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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옵티머스 유착"…국감서 '양호 녹취록'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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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금감원-옵티머스 유착"…국감서 '양호 녹취록' 공개

금감원장 "옵티머스 내부 문건 조작된 느낌, 진실성 낮다"

라임·옵티머스 등 자산운용사의 사모펀드 사기 의혹 사건이 정국 중심 의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옵티머스자산운용 최대주주였던 양호 회장과 이 회사 김재현 대표 및 금감원 직원 간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이날 국정감사장에서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양 회장은 지난 2017년 11월 9일 김 대표와 통화하면서 "그럼 그거가 되면 이혁진 건은 끝나는 거네. 금감원 지시로"라며 "잘 됐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내가 월요일(같은달 13일로 추정) 4시에 만나기로 했거든. (그런데) 괜히 부탁할 필요가 없겠다. 사정 봐 가면서 하면 되겠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또 자신의 비서에게 '이 전 부총리의 비서에게 연락해 다음주에 내가 찾아뵙고 싶다고 하고 약속을 좀 잡아놓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양 회장과 비서 간의 이 통화 내용도 공개됐다. 양 회장이 김 대표의 비서로 추정되는 인물과 한 통화에서는 "김 대표 차량번호를 좀 찍어서 보내달라"며 "다음 주 금감원에 가는데 거기서 VIP 대접을 해 준다고 차 번호를 알려달라더라"고 말했다.

특히 양 회장이 금감원 모 검사역과 통화하면서 "제가 옛날에 은행감독국 시절 신세를 졌다"며 "저는 지금 자산운용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11월 2일 금감원장을 만날 일이 있어서 (검사역을) 6일 오후에 찾아뵐까요?"라고 약속을 조정하는 대화도 공개됐다.

'검사역'은 고위직인 1급부터 신입인 5급까지 금감원 내 대부분 직급에 공통으로 쓰이는 직책명이어서 호칭만으로는 양 회장의 통화 상대방의 직급을 단정할 수는 없으나, 양 회장이 지난 2006년까지 미 LA 한인은행인 나라은행 행장을 지낸 적이 있어 '은행감독국 시절의 신세'가 이 시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

강 의원은 "모피아들이 천민자본주의와 결탁해 자본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영화와 옵티머스 사태는 판박이"라며 "옵티머스 대주주 회장인 양호는 옵티머스 고문 이헌재 전 부총리와 경기고 동문이고 막역한 사이이고, 이 전 부총리는 '이헌재 사단'으로 불리는 최흥식 당시 금감원장과 경기고 동문이고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장과도 같이 근무한 사이이다. 그런데 양 회장과 최 전 금감원장, 금감원 직원들 간 (유착)관계가 의심되는 정황이 많다"고 녹취록을 근거로 주장했다.

강 의원은 "통화 시점이 옵티머스 자산건전성 미달 등 잡음이 많았던 시점이고, 정상적이라면 (옵티머스자산운용이) 정리 수순에 들어갔어야 하는데도 불사조처럼 살아났다. 이쯤 되면 금감원이 본연의 기능을 외면한 채 옵티머스와 유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의혹을 제기하며 이에 대한 윤석헌 금감원장의 의견을 물었다.

윤 원장은 "그런 정황증거 비슷한 것이 의심되는 부분이 있지만, 여기에 나온 것으로 단정적으로 얘기하기는 어렵다"며 "(자산건전성 등) 적기시정조치 문제는 금융위가 결정하는 것이라 이것(양 회장과 금감원 관계자와의 통화·접촉 정황)과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원장은 '왜 양 회장에 대해 조사나 고발 조치를 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럴 필요가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원론적인 답만 했다.

강 의원은 별도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옵티머스 사태의 본질은, 사전에 (이 사모펀드 모집이) 사기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는데도 대주주 변경 최종승인권자인 금융위나 이를 감독할 금감원이 방조했다는 것"이라며 "양 회장과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국감 증인으로 신청한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13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이 옵티머스 사태와 관련해 양호 전 나라은행장(옵티머스 최대주주 회장)과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 금감원 직원 간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감원장 "펀드하자 치유 문건, 조작됐다는 느낌…진실성 낮다"

윤 원장은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옵티머스의) '펀드 하자 치유' 문건을 봤느냐"고 묻자 "약간 조작돼 있는 문건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진실성이 낮다고 느꼈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펀드 하자 치유' 문건은 올해 4~5월 김재현 대표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옵티머스 내부 문건으로, '본질과 달리 권력형 게이트로 사건화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로비 정황이 의심되는 정관계 및 재계 고위인사 20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추미애 법무장관은 법사위 국감에서 "펀드 하자 치유 문건은 작성자들이 금감원 조사 등에 대비한 허위 문건이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안다"며 "청와대와 여권 인사들의 실명이 기재돼있다는 보도도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검찰이 반박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등 야당은 라임·옵티머스 두 회사 관계자들이 여권 인사들과 친분을 맺고 있어 금융당국이 '봐주기'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중점 제기했다. 윤창현 의원은 "이렇게 우호적인 금감원은 처음 봤다"며 "(금감원에 옵티머스를) '따뜻한 마음으로 봐 달라'고 전화한 분을 보니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과 같이 근무했더라"고 했다.

성일종 의원도 "이 전 행정관 등이 (옵티머스와) 관련돼 있다는 보고를 받은 게 언제냐"고 묻고, 윤 원장이 "그런 보고는 받은 적 없다"고 하자 "그럼 검사를 왜 하느냐", "그러면 금감원은 왜 있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윤 원장은 "금감원이 꼭 그런 감독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부분은 (검사를) 하다가 나오면 검찰로 넘어가는 것"이라며 "무능하다고 하셔도 할 수 없지만, 저희 권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전 부총리나 양 회장과 만나거나 통화한 적 있느냐"는 성 의원의 질문에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왜 3월에 미리 판매중단 안 시켰나"…금감원장 "그땐 몰라서…"

성 의원은 또 "(옵티머스 이상 조짐을) 작년 6월에 처음 보고받고 올해 1월부터 정밀조사를 했는데 올해 상반기에 3000억 원 넘게 팔렸다. 감독기관은 왜 있느냐"고 지적했다.

같은 당 유의동 의원 역시 "금감원이 올해 3월 옵티머스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금감원은 이때 (이미) 운용 중인 46개 펀드가 모두 사모사채에 투자하고 있고 공공기관 채권에 투자한 적이 없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런데 왜 판매중단 증 적기 조치를 하지 않았나"라고 따지며 "금감원이 모른 척 하고 있는 사이 이때부터 6월 18일 환매중단이 될 때까지 2370억여 원이 더 팔렸다. 감독원이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느냐"고 질책했다.

윤 원장은 야당이 '왜 올해 상반기에 옵티머스가 사모를 계속 하도록 놔뒀느냐'고 지적한 데 대해선 "연말에 실태점검을 해 그 중 일부는 검사로 넘어간 것"이라며 "사후에 문제가 인지된 것이지, 당시는 여러 사모펀드를 들여다보며 (문제를) 찾아가는 과정이라 쉽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다만 그는 "좀더 확실히 살피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국민의힘 윤재옥 의원은 "라임과 옵티머스에 청와대 인사가 관여돼 있어 금감원 감독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며 "이 전 행정관이 민정수석실로 들어가자마자 남편인 옵티머스 윤모 이사 월급이 3배로 올랐다고 한다"고 일부 언론 보도 내용을 언급했다. 윤 의원은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금감원에 감찰을 나온 사실이 있다는데, 뭘 보고 갔나? 감찰 나온 이들 중 이 전 행정관이 있었느냐?"거 묻기도 했다.

윤 원장은 "(감찰은) 업무 전반에 대한 것을 보고 갔고, 그 내용을 이 자리에서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4~6명이 왔고 이 전 행정관은 없었다. 확실하다"고 답변했다. 그는 "법규상 (청와대와 소통이) 필요한 것 외에는 영향을 받고 있지 않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잘라 말했다.

윤 원장은 윤재옥 의원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옵티머스에) 과도하게 친절했던 것 아니냐 하는 부분은 저희가 최근 계속해서 그런 쪽으로 하려고 하고 있다. 과거에 (강압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서 친절하게 컨설팅 방식으로 (감독을) 하려는 노력을 다른 대상자들에게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 원장은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의 질의에도 "경우에 따라서는 컨설팅…(방식으로 한다)"이라고 했다가 "금감원이 감독하는 곳이지 감독에 대응하는 법을 알려주는 데냐"고 호통응 듣기도 했다. 권 의원은 "김재현 대표가 직원과 통화하는데, (직원이) '금감원 검사에 통과하기 위해 일부라도 투자를 받아 외형을 갖추는 게 어떠냐'고 했다. 검사에 대응하는 방법을 금감원이 알려준 것"이라고 윤 원장을 추궁했다.

여당도 지적…"라임 파견 금감원 직원은 뭐했나?", "옵티머스는 폰지사기"

여당 의원들도 일부 지적에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은 "라임자산운용의 경우, 펀드 환매중단 이후에도 전환사채 115억 원을 주식으로 전환했다"며 "결국 주식이 대폭락해서 이 전부를 57억 원에 내다 팔았다. 이게 이해되느냐? (그런데) 금감원은 제재를 안 했다"고 비판했다.

민 의원은 "손해를 입기 위해 계획적으로 한 게 아닌가 의심된다"며 "이런 수상한 거래에 대해 조사를 한 적이 없다. 올해 2월 (라임자산운용에) 상주검사역까지 파견했는데 (검사역은) 도대체 무슨 역할을 했느냐"고 질책했다.

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옵티머스 건은 폰지 사기"라며 "메도프의 사례를 보면 미국은 '펀드를 실제 운용한 게 아니라 가상이었기 때문에 모든 수익을 되돌려 재분배하는 게 맞다'고 판결했다. 누가 사기를 쳤고 누가 공모했는지 밝히는 게 필요하고, 금융위와 금감원이 같이 살펴서 방향 자체를 불완전판매가 아닌 사기로 봐야 한다"고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윤 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이것을 사기로 형사고발하는 것에는 어려운 이슈가 이어지고 시간이 필요하다"며 "전체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 홍성국·민형배 의원과 국민의힘 이영 의원은 불완전판매, 투자자 피해 등 문제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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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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