없다. 그냥 ‘제상’이리고 쓰면 된다.

필자 세대의 사람들은 대부분이 “초점(焦點), 대가(代價), 개수(個數), 내과(內科), 화병(火病), 소수(素數)” 등의 단어에 사이시옷을 써왔다. 습관적이기도 하고 발음상 뒷말이 된소리로 나는 까닭으로 그렇게 써 온 것이다. 아직도 ‘소숫점’이라고 쓰는 친구들이 많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학교 문법을 졸업한 지가 이미 40년이 넘었는데, 중간에 수 없이 바뀐 문법을 가르쳐 줄 사람도 없었을뿐더러 배울 시간도 없었다.

문제는 전세방은 그대로 쓰면 되는데, 왜 전셋집은 ‘사이시옷’을 쓰는가 하는 것이다. 일반인들이 이런 것을 외국인에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전문가들도 어려운데, 다문화가정의 남편들이 아내에게 이런 것들을 설명하기는 너무 어렵다. 전세방과 전셋집의 차이는 왜 그런고 하니 예외 규정 때문이다. 즉 “뒷말의 첫소리가 된소리로 나거나 뒷말의 첫소리 ‘ㄴ, ㅁ’이나 모음 앞에 ‘ㄴ’ 소리가 덧나는 합성어 중에서 ‘고유어+고유어(아랫집, 나뭇잎), 고유어+한자어(귓병, 깃발), 한자어+고유어(전셋집, 예삿일)’ 방식에는 사이시옷을 적고, ‘한자어+한자어’ 방식에는 사이시옷을 적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 규정을 자세히 읽고 새겨둔다면 앞으로 사이시옷에 관한 규정은 헷갈릴 것이 없다. ‘전셋집’은 위의 규정 중에서 ‘한자어 + 고유어’의 관계에 해당한다.

때로는 차라리 규정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러나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법이 없으면 무법천지가 된다. 어려운 법일지라도 지키면 아름다운 사회가 되듯이 어려운 문법도 잘 지키면 아름다운 우리말이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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