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시원에서 구운 달걀 18개를 훔친 혐의로 기소된 이른바 '코로나 장발장'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수원지법 형사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15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절도) 혐의로 구속된 이모 씨에게 가능한 최저 형량인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 씨가 생존형 범죄라는 점에서 동정 여론이 일었으나 과거 다수의 절도 전과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이 적용돼 실형을 면치 못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동종 전과가 9회에 특가법 적용도 6회에 이르며, 특가법이 적용돼 벌금 규정도 없고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 처벌이 규정돼 있다"며 "유리한 사정을 최대한 감안하더라도 법이 허용하는 내에서 최저 형량은 징역 1년"이라고 밝혔다.
또 "피고인이 잘못을 반성하고 앞으로 범행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점, 코로나로 실직하고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 생활고 때문에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를 참작할 사유가 있다"며 "피해금액이 5000원 정도로 경미한 점도 최대한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징역 1년을 선고한 것은 법원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니, 출소 뒤에는 다시는 범행을 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이 씨는 지난 3월 23일 새벽 경기 수원의 한 고시원에서 구운 달걀 18개를 훔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건설현장 청소부로 생계를 유지하며 고시원을 전전해 온 이 씨는 당시 경찰에서 "코로나로 공사가 중단돼 수입이 없어져 생활비가 떨어지고, 무료급식소도 문을 닫는 바람에 열흘 가까이 물 밖에 못 마셨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당시 이 씨는 보이스피싱 관련 범죄에 연루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이라 달걀을 훔친 이 사건이 추가돼 결국 구속됐다.
검찰은 지난 6월 결심공판에서 이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특가법상 절도 관련 범죄로 3번 이상의 징역형을 받은 사람이 다시 절도를 저질러 누범으로 처벌하는 경우 2년 이상 2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 씨는 앞서 여러차례의 절도 범행으로 약 12년의 징역형을 살았다.
이 사건은 '생계형 범죄'였다는 점에서 과도한 구형을 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영국 BBC의 로라 비커 서울 특파원은 소셜미디어에 "한국 검사들은 배가 고파 계란 18개를 훔친 사람에게 18개월 징역형을 구형했다. 세계 최대 아동 성 착취물 거래 사이트를 운영한 손정우와 같은 형량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바 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선고를 미뤄 변론을 재개하고 범행 경위, 범죄전력, 피해자의 처벌 의사 등을 살펴보기 위해 양형 조사를 진행해왔다.
한편 특가법상 누범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울산지법 형사5단독(이상엽 부장판사)은 누범 기간 경미한 절도를 저질러도 최소한 실형을 선고하게 한 특가법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